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반도체부문 팔지만 경영권은 못내줘"

신동흔 기자 2017. 9. 22.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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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 도시바의 막판 역공
3505억엔 재투자해 경영권 확보.. 美 기업엔 의결권 없는 우선주
"하이닉스 투자금은 단순 융자"
- SK하이닉스 "갈 길 멀다"
원천기술 접근 차단당할 우려 "득 안되면 이사회가 반대할수도"
향후 차츰 목소리 높이는 방법도

SK하이닉스는 21일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부문 인수와 관련, "도시바 이사회가 SK하이닉스 파트너인 베인캐피털이 포함된 컨소시엄과 매각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은 조만간 도시바와 인수 본계약을 체결하고 인수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올 초 도시바 반도체 부문 매각이 발표된 이후 9개월간 미국 반도체기업 웨스턴디지털과 대만의 대표 전자업체 훙하이 등 3파전으로 진행된 인수전이 막바지에 다다른 것이다.

하지만 반도체 업계에선 "진짜 협상은 이제부터"라는 말이 나온다. 전날 도시바는 이사회 의결을 발표하는 자료에서 "이번 계약은 (인수에 참여하는) 해외 기업의 도시바 메모리에 대한 의결권을 한정하는 조건을 달아, 도시바 반도체의 장기적인 경영 자유도(경영권)를 보장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도시바 메모리를 매각하지만 경영권은 도시바와 일본 정부가 갖겠다는 것이다. 반면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 측은 "일본 측의 경영권 확보는 인정하지만 컨소시엄 참여 기업들도 유의미한 의결권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 "경영권은 해외에 안 넘긴다"

도시바는 반도체 부문 자회사 도시바메모리 지분 100%(주식수 3000주)를 한·미·일 연합이 설립한 특수법인 판게아(pan gea)에 넘기겠다고 발표했다. 총 매각 규모는 2조엔(약 20조1400억원)이다. 도시바는 이 판게아에 3505억엔(약 3조5300억원)을 재(再)출자해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여기에 디지털광학장비업체 호야 등 일본 기업들이 지분 투자에 참여하고 미쓰이스미토모 등 일본 은행들이 6000억엔(약 6조400억원) 정도를 융자 방식으로 지원한다. 해외 기업으로는 베인캐피털과 SK하이닉스가 약 6000억엔, 애플 등 미국 정보기술(IT)기업 4곳이 약 4000억엔 정도의 자금을 대는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1일 "도시바를 포함한 일본 기업들이 의결권 50% 이상을 확보한다"며 "애플 등 미국 IT기업 4사는 의결권 없는 우선주를 받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들은 또 "SK하이닉스의 투자금은 전환사채(CB)가 아닌 단순 융자"라고 보도하고 있다. 전환사채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주식으로 바꿀 권한이 있지만 융자는 이자만 받을 뿐, 지분 확보가 보장되지 않는다.

도시바는 또 자사 주식의 의결권에 대해 일본 관민펀드 산업혁신기구일본정책투자은행에 '지도권'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지도권은 쉽게 말해 도시바를 감시하는 권한이다.

SK하이닉스 얼마나 득(得)일까

도시바의 까다로운 매각 조건 발표에 대해 SK하이닉스 측은 "앞으로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이 같은 조건을 그대로 수용해서는 3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는 데 대한 실익이 적다는 내부 판단이다. SK그룹의 고위 관계자는 "이제부터 도시바 측과 본격적인 협상에 나서 세부 조건을 최대한 우리에게 유리하게 이끌 것"이라며 "일본 언론이 보도하는 것처럼 전체 투자 자금이 모두 융자 방식으로는 가지 않을 것이며, SK하이닉스에 득이 안 된다면 오히려 SK 측 이사회에서 반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도시바가 보유한 낸드 원천기술에 대해 얼마나 접근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한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일본 정부는 줄곧 반도체 기술의 해외 유출을 견제했다"며 "정부의 지도권은 앞으로 도시바가 해외 기업에 지분을 넘기지 못하도록 막고 원천기술에 대한 접근도 차단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자업계에서는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SK하이닉스가 어떤 방식으로든 도시바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지분 확보는 못 하더라도 지금 발을 걸쳐놔야 장기적으로 경영권 참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향후 일본 정권이 바뀌면 정부의 입장과 방침에 변화가 올 수 있다"며 "도시바와 협업을 통해 낸드 분야 생산 규모를 키우고 협상력을 높여야 향후 도시바 경영에서도 목소리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도시바 이사회 의결 직후인 20일(현지 시각) 미국 웨스턴디지털이 기존 미국과 일본 법원에 제기한 매각금지 소송과 별개로 도시바 메모리 공장 증설에 반대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등 새로운 돌발 변수가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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