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서울 헌책방 '공씨책방' 쫓겨날 처지

이재덕 기자 2017. 9. 21.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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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건물주와 명도소송서 패소
ㆍ판사 “현행법상 유감스럽다”

45년 된 서울의 헌책방 ‘공씨책방’이 현재 입주한 서대문구 신촌로 건물에서 쫓겨날 처지가 됐다. 새 건물주가 ‘건물에서 나가라’며 공씨책방을 상대로 낸 부동산 명도소송에서 1심 법원이 건물주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서부지법 민사5단독(황보승혁 판사)은 21일 공씨책방과 건물주 간의 명도소송에서 공씨책방 측에 “원고(건물주)에게 건물 1층을 양도하라”고 판결했다.

황보 판사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계약 만료 6개월부터 1개월 전까지 계약해지를 통보할 수 있다”며 “새 장소로 이전하기에는 지나치게 짧다는 피고(공씨책방) 측 주장은 현행법 해석으론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황보 판사는 “공씨책방의 문화적 가치는 장소 내지 건물과 결부돼 있다기보다 이 책방이 보유하고 있는 서적과 운영자의 해박한 지식, 오랫동안 누적된 단골 고객들의 인정 등으로 이뤄진 것이고, 서울시도 공씨책방이 다른 곳으로 이전하더라도 계속 지원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밝혔다. 황보 판사는 다만 “사회 이목이 집중된 사건이었는데 현행법에서는 이런 결론밖에는 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재판장으로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된 공씨책방은 한때 전국 최대 헌책방이었다. 1972년 서울 회기동에서 문을 열었다. 광화문을 거쳐 1991년 당시 단골손님인 박원순 서울시장의 제안에 따라 신촌으로 옮겼다. 이후 건물주와의 명도소송에서 패소해 1995년 현 위치로 이사했다.

임대차 계약 만료를 1개월 앞둔 지난해 8월 건물주가 나가달라고 통보했다. 두 달 뒤 건물을 매입한 새 건물주도 ‘보증금 3000만원, 월세 300만원을 맞춰줄 수 없으면 나가라’고 했다. 원래 내던 금액의 두 배가 넘는 액수다. 공씨책방 측은 이를 거부했다. 건물주는 명도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조정에 나섰지만 건물주의 거부로 결렬됐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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