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미당·황순원문학상 수상자] 타자에 대한 절대적 환대, 그 허구성 고백

신준봉 입력 2017. 9. 22. 01:02 수정 2017. 9. 22.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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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원문학상 심사평
본심 심사 장면. 왼쪽부터 하성란·김미현·윤대녕·임철우·황종연씨. [권혁재사진전문기자]
본심에서 논의된 10편의 소설은 사회적 ‘사건’을 문제 삼는다. 이때의 사건은 개인적 사고가 아닌 구조적 폭력이고, 일회적 실수가 아닌 지속적 재난이다. 학교나 군대 내의 폭력, 여성이나 노인에 대한 혐오, 세월호와 같은 인재(人災)에 침묵할 수 없다는 시대적 요구에 응답하고 있기에 어둡고 무거웠지만 그에 응전하는 힘도 강했다.

그 중에서 집중적으로 논의된 권여선의 ‘손톱’에서는 최저 생계비를 계산하는 주인공을 통해 지금의 청년세대들이 왜 사회적 고아들처럼 살아가야 하는지 그 책임을 시대에 되묻고 있다. 편혜영의 ‘개의 밤’은 낯선 사람을 보고도 짖지 않는 개를 통해 최소한의 수치심마저 상실된 비인간성을 부도덕한 침묵으로 웅변한다. 김애란의 ‘가리는 손’은 자식에 대한 애정으로도 막아주기 힘든 혐오의 공격성과 인간의 존엄성으로 극복해야 할 혐오의 일상성을 섬뜩하게 그린다.

수상작인 이기호의 ‘한정희와 나’는 타자에 대한 절대적 환대가 얼마나 허상에 불과한지 고백한다. 학교 폭력의 가해자이면서도 반성할 줄 모르는 한정희에 대한 이해의 실패와, 그런 실패를 소설로 쓸 수 없는 문학적 실패를 이중으로 경험하는 소설가 ‘나’의 속절없음은 윤리의 곤궁(困窮)을 드러낸다. 하지만 실패한다는 것은 정확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정확한 실패는 가장 절실한 문학의 윤리다. 치열한 무력감을 통해 문학의 실체와 미래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학적 증언을 듣고 난 후 상처받을 권리와 위로해줄 의무는 이제 독자들에게 있다.

◆심사위원=김미현·윤대녕·임철우·하성란·황종연(대표집필 김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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