경제

[취재파일] "아이코스와 글로, 세금 올리는 건가요 안올리는 건가요?"

송욱 기자 입력 2017.09.2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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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논의를 하자는 건지.. 이렇게 논의를 하는 게 바람직합니까?" 오늘(2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 말입니다. 오늘 기재위 정식 안건으로는 올라오지 않았지만, 아이코스와 글로 같은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세금, 개별소비세를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개별소비세란 단어는 제대로 나오지 못하고 의원들간 고성 끝에 아무런 진전 없이 끝났습니다.

● "일본은 아이코스 세금 비중이 30%? 81%?"

발단은 지난달 28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기재위 소속 의원들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궐련형 전자담배에 다른 국가들은 얼마의 세금을 매기고 있는지 알고 싶다는 요청을 했고, 기재부는 부랴부랴 자료를 제출했습니다. 당시 기재부는 지난 6월에 필립모리스로부터 받은 자료를 제출했습니다. 김 부총리는 해외 사례를 직접 수집하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이 자료의 내용이 문제였습니다.

A4짜리 종이 1장에 담긴 내용을 보면 궐련대비 아이코스 세금 비중이 일본은 30%, 러시아가 57%, 포르투갈과 스페인이 46%, 이탈리아가 40%, 그리스 35% 등이었습니다. 일부 의원은 이 수치를 근거로 "현재 궐련 대비 세금 비중이 52.3%인 우리나라가 높은 편이다"라며 세금 인상을 반대했었습니다.

그런데 기재부가 현지 출장 등을 통해 확인해 다시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니, 수치가 달랐습니다. 일본은 81.6%였고, 그리스는 91.5%, 포르투갈은 83.1%이었습니다. 우리나라가 높은 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필립모리스가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자료를 만들어 제출했단 의혹이 제기된 것입니다.

이에 대해 필립모리스는 일본 비중은 공란으로 제출했는데 기재부에서 자체적으로 파악한 것 같고, 그리스나 포르투갈은 담배 관련 세금 기준이 자신들이 파악한 것과는 다른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재부는 일본은 자체적으로 파악하기도 했지만 필립모리스 측에 맞는지 확인도 했다면서도 각 나라마다 세금 부과하는 기준이 다른 측면이 있어서 의도적으로 그랬는지 단정적으로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 자료 진상조사가 우선?

오늘 기재위 회의에서는 자료의 진위 문제 때문에 날카로운 말들이 오갔습니다. 이종구 바른정당 의원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기재위 진행 과정에서 자료가 배포된 경위 자체를 문제 삼았습니다. 특히 이 자료를 배포토록 한 기재위원장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 책임론을 제기했습니다.

조경태 의원은 이에 대해 당시 다른 의원들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고 설명하면서 지난 정권에서 한 담뱃값 인상을 얘기하면서 서민들의 부담을 늘리는 잘못된 증세는 막아야 한다는 개인 의견을 5분 넘게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다른 의원들이 반발하면서 위원장이 조세소위에서 일반담배 수준으로 올리기로 합의된 것을 위원장 개인적인 의견으로 막고 있다며 고성이 오갔습니다. 결국 자료 제출 경위 등 진상 조사부터 하기로 하고 기재위는 끝났습니다.

오늘 이런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습니다. 지난번 회의 무산 이후 기재부는 과세공백을 막기 위해 일단 일반 담배의 80% 수준으로라도 개별소비세를 올리자는 타협안을 기재위 의원들에게 제시했습니다. 일반담배에서 아이코스나 글로로 바꾸는 흡연자가 늘수록 그만큼 세수는 줄어들 수 밖에 없고, 줄어든 세수는 담배 회사의 이익으로 귀속된다는 이유입니다. 또 전자담배 흡연자가 증가할수록 나중에 증세에 따른 가격인상에 대한 저항이 커질 것이란 이유도 있습니다. 그리고 추후 논의를 거쳐 일반 담배 수준으로 세금을 올리자는 게 기재부의 생각입니다.

기재부 관계자들과 여당 관계자들은 오늘 오전까지 계속해서 기재위 소속 의원들 설득에 나섰지만 간극이 너무 컸다고 합니다. 이번 건은 당론이 결정된 게 아니라 의원들마다 의견이 다릅니다. 서민 증세라며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면 안 된다는 의원들과, 유해성이 덜하다는 확인되지 않은 이유로 세금 혜택을 조금이라도 줄 수 없기 때문에 일반 담배와 같이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의원, 절충안을 찾자는 의원들까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회의 안건을 올리고 진행하는 위원장의 생각이 명확한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 세금 올리면 바로 가격 인상될까

세금을 올리는 게 맞는지 아닌지를 떠나, 세금이 오르면 바로 가격이 인상될지도 관심입니다. 필립모리스는 일반 담배와 같은 수준으로 세금이 오르면 제조원가 및 40%의 수입관세 부담 등에 따라 소비자 판매가 인상 없이는 아이코스 사업의 유지가 힘들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지난 기재위 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은 필립모리스가 제출한 자료를 보며 아이코스에 일반 담배 대비 57%의 세율을 부과하는 러시아에서 두 담배의 가격 차이를 거의 두지 않는 점을 지적하며 "세율을 높여도 가격 인상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습니다. 이스라엘은 최근까지 궐련형 전자담배를 담배로 보지 않아 세금을 안 매겼는데, 일반담배와 궐련담배 가격이 같았습니다. 결국 제조사가 담배가격을 매길 때 단순히 세금만 고려하기 보다는 흡연율과 시장 성장성 등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한다는 의미입니다.

다음달 국정감사가 잡혀 있는 만큼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다음 논의는 11월로 넘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그만큼 정부에서 걱정하는 '과세 공백'은 불가피하게 됐습니다. 

송욱 기자songxu@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