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핵합의 파기 땐 북핵 외교 불가능"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2017. 9. 21.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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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뉴욕타임스 “북에 핵무기 포기 요구는 모순” 지적
ㆍ당사국 외무장관 회담서도 “재협상 불필요” 확인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유엔본부 |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연일 이란과의 핵합의 파기를 시사하는 것은 북핵 문제 해결에 역효과를 낼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이란과의 기존 합의를 근거도 없이 파기한다면, 북한이 미국의 약속을 믿고 북핵 협상에 나설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란 핵합의를 “최악의 합의”라고 보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선 “미국에 수치”라며 파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란 핵합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과 독일, 이란이 2015년 체결한 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이다. 이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수용하고 저농축 우라늄을 300㎏ 이하로 보유하기로 했고, 미국은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기자들의 이란 핵합의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결정 내렸다”면서도 구체적 내용은 “알게 될 것”이라며 함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부터 이란 핵합의에 대해 부정적이었지만 파기를 선언하지는 않았다. 대신 트럼프 정부는 이란의 미사일 개발, 미국인 구금, 헤즈볼라 같은 테러단체 지원 등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며 파기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이란에 추가 경제 제재를 가하기도 했다.

핵합의 당사국 중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는 이란이 약속을 어긴 게 없는 만큼 합의는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 등 핵합의 당사국 외무장관들이 비공개 회담에서도 이런 입장이 확인됐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회담 직후 “모든 당사국이 합의를 준수하고 있다”며 재협상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틸러슨 장관은 “우리가 이 합의를 어떻게 다르게 보고 있는지에 대한 사실 관계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중국·러시아는 재협상 의사가 없고, 영국·프랑스는 이란과 미국 간 재협상을 중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20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이란이 먼저 합의를 깨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로하니 대통령은 전날에는 “상대방(미국)이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쉽게 핵합의 이전 상황으로 회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유엔총회 연설에서 “우리는 수년 전 북한에 대한 감시도, 협의도 그만뒀다. 이제 그 결과가 어떠한가”라며 “이란에도 이러한 상황이 똑같이 되풀이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미국의 이란 핵합의 파기가 북핵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란 핵합의와 북한 문제는 상호의존적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이 이란 핵합의를 파기하면서 북한에 핵무기 포기를 요구하는 것은 모순됐다는 지적도 소개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핵을 포기하면 국제사회로의 통합을 돕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란 핵합의를 주도한 웬디 셔먼 전 미국 국무부 차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이 약속을 지키고 있음에도 합의를 철회한다면, 미국의 신뢰도는 망가지고 북한에 대한 외교는 거의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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