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스마트폰 사업 재진입..업계 판도 흔들까

정병묵 2017. 9. 21.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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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픽셀2’ 가상 이미지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구글의 대만 스마트폰 제조사 HTC 인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세계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구글이 제조업에 다시 뛰어들자 기존 제조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저널은 구글이 HTC와 인수협상을 벌여 지분을 매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HTC는 이날 “내일 중대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주식 거래를 중단했다.

구글이 HTC를 인수할 것이라는 설은 최근 업계에 파다했다. 구글은 작년 직접 기획한 첫 스마트폰 ‘픽셀’, ‘픽셀XL’를 HTC를 통해 위탁생산하면서 HTC와 밀월 관계를 유지해 왔다. 내달 초에 내는 후속작 ‘픽셀2(5인치)’도 HTC와 함께 한다. ‘픽셀 XL2(6인치)’는 LG전자를 통해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에게 스마트폰 사업은 이번이 ‘재수’다. 2011년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약 13조원을 들여 인수했지만 2년 만에 중국 레노버에 매각한 바 있다. 매각 대금은 3조원으로 쓰라린 실패를 맛본 것. 이미 삼성과 애플 양강 체제가 공고한 가운데, 스마트폰 시장에서 맥을 못 추고 있던 모토로라 브랜드로 벽을 뚫기 쉽지 않았다.

HTC의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은 1%가 안 되는 수준으로 10위권이다. 그래도 애플과 글로벌 기업 시가총액 순위 1~2위를 엎치락뒤치락하는 구글이다. 특히 구글은 지난해 ‘픽셀’ 시리즈로 스마트폰 시장에 재진입,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픽셀과 픽셀XL는 출시 1년 간 약 500만대 가량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첫 작품이 프리미엄폰 시장에서 작은 성공을 거뒀기 때문에 구글의 마케팅 역량과 HTC와의 제조 시너지를 봤을 때 조만간 10위권 내에는 진입 가능한 ‘다크호스’가 될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 기준 점유율 1위는 삼성전자(22%)다. 애플이 11%로 2위를 기록 중이며 화웨이(10.5%), 오포(8.4%), 비보(6.6%) 등 중국 3형제가 3~5위를 굳게 지키고 있다. 구글은 우선 ‘안방’ 북미 시장에서 픽셀폰을 중심으로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구글이 이번 인수를 통해 현재 주력하고 있는 북미시장에서 단기적으로 삼성전자, 애플을 제외한 화웨이 등의 점유율 확대를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구글의 이번 인수는 하드웨어 사업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필요가 제기됐기 때문이기도 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구글의 검색광고 매출 비중은 지난해 광고 매출 비중은 88%로 2012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IT 업계는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주요 매출원인 검색광고 의존도는 그대로인 상황.

또한 삼성, 애플 등 제조사들이 소프트웨어 역량을 점차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공룡’ 구글로서는 위협을 느낄 만 하다. 애플은 자사만의 독자적인 생태계로 인공지능, 스마트카 등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인수한 음성비서 ‘빅스비’와 올해 인수한 전장업체 ‘하만’을 통해 ‘본업’인 스마트폰을 뛰어넘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한편 스마트폰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LG전자의 경우 이번 인수에 따라 구글과 더 협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구글과 시험용 제품 ‘레퍼런스폰’을 몇 차례 작업한 LG전자는 HTC 인수설이 불거지자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며 주가가 일시 하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단순히 스마트폰 판매 증가보다 다양한 가전, 전장부품과 스마트폰 간 생태계 구축 및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전략 측면에서는 구글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구글은 LG전자의 TV,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 영역에서의 프리미엄 브랜드, LG디스플레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LG이노텍의 카메라 모듈 및 전장부품 활용을 통해 안드로이드 생태계 확장에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며 “구글과 LG전자 간 협력은 전보다 더 강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17년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순위(카운터포인트리서치)

정병묵 (honnez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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