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 약한 산업부 제동에 반도체·디스플레이 우려 '고조'

김성은 기자 2017. 9. 22.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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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D 中 광저우 OLED 공장 투자에 정부 제동 양상.."투자시기 놓치면 고사" VS "기술유출 방지해야"

"업계 현실과 동떨어진 절차의 마련이다"(전자업계 관계자)
"기술유출 우려에 대해 보다 심도깊은 논의를 위함이다"(산업통상자원부)

21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들의 중국 내 투자확대를 신중히 재고토록 권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는 후속 대책 마련에 고심중이다.

이같은 정부 기조에 가장 먼저 불똥이 튄 곳은 LG디스플레이로 중국 내 투자가 빈번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계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7월 최대 20조원 규모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중장기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중국 광저우 공장의 기존 자본금(1조8000억원)에 3조2000억원을 더해 총 5조원 규모의 8.5세대 대형 OLED 패널 생산을 위한 합작사 설립에 쓴다고 밝힌 바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이 같은 계획 발표 직후 산업부에 승인을 신청했지만 '뜻밖의 난관'에 부딪쳤다.

당초 실제적인 승인 심사를 담당하던 곳은 산업부 소속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아래의 '전기전자 전문위원회'였다. 그러나 LG디스플레이가 신청서를 낼 때쯤 전문위원회와 별도 조직인 '소위원회'가 구성됐다. 중국으로의 기술유출 가능성을 더 세밀히 들여다보겠다는 것을 설립 목적으로 내세웠다.

별도 조직이 새로 마련되자 절차가 평소보다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신청서를 제출한 지 약 두 달 여 만인 지난 20일 오전에서야 첫 번째 소위원회가 열렸고 중국 진출의 사유, 기술유출의 가능성은 없는지 등 질문과 LG디스플레이 측 답변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때마침 지난 18일 백운규 산업부 장관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 간담회'에서 국내 투자를 강조하고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피해 우려를 이유로 중국 내 투자를 신중히 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실상 정부가 중국내 투자확대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들이 뒤따랐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법에 따르면 전문위가 기술유출 방지를 논의토록 돼 있다"며 "소위원회 마련은 해당 분야 실무 전문가들이 그런 부분을 더 세밀히 들여다보기 위함이고 소위원회를 만들자고 한 것도 전문위에서 자체적으로 나온 결과이지 정부 강행은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전문위는 15명으로 구성됐으며 이중 대다수가 민간위원, 소수가 관계 행정기관 소속이라는 설명이다.

'산업 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 11조에 따르면 국가로부터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아 개발한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대상기관이 해당국가핵심기술을 수출하고자 하는 경우 산업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그 전에 전문위원회 등을 통한 사전 심의를 거치도록 돼 있다. OLED는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한다.

산업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데다 명분도 약하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디스플레이 학계 전문가는 "중국에 공장을 짓고 디스플레이를 생산해 비용을 절감하고 현장 업체에의 납품 등에 기민하게 대응했던 것은 이미 수 년전부터 해오던 일"이라며 "이번 소위원회 구성은 업계의 목소리가 대변됐다기보다는 정부가 '기술이 유출될지도 모른다'는 지레짐작으로 진행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시점상 이제와 새삼스레 기술유출을 우려했다는 것은 선뜻 이해가 가질 않는다"며 "국내 일자리 확대나 중국과의 갈등 등 여러 정치적 변수가 더 크게 작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LCD(액정표시장치) 분야 주도권은 중국에 넘어가다시피 한 상황에서 신기술인 OLED에 대한 적기 투자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경쟁국의 추격이 더 거세질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전세계 TV 시장에서 OLED TV는 아직 개화기 전의 초기 시장이지만 올해 2분기 말 기준 글로벌 OLED TV 대수 출하량(28만2300대)이 2년 전(4만1700대) 대비 6.8배 늘어나는 등 시장이 팽창하기 시작했다.

시장도 이같은 우려를 반영해 이번 논란이 시작된 이후 최근 사흘간(19~21일) LG디스플레이 주가는 7.6% 하락했다.

무엇보다 이번 투자지연으로 인해 LG디스플레이와 함께 OLED 기술을 개발하면서 중국 동반진출을 추진하던 중견중소 장비업체들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입힐 수 있다는 우려다.

한편 이번에는 소위원회가 디스플레이 업종에 국한돼 처음으로 마련됐지만 향후 반도체 업체가 중국 내 투자를 확대하고자 할 경우 반도체 업종에 대해서도 비슷한 성격의 소위원회가 구성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소위원회의 성격이나 심사 진행 절차에 대해 아직 들은 바 없다"며 "사안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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