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너무 올랐다" 10년전 공포 떠올리는 미국

함현일 美시비타스 애널리스트 2017. 9. 22.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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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현일의 미국&부동산] 계속 오르는 미국 집값, 거품인가 아닌가?

“2년 전에만…”. 요즘 주변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소리다. 2년 전에만 집을 샀어도 정말 좋았을 텐데 하는 푸념이다. 그만큼 지난 2년 사이 집값이 너무 올랐다. 2~3년 전 30만 달러 정도 했던 새 집이 이제 40만 달러를 훌쩍 넘어선다.

주택 시장에는 재고 물량도 없다. 집이 나오기 무섭게 팔린다. 그래서 미국 달라스에서는 어디를 가나 공사 중이다. 새 집과 아파트를 짓고, 도로를 확장한다. 뉴스를 보니 달라스 주택 가격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단다. 그런데 이게 비단 달라스 만의 일은 아닌 것 같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어느 도시나 집값이 너무 올랐다는 볼멘소리가 들려온다.

50개월 이상 집값이 올랐다고 하니 슬슬 걱정이 올라온다. ‘버블’에 대한 걱정. 10년 전 세계 금융위기를 불러왔던 미국의 모기지(mortgage) 붕괴가 재연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공포다. 그래서 따져볼 때가 왔다. 미국의 집값 상승이 버블인지, 아닌지.

■2012년 대비 33% 상승

2006년 이후 떨어지던 미국 집값은 2012년 바닥을 쳤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질로우(zillow)에 따르면 미국 주택 가격은 2016년 6월 기준 50개월 연속 상승했다. 2012년 바닥 때보다 33% 상승했다. 블랙 나이트 파이낸셜 서비스에 따르면 미국 평균 주택 가격은 26만5000달러다. 이는 역사상 최고였던 2006년 주택가격보다 1.1% 낮은 것이다.

1980년 1분기 평균 주택가격을 100으로 환산한 주택가격지수(House-Price index)를 보면 가장 높았던 때는 2007년 1분기로 373.3을 기록했다. 그 후 쉴틈없이 내리막을 걷다 2011년 4분기에 292.4로 바닥을 찍었다. 이후 반등해 2016년 2분기 354.8을 기록했다. 아직 2007년 1분기보다는 낮지만 경신이 멀지 않았다. 벌써 50개 주 중 뉴욕(35.9만 달러), 매사추세츠(37.2만 달러), 인디애나(14.9만 달러), 텍사스(22.6만 달러), 워싱턴(33.7만 달러)의 주택 평균 가격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40개 대도시 중 달라스, 보스턴, 샤롯, 덴버, 피츠버그, 오스틴, 포틀랜드, 오리건,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등 14개 도시도 기존 가격 천장을 뚫었다.

■“거품은 아직 아니다”

이제 냉정히 분석해 볼 때다. 이 가격에 거품이 끼었는지, 아닌지. 다행히 대부분 전문가는 거품은 아니라고 말한다. 우선 이번 가격 상승은 원인이 다르다. 거품기의 가격 상승 요인은 ‘묻지마’ 주택담보대출 관행이었다. 그때는 누구나 저축이 없고 크레딧(신용) 점수가 낮아도 주택 가격의 90%까지 모기지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현재 주택 가격 상승의 주요 요인은 부족한 공급과 역사적으로 낮은 모기지 이자율이다.

블랙 나이트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평균 가격의 주택을 사기 위해서는 평균 소득의 21%가 필요하다. 이는 상당히 건강한 수준이다. 거품시기에는 이 비율이 36%였다. 현재 주택 가격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은 공급 부족이다. 신규 주택 공급은 아직 역대 평균치도 회복하지 못했다. 인력 부족 문제도 신규 주택 건설이 생각보다 원활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다.

■주택 자기지분율 44%로 높아

소유 주택의 자기지분율도 건강한 수준이다. 현재 주택 소유주의 자기지분 비율은 평균 44%에 이른다. 버블기는 25%에 불과했다. 가격이 떨어져도 주택을 은행에 뺏기지 않고 소유할 능력이 향상된 것이다. 가격 하락 폭에 대한 내성이 강해졌다.

주택 임대 수요의 증가도 집값을 받쳐주고 있다. 그만큼 주택 임대로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시대다. 크레딧 점수가 낮아 주택담보대출을 승인받기 어렵거나 저축이 부족해 10~20% 가량의 다운페이먼트 기준을 충족시킬 수 없는 젊은 세대들이 임대쪽으로 눈을 돌리면서 주택은 소유주들에게 안정적인 수익원이 되고 있다. 수익률이 높아지면 해당 물건의 가격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결정적으로 아직 미국 주택 가격은 덜 올랐다. 인플레이션을 고려한다면 현재 집값은 여전히 2006년 정점때 보다 약 20% 낮다. 미국 주택 가격 상승은 공급 부족, 낮은 주택담보대출 이자율, 임대 수요 상승 등 정상적인 요인들이 만들어낸 결과다. 아직 거품이라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이제 얼마 후면 “3년 전에만, 4년 전에만, 5년 전에만”하고 말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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