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술핵 배치 않겠다 약속" 중국 외교부 일방 발표 논란

김진명 기자 2017. 9. 22.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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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왕이 뉴욕회담 결과.. 우리 발표문엔 해당 내용 없어
康장관이 '사드 보복' 문제 삼자.. 中 왕이 "한국이 걸림돌 치워야"

유엔 총회 중인 뉴욕에서 지난 20일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의 결과 발표문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 외교부가 21일 공개한 발표문에 "한국 측은 한반도 비핵화를 견지하며 한반도에 다시 전술핵무기를 배치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충실히 지킬 것"이란 문구가 들어갔기 때문이다. 우리 외교부 발표에는 이런 내용이 없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0일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했다. 우리 외교부는 북핵 문제에 대해 강 장관이 "안보리 결의의 철저하고 투명한 이행을 위해 중국 측이 선도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21일 밝혔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는 강 장관이 "한국은 한반도 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줄곧 힘써 왔고 절대로 한반도에 다시 전쟁이 발생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며 "한국 측은 한반도 비핵화를 견지하며 한반도에 다시 전술핵무기를 배치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충실히 지킬 것(將恪守)"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중국어에서 '커서우청눠(恪守承諾)'는 '공약(公約)을 지킨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우리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 "전술핵을 검토한 적 없다"는 공식 입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전술핵 재배치라는 안보 카드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며, 더구나 이 같은 약속을 중국 외교장관에게 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

강경화 장관도 지난 11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정부 차원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한 바 없다"면서도 "만일 정부 차원에서 정책 고려가 필요하다고 할 경우 다양한 요소가 검토돼야 한다"고 했었다. 그런데 중국 측 발표대로라면 강 장관은 미래의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마저 포기하겠다고, 그것도 중국 앞에서 약속한 셈이 된다.

이에 대해 우리 외교부는 "회담에서 우리 측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우리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강조했다"고만 밝혔다. 그러나 회담 사정에 정통한 정부 소식통들은 "강 장관은 왕 부장 앞에서 전술핵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고 하고 있다. 상대국 발표문을 정면으로 반박하지 않는 외교 관례 때문에 중국 측 발표문을 전면 부인하지 못할 뿐, 사실이 아니라는 뜻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 측이 '한반도 비핵화'란 우리 정부의 원칙을 자국의 희망대로 해석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해석'을 상대국 장관의 '약속'인 듯 발표하는 것은 심각한 외교적 결례다.

회담에서 왕 부장이 한 발언에 대해서는 양국 외교부 발표에 큰 차이가 없었다. 우리 외교부는 왕 부장이 "중·북 간 밀수 단속 강화 조치 등을 통해 (북핵) 관련 안보리 결의를 철저하고 전면적으로 이행해 나갈 것"이라며 "동시에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북핵 문제 해결 노력도 지속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발표했다. 중국 외교부는 왕 부장이 "중국 측은 계속해서 안보리 대북 결의를 엄격히 이행할 것"이라며 "제재가 진전됨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제재 압력을 협상 동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회담에서 강 장관은 "롯데 등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의 애로가 가중되는 것은 (한국의) 국민감정을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기업들에도 중국 진출 리스크를 부각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또 강 장관은 "중국 정부의 관련 노력과 양국 간 인적·경제적 교류의 조속한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이 전했다.

중국 외교부는 왕 부장이 "중국 측은 한국 측의 국가 안보 유지 수요를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한국 내에 사드 체계를 배치하는 것을 결연히 반대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이 조치(사드 배치)는 한국의 자국 방위를 넘어서서, 직접 중국의 전략 안보 이익을 훼손하기 때문"이라며 "중국 측은 한국 측이 중국의 정당한 우려를 직시하고 되도록 빨리 이 문제를 적절히 처리해서 양국 관계 발전을 방해하는 걸림돌을 실질적으로 치우기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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