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미당·황순원문학상 수상자] 언어의 음악성·회화성 절묘하게 부각시켜

신준봉 2017. 9. 22.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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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당문학상 심사평
미당문학상 본심 장면. 왼쪽부터 이광호·김기택·최승호·류신·최정례씨 . [최정동 기자]
이번 본심은 최근 한국시의 창공을 수놓는 10개의 별을 탐사하는 자리였다. 심사위원들의 눈길은 성좌의 전위에서 독보적인 아우라를 분무하는 ‘박상순’이란 이름의 항성에 모아졌다. 이 별의 광원은 고독, 실험, 자유였다. 몰이해의 외로움을 견디며 기성의 예술 관념과 형식으로부터 자유롭게 탈주해 온 그의 시는 늘 첨단이었다. 이런 개성이 집약된 ‘무궁무진한 떨림, 무궁무진한 포옹’을 당선작으로 결정하는데 이견이 없었다.

언어의 음악성과 회화성이 부각된 수상작은, 사랑에 빠진 이의 두근거리는 심장박동을 일상어의 반복을 통해 리듬감 있게 구현하면서, 에로스적 욕망의 환희와 타나토스적 죽음의 비참을 복작거리는 이미지의 연쇄로 가시화하는데 성공한다. 반전의 미학도 돋보인다. 사랑의 찬가가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돌연 몰락의 비가로 급전환된다. 이렇게 탈낭만화된 러브스토리 끝에 남는 것은, 충족될 수 없는 욕망이 낳은 한줌의 비애다.

또 다른 반전이 있다. 시인을 대변하는 시적 화자는 자신이 쓴 이야기에 대해 회의하며 수정 가능성을 암중모색하지만, 사랑을 잃은 자의 허물어진 영혼처럼 완성될 수 없는 시 앞에 속절없다. 그러나 다시 시인의 심장은 미지를 향한 자기갱신의 열정으로 약동한다. 절망의 심연에서 애인과 격렬히 포옹하듯 새로운 시상을 품고 전율하는 것이다. 요컨대 이 작품은 슬픈 사랑시로 쓴 아방가르드 시론이다. 박상순 시에 잉태된 무한한 이야기가 독자를 무진장 설레게 한다. 수상을 축하한다.

◆심사위원=김기택·류신·이광호·최승호·최정례(대표집필 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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