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영향? 노조에 대한 긍정적 여론, 근 30년만에 최고

김상범 기자 입력 2017. 9. 21. 18:50 수정 2017. 9. 21.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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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사태와 지난해 촛불정국을 거치면서 노동조합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인식이 1987년 민주화 직후 노동자대투쟁이 한창이던 때만큼이나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노사정 대화를 통한 ‘타협과 공존’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도 다시 오름세다. 노조들이 비정규직·여성·청년 등 취약계층까지 외연을 넓혀야 한다는 기대도 커져 노동운동 내에서도 고민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은 8월 한 달간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사관계 국민의식조사’를 1989년, 2007년, 2010년 조사와 비교·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1일 발표했다.

분석 결과 노조가 정치·사회·경제 여러 분야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인식이 많았다. 올해 조사에서 ‘노조가 경제성장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답한 비율은 ‘나쁜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보다 35.4%포인트 높았다. 1989년 조사에서도 ‘좋은 영향’ 비율이 높았지만 2007년과 2010년 조사에서는 ‘나쁜 영향’ 답변이 각각 41.8%포인트, 21.9%포인트 더 많았다. ‘노조의 고용안정 효과’를 묻는 질문에 2007년에는 57.1%만 동의했으나 올해에는 72.1%가 찬성했다. ‘회사의 부당대우로부터 근로자 보호효과’에 찬성하는 비율은 10년 새 33.6%에서 70.3%로 크게 높아졌다.

‘노조가 정치적 민주화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도 올해에는 ‘나쁜 영향’보다 49.9%포인트 더 많았다. 1989년에는 50.3%포인트 높았다. 노조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은 1989년 호의적이었다가 비판적인 쪽으로 돌아서더니 올해 들어 다시 올라가면서 근 30년간 U자 곡선을 그리는 모양새다. ‘노조가 사회 불평등 완화에 기여했다’는 비율도 같은 추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정치·사회적 격변기에 노조에 기대감과 실망감이 엇갈리며 이런 인식이 생겨난 것으로 분석했다. 첫 조사를 한 1989년은 1987년 ‘노동자대투쟁’을 거친 뒤 노조들이 폭발적으로 생겨나던 시기다. 군사정권 말기에 노동운동이 곧 민주화운동으로 여겨지면서 호의적으로 보는 시선이 많았다. 정홍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007년과 2010년은 보수정권 집권기였던 데다 글로벌 경제위기까지 겹쳐 노동운동이 고립됐던 시기”라며 “지난해 촛불정국을 거치면서 시민들이 노조가 사회적 변화에 기여한 측면을 인식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시민들은 노조 활동의 현실과 추구해야 할 방향 사이에 괴리가 크다고 느끼고 있었다. 노조가 지금까지 ‘조합원 근로조건 개선’에 집중해 왔다는 응답은 47.4%나 됐지만 ‘취약계층 보호’에 관심을 써 왔다는 응답은 11.4%뿐이었다. 노조 조직률이 10%에 불과한 상황에서 비정규직이나 청년·여성처럼 노조의 보호로부터 소외된 이들에게 더 손을 내밀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시장의 문제점’을 묻는 질문에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가 가장 심각하다는 응답이 제일 많은 것도 이런 인식을 뒷받침한다.

현 정부의 노동정책 중에서는 ‘청년고용 확대·보호’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기업·고소득자 증세’에 대한 지지가 높았다. 노조에 대한 인식이 좋아진 것과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커진 것은 현실에 대한 불만을 반영하고 있다. 응답자의 62.0%는 ‘노동자들이 기업으로부터 정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지 않는다’고 답했다. 2007년 조사 때보다 16.8%포인트나 늘어났다.

노사관계를 부정적으로 보는 응답은 10년 새 56.6%에서 47.6%로 줄어들었고, 노사정 사회적 대화에 대한 기대감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 노사관계에 대한 전망’을 묻는 질문에 ‘타협과 공존이 가능할 것’이라는 응답이 ‘갈등이 심화될 것’보다 20.7%포인트 많았다. 장홍근 선임연구위원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노동존중 사회 실현 등을 위해 사회적 대화는 ‘정부 주도형’ 모델보다는 노사정의 파트너십에 입각한 ‘자율형’ 모델로 전환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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