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녀의 벽 기획 4편] 편견에도 포기하지 않은 '자동차 정비사의 꿈'

송성환 기자 2017. 9. 21.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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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집중취재] 

금녀의 영역에 도전하는 여성들의 이야기, 오늘은 자동차정비사 송미란 씨의 이야기입니다. 30년 전 경리로 입사해 정비공장 전문이사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요? 송성환 기잡니다. 

[리포트]

정비용 롤러의 굉음과 기름 냄새가 가득한 안산의 한 자동차 정비공장.

17년차 자동차 정비사 송미란 씨는 이곳에서 고객의 요청사항을 조율하고 현장 정비사들의 작업을 점검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송미란 / 17년차 자동차정비사

"고객들이 차를 저한테 맡겨주시고 가시면 그 부분을 현장에서 다 꼼꼼하게 해주시지만 저는 확인하는 차원에서 나옵니다. 확인하고 사진도 찍어서 고객들께 SNS로도 보내드리고…"

상고 졸업 후 한 정비공장 경리직으로 첫발을 디딘 미란 씨는, 지난 2011년 정비업계 최초로 여성 공장장 자리에 오르면서 본격적인 정비 업무에 뛰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처음 시작할 당시만 해도 정비업무는 녹록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정비장을 찾은 남성고객을 이해시키기 위해 전문적인 설명을 해도 '여자라서 기계는 잘 모른다'는 편견의 벽에 부딪힐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인터뷰: 송미란 / 17년차 자동차정비사

""아줌마가 뭘 알아요. 아줌마가 차에 대해서 알아요?"라고 이렇게 말씀하시는 고객들이 몇 분 계시더라고요. 이분들을 내가 아무리 말로 설득해도 되지 않거든요."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정비사 학원을 다니며 결국 자격증을 따낸 미란 씨.

여자가 무슨 정비사냐며 대놓고 그녀를 무시했던 동료들도 1년 넘게 포기하지 않는 그녀의 모습에 이제는 가장 든든한 조력자가 됐습니다.

인터뷰: 송미란 / 17년차 자동차정비사

"우리 직원들이 시험 보러 가는 날에는 저희 직원들이 도와주셨어요. 공부도 다 챙겨주시고 이건 이렇게 사용하는 겁니다. 이렇게 나중에는 마음을 열고 다 가르쳐주기도 하고…"

미란 씨가 공장장을 거쳐 지금의 전무이사까지 오르게 된 데엔 10년 넘게 그녀를 지켜본 사장의 역할이 컸습니다.

정비업에 대한 높은 이해는 물론, 정비 과정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고객과 소통하는 모습에 파격적인 인사를 계속 시도한 겁니다. 

인터뷰: 이병섭 사장 / 신대양정비

"남자들보다는 여성들이 더 차분하기도 하고 정직하고 또 꼼꼼하게 챙겨주는 것도 있기 때문에 송미란 전무를 앞세워서 하면 좋은 반응이겠다 싶어서 했는데 그게 적중한 거죠."

멀리 부산에서까지 고객이 찾아올 만큼 미란 씨의 꼼꼼한 일처리는 이미 업계에 정평이 나 있습니다.

정비 업무에 열중하느라 집안일에 소홀한 건 아닌지 걱정돼 김치를 직접 담가다준 단골손님도 있을 정돕니다.

인터뷰: 송미란 / 17년차 자동차정비사

"여성으로서의 또 장점인 것 같아요. 남자들의 딱딱하고 우직한 말투보다는 부드럽게 "고객님 오셨어요,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하면서 상냥하게 다가가면 고객들도 (친밀감을 느끼고…)"

전무가 된 이후에도 정비사로서 감을 잃지 않고자 현장을 떠나지 않는다는 미란 씨.

꼼꼼함과 세심함이 필요한 정비 분야에 좀 더 많은 여성들이 도전할 수 있도록 학교 현장에서부터 다양한 기회가 마련되길 바라봅니다.

인터뷰: 송미란 / 17년차 자동차정비사

"(학교 교육에서) 여자들은 전혀 공구나 이런 기계적인 부분은 사실 멀거든요. 많이 안내를 해주고 똑같이 남자나 여자나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여자들이 많이 도전할 수 (있지 않을까)"

전문성에 부드러움을 더한 미란 씨만의 업무 방식은 남성 중심의 정비 업계의 활력소가 되고 있습니다. 

EBS뉴스 송성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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