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블랙리스트' 수사, 전례 없는 일?

오대영 2017. 9. 21.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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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블랙리스트에 대한 수사의 전례는 없는가? 팩트체크는 오늘(21일) 이 물음을 던져봤습니다. 블랙리스트라는 용어는 군사정권 시절부터 심심찮게 회자됐지만, 정작 그 실체가 수사를 통해 명확하게 밝혀졌던 경우는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역대로 어떤 사건들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 사건에서 드러난 사실이 무엇인지 하나하나 확인해봤습니다.

오대영 기자, 우선 수사는 처음인가요?

[기자]

수사기관은 아니지만 정부 차원의 조사는 있었습니다.

2010년에 대통령실 직속의 과거사정리위원회가 '노동계 블랙리스트'를 밝혀냈습니다.

1978년 박정희 정권의 중앙정보부가 관여한 사건입니다. 당시 중정은 주로 '동일방직'이라는 회사의 노조 해고자였던 126명의 재취업을 막기 위해 목록을 만들어 관리했습니다.

그리고 전두환 정권의 안전기획부에서는 이 명단이 더 늘어 1662명이 리스트에 올랐습니다.

[앵커]

수사 권한이 없는 과거사위의 조사 차원에서 실체가 드러난 경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특히 두 정권에 걸쳐 정보기관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해왔다는 사실까지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32년의 시간이 흘러 관련자 규명과 처벌은 이루어지지 못했고, 2014년 대법원에서 국가의 책임이 있다는 점이 인정됐습니다.

[앵커]

수사도 처벌도 없었다…또 다른 사례도 있나요?

[기자]

1991년 국회 차원의 조사가 있었습니다.

1987년 전두환 정권의 안기부가 작성한 블랙리스트가 1991년에 발견된 것이 계기였습니다. 바로 이 문건입니다.

안기부가 부산 소재 기업들의 노무협의체에 개입해왔는데, 그 중 '금호상사'라는 신발 제조회사 전산실에서 발견됐습니다. 노동계 뿐 아니라 대학생, 시민사회 인사까지 8천여 명이 포함됐습니다.

국회는 리스트 존재와 작성 시점까지는 밝혀냈습니다.

하지만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증언이 나왔던 안기부의 관여를 입증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여당이었던 민자당에서 안기부 관계자의 증인 채택을 거부해 정치 공방으로 번졌고, 수사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금호상사 관계자 2명만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불구속 입건됐습니다.

[앵커]

주로 노동계와 시민사회 인사들이 피해자였던 시기였군요. 역시나 수사와 처벌은 없었군요.

[기자]

마지막은 노태우 정부였던 1990년 사례입니다.

당시 보안사령부에 근무하던 윤석양 이병이 기자회견을 열어 블랙리스트를 폭로했습니다.

윤 이병은 서빙고 분실에 있던 '동향 파악 대상자'의 색인카드와 컴퓨터 디스켓을 가지고 탈영했습니다.

정치인과 언론인, 종교인 등 1300여명의 명단이 들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국방부 자체 조사로 끝났습니다. 보안사령관과 국방장관이 물러났고, 이때 보안사의 이름이 기무사로 바뀌었습니다.

관련자 처벌은 없었고, 폭로한 윤 이병만 '특수군무이탈죄'로 구속됐습니다.

[앵커]

노동계에서 정치인, 언론인, 종교인으로까지 블랙리스트 대상이 점점 확대됐군요. 결국 수사와 처벌이 이루어진 적은 없네요?

[기자]

올해 박영수 특검팀 이전에는 없습니다.

다만 앞서 세 사건의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민사상 손해배상이 이루어졌습니다.

[앵커]

이번엔 수사로 어떤 사실들이 밝혀질지 지켜봐야겠군요. 팩트체크 오대영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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