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요, 당신의 인생은 SNS보다 더 근사하니까

고석희 입력 2017. 9. 22. 00:00 수정 2017. 9. 22.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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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
영화 속 벤 스틸러 VS 실제 벤 스틸러

[매거진M] ‘격공(‘격하게 공감한다’는 의미의 줄임말)’이란 이럴 때 쓰는 말이다. 9월 21일 개봉하는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원제 Brad’s Status, 마이크 화이트 감독)는 누구나 한번쯤 느꼈을 법한 SNS 우울증을 다룬 영화다. 브래드를 연기한 배우 겸 감독 벤 스틸러(52)는 ‘박물관이 살아있다’ 3부작(2006~2014)의 웃음기를 지우고, ‘위아영’(2014, 노아 바움백 감독) 등으로 검증된 연기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린다. 영화 속 브래드의 처지와 실제 스틸러가 일군 성취를 재미삼아 비교해봤다.

━ 괜찮아요? 평범해서 우울한 남자, 브래드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
그의 이름은 브래드. 비영리 단체에서 일하는 47세 가장이다. 한때는 세상을 바꾸리라 믿었던 그. 지금은 밤마다 SNS로 성공한 대학 동창들의 화려한 일상을 엿보며 열등감에 잠 못 이룬다. 백악관 출신의 정치계 거물 크레이그(마이클 쉰), 부유한 헤지펀드 매니저 제이슨(루크 윌슨)…. 이들이 SNS에 게시하는 ‘추억’을 바라보며, 브래드는 노심초사한다. 어쩌면 이대로 초라하게 생을 마감하진 않을까, 하고.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
그에게 남은 유일한 희망은 하버드 음대 진학을 꿈꾸는 아들 트로이(오스틴 에이브람스). 아들의 대학 면접을 위해 함께 캠퍼스 투어를 떠난 브래드는 전도유망한 아들의 미래를 상상하며 단꿈에 잠기지만, 곧 익숙한 불안감이 그를 짓누른다. 언젠가 트로이가 음악가로 성공하면, 이제 아들의 삶마저 질투하게 되는 걸까?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는 브래드 피트의 제작사 플랜B가 제작하고, ‘스쿨 오브 락’(2003,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각본가 겸 배우로 유명한 마이크 화이트 감독이 연출한 작품이다. 40대 남성 브래드의 입장에서 그가 어떻게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조율하고 자존감을 회복해 가는지, 그 심리적 여정을 섬세하게 그린다.

늘 경쟁만을 강요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우리가 한동안 잊고 지냈던 초심과 행복의 의미가 새삼 얼얼하게 다가온다. 일종의 심리 치료를 받는 기분이랄까. 영화를 보고 나면, 누구나 스스로에게 “괜찮아요”란 말을 건네고 싶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괜찮아도 너무 괜찮은’ 인생이라고.

━ 좋아요! 누가 봐도 괜찮은 스타, 벤 스틸러
재능 금수저!
스틸러&미라
스틸러의 부모님은 미국의 전설적인 희극인 제리 스틸러(90)와 앤 미라(1929~2015). 두 사람은 ‘에드 설리번 쇼’(1948~71, CBS)를 비롯, 1960~70년대 미국 TV쇼에서 코미디 듀오 ‘스틸러 & 미라’로 활동하며 큰 인기를 누렸다. 양쪽 부모에게서 재능과 끼를 물려받은 스틸러는, 여섯 살 때부터 부모가 일하는 프로그램 촬영장에 머물며 다양한 감독과 배우, 제작자와 만났다. 이 같은 경험은 그가 배우·감독·작가·제작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데 자양분이 됐다.

그는 부모님과 한 작품에 동반 출연하기도 했다. 아버지와는 ‘쥬랜더’(2001, 벤 스틸러 감독) ‘하트브레이크 키드’(2007, 바비 패럴리·피터 패럴리 감독)에서, 어머니와는 ‘박물관이 살아있다’(2006, 숀 레비 감독)에서 함께 연기했다.

전천후 희극배우
'주랜더'
열 살 무렵 TV 드라마로 연기 데뷔한 스틸러가 희극배우로서 입지를 다진 건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1998, 바비 패럴리·피터 패럴리 감독)로 전 세계에 얼굴을 알리면서부터다. 이 영화의 성공으로 스틸러는 ‘쥬랜더’ ‘미트 페어런츠’ 3부작(2000~2010) ‘박물관이 살아있다’ 3부작 등 여러 코미디영화를 통해 정상급 희극배우로 성장했다.

사실 그는 제작·각본·호스트를 동시에 맡았던 TV 코미디쇼 ‘벤 스틸러 쇼’(1992~1993, FOX)에 출연할 때부터 이미 타인을 웃기는 덴 전문가였다. 스틸러의 유머 감각은 일상에서도 여전하다. 2016년 자신이 연출한 ‘쥬랜더 리턴즈’(2016)의 시사회장에서 엄청나게 긴 수퍼 셀카봉을 사용해 단체 사진을 찍었으니까. 당시 셀카봉의 길이는 8.56m. 기네스 세계기록이다.

될성부른 영화감독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어릴 적부터 그는 영화감독을 꿈꿨다. UCLA를 중퇴해 배우로 활동하던 때도, 영화 연출의 꿈만큼은 포기하지 않았다. 데뷔작 ‘청춘 스케치’(1994) ‘케이블 가이’(1996) 등 초기 연출작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리는 편.

그러나 2013년, 스틸러는 감독과 배우를 겸한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 몽상과 현실의 경계에 선 소시민 월터의 이야기를 따뜻하고 섬세하게 풀어내며 감독으로서 잠재력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최근작 ‘쥬랜더 리턴즈’의 실패에도 불구, ‘감독’ 스틸러의 향후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

골때리는 인맥 사단
잭 블랙
오웬 윌슨
루크 윌슨
빈스 본
스티브 카렐
윌 페렐
스틸러는 코미디 그룹 ‘프랫 팩(Frat Pack)’의 핵심 멤버다. 잭 블랙, 오웬 윌슨, 루크 윌슨, 빈스 본, 스티브 카렐, 윌 페렐 등 남을 웃기는 재능만큼이나 탁월한 연기력을 자랑하는 희극배우들이 프랫 팩에 소속돼 있다. 스틸러는 프랫 팩에서 ‘공인된 리더(Acknowledged Leader)’다. ‘케이블 가이’를 시작으로, 이들이 처음 만나 우정을 쌓게 된 첫 번째 교차로 역할을 했기 때문.

프랫 팩 멤버들은 각자 출연·제작하는 영화에 서로 카메오 출연하는 등 지금도 탄탄한 의리를 자랑한다. ‘쥬랜더’ ‘올드 스쿨’(2003, 토드 필립스 감독) ‘앵커맨’ 1·2편(2004~2013, 아담 맥케이 감독) 같은 코미디영화가 프랫 팩의 저력을 잘 보여준다.

고석희 기자 ko.seok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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