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에는 또 한 명의 '김동현'이 있다

양형석 2017. 9. 22. 09:3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UFN 117] 23일 일본의 고미 타카노리와 격돌하는 '마에스트로' 김동현

[오마이뉴스 양형석 기자]

UFC에서 활동하는 또 한 명의 김동현이 연승에 도전한다.

UFC 라이트급에서 활동하는 '마에스트로' 김동현은 오는 23일 일본의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나이트 117 대회에서 일본의 전설적인 파이터 고미 타카노리와 경기를 치른다. 김동현의 UFC 4번째 경기로 계약상 마지막 경기이기도 하다. 김동현에게는 UFC 잔류 여부가 결정될 매우 중요한 경기가 될 전망이다.

한편 일본에서 치러지는 이번 대회에는 김동현을 포함해 총 3명의 한국인 파이터가 출전한다. 최근 4경기에서 1승3패의 부진에 빠져 있는 웰터급의 임현규는 오프닝 매치에서 다이치 아베를 상대하고 지난 6월 UFC 데뷔전에서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던 전찬미는 곤도 슈리와 스트로급으로 맞붙는다. 미국의 격투단체 UFC에서 하루 동안 무려 3개의 한일전이 열리는 것이다.

'스턴건'과 이름이 같아 슬픈(?) '마에스트로' 김동현

 라이트급의 김동현(오른쪽)이 웰터급으로 싸우기엔 체급의 핸디캡이 예상보다 더 컸다.
ⓒ UFC.com
한국인 최초의 UFC 파이터 '스턴건' 김동현과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김동현은 언제나 격투팬들에게 '김동현B' 혹은 '작동'이란 별명으로 더 많이 불렸다. 경력이나 인지도면에서 김동현은 선배인 '스턴건'과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두 선수는 소속팀마저 같아 지난 2015년에는 예능프로그램 '마이리틀텔레비전'에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물론 메인은 '스턴건' 김동현이었다).

지난 2007년 스플릿MC를 통해 격투기에 데뷔한 김동현은 국내와 일본 단체를 오가며 경험을 쌓았다. 그러던 2015년 김동현은TOP FC(현 TFC) 라이트급 토너먼트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TOP FC의 초대 라이트급 챔피언에 등극했다. 그리고 그 해 11월 UFC 서울대회를 통해 옥타곤에 입성했는데 그 과정 또한 극적이었다. 당초 이 대회에 출전할 예정이었던 임현규가 발목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임현규의 대체 선수로 UFC와 계약한 것이다.

대회를 열흘 앞두고 임현규의 대체 선수로 급하게 들어간 탓에 김동현은 상대 분석은커녕 훈련량도 상당히 부족했고 자신의 체급인 라이트급이 아닌 웰터급에서 UFC 데뷔전을 치렀다. 격투팬들은 홈 이점을 안고 싸우는 김동현이 내심 사고를 쳐주길 바랐지만 기대했던 이변은 끝내 일어나지 않았다. 준비기간이 턱없이 부족했고 체급의 핸디캡까지 안고 싸운 김동현은 도미닉 스틸에게 2라운드 KO로 무너졌다. 

어수선한 옥타곤 데뷔전 패배 후 라이트급으로 돌아온 김동현은 UFC 199 대회에서 마르코 폴로 레예스(멕시코)와 격돌했다. 하지만 김동현은 허술한 수비에 약점을 노출하며 3라운드 KO로 패했다. 비록 옥타곤 첫 승은 놓쳤지만 난타전을 마다하지 않았던 김동현의 투지는 현지 관중들에게 많은 박수를 받았다. 김동현과 레예스의 경기는 언더카드에 배치됐음에도 '파이트 오브 나이트'에 선정됐고 김동현은 UFC 데뷔 2경기 만에 5만 달러의 보너스를 수령했다.

하지만 경기 내용의 재미와는 별개로 연패의 수렁에 빠진 김동현은 퇴출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내몰린 채 작년 12월 브랜든 오라일리와 3번째 경기를 가졌다. 김동현에게는 승리가 매우 절실한 경기였다. 지난 레예스전과는 달리 그라운드 위주로 경기를 풀어나간 김동현은 영리한 경기 운영으로 주도권을 가져와 만장일치 판정으로 옥타곤에서의 첫 승리를 따냈다.

고미의 부활을 위한 희생양? 김동현에겐 좋은 기회

 김동현에게 고미전은 UFC 생존을 위한 중요한 경기가 될 수 밖에 없다.
ⓒ UFC.com
김동현은 일본이나 TOP FC에서 활약하던 시절 국내 최고의 종합 격투기 체육관 부산 팀매드의 떠오르는 에이스답게 타격과 그라운드를 겸비한 웰라운드 파이터로 유명했다. 하지만 UFC 레벨에서 김동현은 강한 타격보다는 허술한 수비가 먼저 보였고 자랑하던 서브미션 기술도 상대 수비에 번번이 막히곤 했다. 좋게 표현하면 웰라운드 파이터지만 다르게 표현하면 별다른 특징이 없는 어정쩡한 파이터로 보일 수도 있다.

따라서 오는 23일 고미전은 김동현에게 매우 중요한 경기일 수밖에 없다. 고미와의 경기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면 UFC와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며 옥타곤에서 계속 경쟁할 수 있지만 자칫 졸전을 벌이거나 허무한 패배를 당한다면 옥타곤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김동현은 다른 해외 단체나 국내 단체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지만 독보적인 규모를 자랑하는 UFC에서 뛰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다.

1978년생의 노장 파이터 고미는 최근 4연패에 빠져 있을 정도로 하락세가 완연하다. 경기 내용을 봐도 UFC에서 더 이상 경쟁력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 하지만 프라이드 초대 라이트급 챔피언이자 2005년 프라이드 라이트급 그랑프리 우승자 고미는 여전히 일본 내에서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격투 영웅이다. 아시아 흥행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UFC 입장에서도 고미는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는 중요한 인물이라는 뜻이다.

랭킹 내 강자들과의 대결에서 승산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UFC에서는 일본 대회에서 고미의 상대로 김동현을 붙여줬다. 한마디로 김동현은 '파이어볼 키드'의 화려한 부활을 위한 일종의 희생양인 셈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한다면 이날 출전할 3명의 한국인 파이터 중 유일하게 메인카드에 배치된 김동현이 일본의 격투 영웅을 5연패의 수렁에 빠트려 준다면 UFC생존과 한일전 승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한편 이날 메인이벤트에 나설 예정이었던 마우리시우 '쇼군' 후아가 무릎부상으로 하차하면서 일본의 오카미 유신이 대체 선수로 들어갔다. 지난 2013년을 끝으로 UFC를 떠난 오카미는 '스턴건' 김동현과 함께 UFC 아시아인 최다승(13승) 기록을 보유한 파이터다. 만약 오카미가 4년 만의 옥타곤 복귀전이자 라이트 헤비급으로 열리는 이번 생 프루전에서 승리하면 다시 UFC 아시아인 최다승 단독 선두로 올라서게 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