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iday] 한지와 댄스음악이 빚어낸 '한 끗'

최보윤 기자 2017. 9. 2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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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 명장면의 비밀
수묵화 같은 무대
'서편제'한지 수천 장 찢어 붙인 흰 배경 통해 영상 비춰 한국적 美 그대로 전달
회전무대 적극 활용해 사계절 한눈에 담기도

이번 주 공연계는 한국적 소재를 다룬 작품 두 편이 눈에 띈다. 이청준의 동명 소설과 임권택 감독의 동명 영화를 무대로 옮긴 창작 뮤지컬 '서편제'와, 한국인이 사랑하는 로맨스 '춘향전'을 요즘 이야기로 풀어낸 무용극 '춘상'이다. 익숙한 원작이지만 무대에는 창작이 많이 가미돼 이전과는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또 두 작품 모두 회전 무대를 효과적으로 사용해 극적 긴장감을 배가한다. 명장면 뒤에 '숨은 땀'을 소개한다.

뮤지컬 '서편제'는 한지를 겹겹이 찢어 붙인 배경에 한국적인 느낌의 영상을 입혀 한 폭의 그림 같은 장면을 만들어냈다.

일일이 찢어 붙인 한지 수천 장… 수묵화 같은 '서편제'

한국 영화 최초로 1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서편제'(1993)엔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 나온다. 저 멀리 구불거리는 길을 롱테이크로 잡아 소리꾼 아버지인 유봉이 송화, 동호와 함께 덩실덩실 춤추며 걸어가는 장면이다. 우리 산천의 아름다움까지 아로새긴 명장면을 무대에선 어떻게 구현했을까? 제작진이 고안해낸 '비장의 무기'는 '흰 무대'다. 보통 조명이 반사될 수 있어 공연에선 잘 쓰지 않지만 수묵화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모험을 했다.

바로 한지를 이용한 것이다. 바닥에서 천장까지 이어진 여러 막에 한지 수천 장을 일일이 찢어 붙여 한국적 미를 살렸다. 국내 최고 무대 디자이너로 꼽히는 박동우 작품. 뮤지컬 서편제의 음악을 만든 작곡가 윤일상은 "사계절을 한눈에 보는 듯한 영상이 흐르는 회전 무대를 주인공들이 계속 걸어나가는 장면에선 아름다운 수묵화 한 폭을 보는 듯했다"며 명장면으로 꼽았다. 원형 무대는 돌고 돌아 제자리로 오는 것을 뜻하기도 하고 인생의 굴레를 나타내기도 한다. 11월 5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

주인공 송화(맨 왼쪽)와 동호(그 옆)가 아버지 유봉(맨 앞)에게 소리를 배우는 장면. 무대 뒤편에는 지리산을 내려다본 이미지를 그대로 구현했다.
21세기판 춘향전인 무용극 '춘상'에서 주인공 춘과 몽이 만나 사랑을 키워가는 장면.로네뜨·국립무용단

무용수의 고통은 관객의 즐거움? 무용극 '춘상'의 백미

무용계엔 '전설같이' 떠다니는 말이 있다. 무용수가 힘들면 힘들수록 그 작품은 '대박'이 난다! 국내에서 큰 인기를 누렸던 국립무용단의 '향연'은 춤추기 까다롭게 디자인된 한복과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 드는 흰색 무대 때문에 무용단원들이 고통을 호소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전체 매진과 기립 박수로 이어졌다.

'춘상'도 비슷하다. 가요 반주에 빠른 템포로 역동적 춤을 추면서 한국 무용 요소를 담아내야 하니 단원들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야 했다. 여자 무용수들은 긴 주름 스커트를 입는데 (가요의 반주에 맞춰) 치마를 휘날리는 듯한 동작을 하다 보면 그동안 한복 속에 감춰왔던 '다리 선'이 훤히 드러나는 것. 처음엔 쑥스러웠지만 연습이 거듭되면서 동작을 더 과감하게 연출하게 됐다고 한다.

고통은 또 있었다. 남자 무용수들은 3.5m 위의 2층 무대에서 재주 넘기 등을 구사한다. 연습하는 동안엔 "무서워 죽겠어" 하는 비명이 쏟아지곤 했다. 하지만 프로는 프로. 최종 리허설을 마치고 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 "최고로 재밌었다"며 서로를 다독인다. 주인공 '춘'을 맡은 송지영은 "이번 공연은 마치 뮤지컬이나 연극을 하는 듯 모든 동선이 설정돼 있다. 건축물까지 있어 모든 동작을 치밀하게 계산해야 했다"며 "그래선지 성취감도 대단하다"고 말했다. 24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02)2280-4114

friday의 선택

클래식―임지영&임동혁 듀오 리사이틀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왼쪽)과 피아니스트 임동혁. 크레디아

">2015년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22)이 피아니스트 임동혁(33)과 듀오 연주를 펼친다. 이달 초 워너 클래식을 통해 나온 첫 음반에 수록한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18번과 26번, 음반과 별개로 두 연주자가 야심 차게 선보이는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를 들려준다. 26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02)318-4301

WHY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동등한 무게감으로 맞부딪히고 뒤섞인다.

기대치 ★★★☆

공연―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동명의 일본 영화가 원작. 몸이 불편한 조제와 그를 돌보는 즈네오의 풋풋하고 아린 사랑을 그렸다. 10월 29일까지 cj 아지트 대학로. (02)3454-1401

WHY 순수 감성을 키워주는 교과서 같은 작품

기자가 봤더니 ★★★★

대중음악―음악축제 ‘멜로디포레스트 캠프’

가을은 야외에서 음악 듣기 좋은 계절이다. 공연 기획자들도 그걸 안다. 가을이면 피크닉처럼 즐기는 음악축제가 쏟아지는 이유다. 윤종신도 같은 생각을 했다. 자신이 이끄는 미스틱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인 하림, 장재인, 에디킴 등을 이끌고 몇 년째 가을이면 경기도 가평에서 음악축제를 열고 있다. 그와 미스틱의 음악 세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소풍 갈 채비를 할 때다. 23~24일 경기도 가평 자라섬, (02)567-8977

WHY 윤종신 말고 양희은, 신승훈, 김건모, 지코, 박주원, 그리고 요즘 대세 걸그룹 레드벨벳의 공연도 있다.

기대치 ★★★☆

전시―All in All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무제(테니스 채 부분, 노랑). 갤러리현대

">‘영국 현대미술의 아버지’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74)이 신작을 들고 한국을 찾았다. 데이미언 허스트, 줄리언 오피 등 현대미술 스타작가들을 배출한 스승으로 유명하지만, 개념미술 1세대 작가이기도 하다. 작년과 올해에 걸쳐 제작한 회화 30여 점을 선보인다. 사물을 확대하거나, 길게 늘어뜨리는가 하면, 겹쳐서 묘사하는 등 4가지 방식으로 표현한 작품들이다. 작가는 노트북, 스마트폰, 전구 등 대량 생산되는 제품을 알록달록한 원색으로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단순한 사물을 다채로운 방식으로 풀어내는 작가의 여유로움을 엿볼 수 있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 11월 5일까지. (02)2287-3500

WHY 대가는 뭐가 달라도 다르네. 눈에 탁 띄는 색상부터 관람객 시선을 사로잡는다.

기자가 봤더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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