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균제 문제, 아직도 해결된 게 없다"

고양=글·사진 윤성민 기자 2017. 9. 2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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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5일 가습기 살균제 성분의 유해성을 알고도 이를 알리지 않은 혐의로 애경산업과 SK케미칼을 재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8월 같은 사안을 두고 "성분의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심의절차를 종료했다.

공정위가 지난해 심의절차를 종료한 탓에 애경과 SK를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형사 처벌할 수 있는 시효가 지났다.

김 위원장은 18일 국회에서 지난해 심의절차 종료 결정에 대해 "자연인으로서는 정말 아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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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가습기 살균제' 재조사 이끌어낸 피해자 이은영씨 인터뷰
이은영씨가 2014년부터 가습기 살균제 3·4등급 피해자들을 직접 설득해 이들의 질환을 조사한 뒤 만든 자료. 당시 환경부는 외면했지만 새 정부의 환경부는 이 자료에 기초해 천식을 피해질환으로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의 애경·SK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 재조사를 이끌어낸 이은영씨가 19일 경기도 고양시의 한 주민센터에서 흰 마스크를 쓴 모습으로 인터뷰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인 그는 지금도 천식을 앓고 있다. 고양=김지훈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5일 가습기 살균제 성분의 유해성을 알고도 이를 알리지 않은 혐의로 애경산업과 SK케미칼을 재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8월 같은 사안을 두고 “성분의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심의절차를 종료했다. 사실상 무혐의로 결론내린 것이다.

공정위가 이를 뒤집고 재조사를 결정한 배경에는 가습기 살균제 4등급 피해자 이은영(40)씨의 노력이 있었다. 그는 지난해 4월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두 회사를 공정위에 신고했다. 심의절차가 종료되자 “처리 방식이 부당하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한 뒤 심판 과정에서 ‘애경과 SK에 최대 25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공정위의 당초 심사보고서를 공개해 재조사를 이끌어 냈다.

19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의 한 주민센터에서 만난 이씨는 그러나 한숨부터 쉬었다. 그는 “(공정위가 이미) 봐줄 것 다 봐준 상태에서 다시 조사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싶었다”며 “늦어도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공소시효 때문이다. 공정위가 지난해 심의절차를 종료한 탓에 애경과 SK를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형사 처벌할 수 있는 시효가 지났다.

이씨는 김상조 공정위원장의 대응 방식도 반갑지만은 않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18일 국회에서 지난해 심의절차 종료 결정에 대해 “자연인으로서는 정말 아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자연인’이라는 단어가 무책임하게 들렸다”며 “‘공정위가 무혐의 결정을 내린 배경을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발언을 기대했는데 너무 약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8일 피해자와 가족 대표단을 청와대로 초대해 처음으로 공식사과한 뒤 대다수 국민은 가습기 살균제 문제가 해결된 줄 안다. 그러나 이씨는 “공정위 재조사 결정에서 보듯 정부 차원에서 사과 받은 것 외에 현실적으로 달라진 것이 없다”고 했다. 그는 “긴급지원이 결정됐지만 3명에 대해서만 확정됐다. 천식을 앓고 있는 피해자도 공식 피해자로 인정하겠다는 말만 있었지 공식 조치는 아직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씨는 2009∼2010년 애경의 가습기메이트(SK 제조) 제품을 사용했다. 얼마 뒤 자신과 아들 모두 기침이 잦아졌다. 숨쉬기 어려운 날도 있었다. 피해 신고를 했지만 2014년 이씨와 그의 아들(당시 9세)은 폐섬유화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4등급 피해자로 판정받았다. 3·4등급 피해자는 정부가 공식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는다.

억울했다. 이씨는 당시 3·4등급 피해자 304명에게 연락해 이 중 75명의 피해 질환을 확인했다. 가습기 살균제와 질환의 연관성을 찾기 위해서였다. 애경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에게선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이씨는 “아이한테 변명이라도 하려면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환경부에 자료를 제출했지만 외면당했다. 이씨는 “벽에다 대고 얘기하는 느낌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나 이씨의 조사 자료가 기초가 돼 국회에서 피해 인정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논의가 시작됐고 정부는 이달 들어 천식도 피해 질환으로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씨는 여전히 정부 대응이 소극적이라고 본다. 그는 “피해가 인정되지 않는 질환 중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을 뽑아보면 10개도 안 된다”며 “이들 공통질환만이라도 빨리 조사를 해서 정부가 공식 피해로 인정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피해자를 등급별로 분류할 게 아니라 질환별로 구분해 실질적인 의료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고양=글·사진 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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