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학교, 아이들 소리 놓칠까 분주한 구조현장엔 침묵 또 침묵
[경향신문] ㆍ학생 최소 2명 생존 확인
ㆍ2차 붕괴 위험 등 구조 난항
“거기 누구 있니? 들리면 세 번 두드려. 얘야, 듣고 있니?”
멕시코 지진으로 무너진 멕시코시티 엔리케레브사멘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을 구하기 위한 필사의 구조작업이 21일(현지시간) 진행됐다. 12세 소녀 프리다 소피아의 생존이 확인되면서 구조대의 손은 한층 더 바빠지기도 했다.
엔리케레브사멘 학교에서는 이날까지 어린이 21명 등 25명이 숨졌다. 이번 지진으로 인한 전체 사망자는 240명 이상이다.
소피아가 살아 있다는 신호는 구조작업 시작 17시간 만인 이날 오전 확인됐다. 구조대가 잔해 더미 밖으로 튀어나온 소피아의 손을 발견하고, 의식이 있는지를 물었다. 소피아는 손가락을 까딱여 답했다. 구조대는 호스를 통해 소피아에게 물을 전달했다. 소피아는 근처에 다른 2명이 있지만 살아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구조대가 소피아가 갇힌 곳을 확인해 가까이 접근했으나 2차 붕괴 위험 때문에 구조는 난항을 겪었다. 한 자원봉사자는 로이터통신에 “우리는 여전히 많은 희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거북이처럼 느릴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한 선생님이 콘크리트 더미 바깥에서 “우리 모두 너를 기다리고 있다”며 응원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소피아, 너와 함께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줄을 이었다. 21일 오전까지 소피아와 다른 갇힌 아이들을 응원하는 트윗만 20만건이 넘었다.
처참하게 무너진 이 학교에 생존자가 몇 명이나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현지 언론들은 최소 2명, 최대 6명까지 추산한다. 자원봉사자 이반 라모스라는 “아이들이다. 너무 큰 비극이다. 슬픔에서 벗어나려면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구조현장에서는 구조대와 자원봉사자들이 수시로 손을 들어올리거나 “실렌시오(silencio)”를 외치고 있다. ‘침묵’ ‘조용히 하자’는 뜻이다. 건물 아래 깔린 아이들의 신음이나 구조 요청 등 아주 작은 소리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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