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폭력성, 규제 논란..'대도서관'이 말하는 1인 미디어

영상 및 사진 유명종·채용민 PD, 글 고희진 기자 2017. 9. 22.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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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최근 1인 미디어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양극단을 달린다. 콘텐츠 시장의 변화를 이끄는 선두주자로 선망하는가 하면, 한편에선 저질 콘텐츠의 온상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특히 얼마 전 한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서 발생한 ‘살인 예고 생중계’ 논란 이후, 1인 방송에 대한 규제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갑론을박 속에서도 1인 방송에 대한 관심은 여전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6년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조사’를 보면 청소년 4명 중 한 명(26.7%)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1인 방송을 본다. 1인 미디어 창작자를 꿈꾸는 이들도 많다. ‘1인 미디어계 유재석’으로 불리는 ‘대도서관(본명 나동현·39)’은 콘텐츠 정기 구독자가 157만명에 이르는 스타다. 그는 1인 방송의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볼까. 지난 19일 경기도 성남의 자택에서 만났다.

■1인 미디어 폭력성, ‘자연 도태될 것’

대도서관(대도)은 주로 밤 9시에서 새벽 2시 사이에 생방송을 진행한다. 인터뷰 전날엔 방송인 타일러 라쉬와 함께 게임을 소개하고 중계하는 내용의 콘텐츠를 방송했다.

-본인의 방송의 특징을 설명하자면?

“처음에 한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서 게임을 중계하면서 시작했다. 게임 방송이지만, 게임 자체에 대한 공략 방법보단 여기에 예능적 요소를 결합한 스토리가 있는 방송을 했다. 내용이 어렵지 않고, 진행하는 나도 과도한 표현이나 욕설은 최대한 자제하다 보니 여성 시청자도 많아지고 나이 많으신 분들도 많이 찾아주시는 것 같다.”

-욕설을 잘 쓰지 않고 굉장히 조심해서 콘텐츠 제작하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지적이 없지는 않을 텐데?

“어제는 방송 중에 타일러씨한테 ‘이목구비가 참 잘생기셨어요’라는 말을 했는데, 나중에 한 시청자가 ‘어떻게 타일러한테 그렇게 말할 수 있냐’는 얘기를 했다. 사실 그게 왜 문제가 되는지 이해가 잘 가지는 않았다. (외모 평가라는 지적일까?) 아, 생각 못했는데 그럴 수도 있겠다. 최근 온라인상에서도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이런 지적이 많이 늘고 있다.”

-얼마전 유튜브에서 한 남성이 ‘남성을 비하하는 방송을 한다’는 이유를 들어 한 여성 유튜버를 위협하는 내용을 생중계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 외에도 1인 방송의 선정성에 대한 각종 논란이 불거지며 1인 미디어의 콘텐츠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데?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잘못했다고 말씀해 주시는 게 맞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고 생각한다. 하루에 인터넷에 올라오는 동영상의 양이 얼마인지 가늠도 안 될 정도다. 문제가 된 일들은 따져보면 그중 정말 일부 사건이다. 또한 앞으로 자정이 될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유는 광고시장의 변화 때문이다. 광고주들 역시 자신의 광고가 문제가 되는 영상에 서비스되길 원하지 않는 시대다. 동영상 사이트에서 이런 광고주의 요구를 수용해 과도하게 자극적인 영상에는 광고가 잘 붙지 않게 시스템을 바꾸고 있는 것으로 안다. 앞으로는 자극적인 영상을 만들면 조회수는 올라가지만 이걸로 수익을 얻지는 못할 것이라 본다. 규제는 사실상 모든 콘텐츠를 제어할 수도 없고 현실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다.”

-생방송 진행자들이 시청자에게 ‘별풍선, 슈퍼챗, 쿠키’같은 후원금을 받기 위해 선정적인 연출을 하는 게 문제라는 지적도 많다.

“직접 후원을 받는 건 나쁜 건 아니다. 잘 생각해보면 이건 일종의 ‘크라우드 펀딩’ 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금액의 제한이 없다는데 있다. 이 직업이 연예인이랑 비슷할 수 있다. 시청자들이 나에게 빠져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순간에 사랑의 감정이든 존경의 감정이든 어떤 감정을 느껴서 시청자가 순식간에 진행자에게 돈을 뿌릴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구조가 나쁜 건 아니지만,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방법이 필요하다. 사실 진행자도 시청자 후원금에 의존하는 건 좀 불안하다. 후원금의 수익을 보면 90%가 전체 시청자의 2~3%에게 나온다. 소수의 후원자들이 마음을 바꾸면 당장 수익이 줄어들고, 이들의 마음을 맞추려고 하다 보면 자신이 하려고 했던 콘텐츠가 바뀌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또 많은 후원금을 받는 건 진행자 입장에서는 좋겠지만, 과연 그게 그 시청자에게도 정말 좋은 일인가를 생각하면 고민이 된다. 내가 시청자에게 항상 얘기하는 것이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서 시청자도 즐거워하면 좋은 일이고. 제 수입은 외부 광고로 받으면 된다’고 한다.”

-청소년들이 이 같은 콘텐츠를 많이 접하기 때문에 특히 우려가 큰 것 같다.

“맞다. 그런데 이건 언론의 문제도 있다. 1인 미디어는 크게 생방송을 진행하는 비제이(BJ)와 편집된 동영상을 올리는 기획자로 나뉜다. 사실 내가 1인 미디어로서 더 큰 세상을 만나게 된 건 이 기획자의 영역을 통해서다. 그런데 언론을 보면 ‘1인 미디어 = 생방송 비제이’라는 공식이 만들어져있다. 그러다보니 어린 친구들이 ‘1인 미디어 해서 돈 많이 벌고 유명해지려면 생방송 해야 하는구나, 그럼 자극적인 콘텐츠 만들어야 하는구나’ 오해하고 있다.”

-이들에게 어떤 조언해줄 수 있을까?

“생방송은 안된다. 물론 잘할 수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초등학생에게 생방송을 시키는 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라고 본다. 일단 하루에 3~4시간씩 방송을 해야는데 오디오가 비지 않아야 한다. 이런 진행력을 처음부터 갖춘 사람은 거의 없다. 끼도 필요하지만,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이들이 1인 미디어에 접근하기 가장 좋은 방법은 꾸준히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기획된 편집 동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작은 취미도 좋다. 이 과정에서 창의성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아이들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에 어른들도 많이 알고 있어야 하는데, 어른들이 이 부분을 전혀 모르니까 아이들에게 어떻게 조언을 해줄 수 없다.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

‘인터넷 방송계의 유재석’으로 불리는 대도서관(본명 나동현)이 지난 19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자신의 자택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 유명종PD yoopd@khan.kr
‘인터넷 방송계의 유재석’으로 불리는 대도서관(본명 나동현)이 지난 19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자신의 자택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 유명종PD yoopd@khan.kr

■1인 미디어 열풍, 시대의 자연스러운 변화

대도는 1인 미디어의 출현이 단순한 콘텐츠의 혁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이것이 ‘유통의 혁명’이라고 말한다.

“세상에 글을 잘 쓰고,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많다. 다만 이들이 어떤 기회를 얻어서 작가가 되거나 만화가가 되기는 쉽지 않다. 누군가가 책을 만들고 유통을 시켜주고 해야 하는데, 이건 혼자서 하기에 굉장히 힘든 일이다. 그런데 1인 미디어 세계에서는 이 같은 어려움이 한 번에 해결된다. 예를 들어 내가 판교에 있는 집에서 영상을 만들어 올리면 이제는 전 세계 사람들이 클릭 한 번으로 쉽게 볼 수 있다. 그럼 나는 여기에서 나오는 광고 수익을 받아 다시 이를 기반으로 더 좋은 영상을 만들어 올릴 수 있다.”

-1인 콘텐츠는 기성 미디어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1인 미디어는 단순한 열풍이 아니고 시대의 자연스러운 변화고 흐름이다. 지금 우리의 관심사와 취미는 정말 무한대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TV에 있는 수백 개의 채널에서도 감당이 안 될 정도다. 그럼 이 취미와 관심사들은 어디에서 소비될까? 1인 미디어가 이런 문화를 수용할 통로를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올드 미디어의 영향력이 축소될까?

“걱정 안 해도 된다. PD들을 대상으로 강연할 때도 항상 말씀드리는 건데, 기존 미디어의 위상과 퀄리티는 점점 더 높아질 것이다. 사람들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바뀌어서 단순히 시청률이 떨어진 것뿐이지 TV프로그램의 영향력은 오히려 더 강해졌다. <프로듀스101>만 봐도 알 수 있다. 다만, 기존 미디어와 1인 미디어의 장점을 결합한 새로운 프로그램도 생길 것이라 본다. 나영석 PD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분이 하는 몇몇 프로그램은 1인 방송의 장점을 굉장히 많이 차용했다. 프로그램의 구성이나 방송 회차를 인터넷 동영상 재생목록처럼 만드는 게 그렇다. 나 역시 ‘대도박스’ 등에서 공중파와 1인 미디어의 협업이라는 비슷한 시도를 하고 있다.”

-방송, 강의에 개인 사업도 한다. 자신의 직업적 정체성은 뭐라고 생각하나?

“1인 미디어, 사실 내가 하는 이 일의 직업을 부르는 명칭이 정확히 없다고 본다. 다만 예전과는 많이 다른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다양하게 할 수 있고, 이걸 좀 내 방식대로 풀어갈 수 있는 직업, 취미를 콘텐츠로 만들어서 돈을 버는 직업이다. 나도 아직 이걸 어떻게 불러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다양하게 도전하는데 원래 겁이 별로 없나?

“아니다. 겁이 되게 많다. 그런데도 내가 사람들에게 1인 미디어를 하라고 권하는 이유는 이게 안전한 도전이고 용기이기 때문이다. 만약 회사 생활하다 그만두고 치킨집이라도 차린다면 이건 망하면 큰일 나는 일이다. 그런데 1인 미디어는 장비 비용에 200만~300만원 정도를 쓴다고해도, 이게 망한다고 인생이 크게 타격받을 정도는 아니다. 작은 용기를 통해서 사는 재미를 느낄 수도 있고 새로운 삶의 방향을 발견할 수도 있다.”

-1인 미디어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앞으로 1인 미디어 말고도 더 새로운 직업이 많이 생길 거라고 생각한다. 다음 타자는 어디일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취미와 관심사가 자신의 가치를 더욱 높여줄 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들 본인의 관심사를 절대로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현실적인 제약으로 그냥 주머니 속에 꼭꼭 숨겨뒀던 작은 것들이 꺼내보면 그것이 결국 유용한 ‘지폐’일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영상 및 사진 유명종·채용민 PD, 글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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