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추진잠수함과 전략핵잠수함의 차이 알고계신가요? [더(The)친절한 기자들]

이재호 2017. 9. 2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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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The) 친절한 기자들]핵추진잠수함 도입 '뜨거운 감자'로 떠올라
핵추진잠수함, 전략핵잠수함, 핵잠수함의 '차이'
효용성 논란과 외교적 난관, 폐기물 처리 문제도
미국 로스앤젤레스급 핵추진 잠수함인 샤이엔(Cheyenne·SSN 773)이 지난 6월6일 오전 해군작전사령부 부산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핵무기와 미사일을 고도화하면서 국내에서 핵추진잠수함(SSN, Submersible Ship-Nuclear powered) 도입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0일 입장문을 내고 “일부 언론이 보도한 한-미 핵추진잠수함 보유 합의 기사는 사실과 다르며 지금까지 양국 간에 어떠한 형태의 합의도 이뤄진 바 없다”고 밝혔습니다. <중앙일보>가 한-미 양국이 핵추진잠수함의 한국 도입을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보도한 내용에 대한 해명이었죠.

그런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청와대의 공식적인 부인에도, 정치권 안팎에선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위한 정부의 실무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가 솔솔 나오고 있기 때문이죠. 지난달 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한국군의 독자적 전력 강화 방안으로 핵추진잠수함을 언급했습니다. 최근 통화에서도 “첨단 무기 보강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과 협조에 사의를 표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문 대통령이 언급한 ‘첨단 무기’가 바로 핵추진잠수함이 아니냐는 겁니다. 또다른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한국군의 전략방어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법 가운데 가장 위협적인 게 핵추진잠수함이라는 건 내부적으로 이미 합의됐으며 어떤 이견이 없다”고 말해 핵추진잠수함 도입에 대해서 강한 여지를 남겼습니다.

크림슨 타이드 포스터.

#핵추진잠수함, 전략핵잠수함, 그리고 핵잠수함

“지구상에는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세 명이 있다. 미국 대통령, 러시아 대통령, 그리고 전략핵잠수함 함장이다”

1995년에 개봉했던 영화 ‘크림슨 타이드’에서 나온 대사입니다. 크림슨 타이드는 미국 본토 위협에 맞서기 위해 러시아의 핵미사일 기지로 접근하는 미국의 전략핵잠수함 ‘알라바마호’에서 일어나는 일을 담은 영화였죠. 알라바마호의 구성원들은 자칫 제3차 세계대전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는 전략핵무기의 발사 여부를 놓고 강한 갈등을 겪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영화 크림슨 타이드에 나온 ‘전략핵잠수함’과 한국에서 이슈로 떠오른 ‘핵추진잠수함’이 다르다는 겁니다. 둘다 줄여서 ‘핵잠수함’으로 부르고 있긴 하지만 전혀 다른 잠수함이죠.

한국의 도입 여부가 주목을 받고 있는 핵추진잠수함은 알라바마호처럼 핵무기를 탑재한 잠수함이 아닙니다. 추진 동력이 핵에너지인 잠수함이에요. 핵에너지를 동력으로 사용하면 연료 보급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의 디젤엔진 잠수함 보다 오랜 기간 동안 임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주장하는 쪽은 북한이 전략핵무기를 실은 잠수함을 남쪽으로 보내서 후방에서 공격하는 것을 상시적으로 감시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합니다. 국내에 배치된 모든 레이더들은 북쪽을 향해 있어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전략자산이라는거죠. 그러니까 한국은 핵(추진)잠수함을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핵미사일을 도입하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 해군 11전대 소속인 6900t급 핵잠수함인 ‘샌프란시스코함’(SSN-711)이 진해항에 정박해 있다. 진해/사진공동취재단

#핵추진잠수함 효용성 논란

그런데 핵추진잠수함 도입의 실효성에 대해서 이견이 존재합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청와대 관계자가 밝힌 것처럼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감시하기 위해서는 핵추진잠수함 도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합니다.

자주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은 21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잠수함발탄도미사일은 발사 전에 들리는 소리를 감지하고, 어뢰를 쏴서 막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북한 신포(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기지가 있는 곳) 앞에 핵추진잠수함을 계속 대기시켜야 한다”고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그는 “과거 미국과 소련(러시아)이 서로 견제 임무를 수행할 때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한 것은 감시·추적 임무에 핵추진잠수함이 최고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는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습니다. 그는 “핵추진잠수함이 속력이 빠르고 오래 잠수할 수는 있지만 수십 킬로미터 밖에서 탐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감시 기능이 대단한 건 아니라고 했습니다. 김 교수는 “소음이 상대적으로 심한 핵추진잠수함이 신포 앞에서 북한의 잠수함을 요격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북한이 핵미사일을 실은 잠수함을 여러대 보내면 어디에 무엇이 탑재돼 있는지 알 수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디펜스 타임즈 김대영 편집위원은 “북한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말고도 핵미사일을 쏠 수 있는 수단이 많다”며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신중론’을 펼쳤습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탑재한 미국의 대표적인 전략핵잠수함인 오하이오급 플로리다호가 2013년 7월3일 조지아주 킹스베이 해군잠수함 기지에서 출항하고 있다. 미 해군 제공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외교적 난관

효용성 여부를 떠나 외교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1991년 12월 남과 북 사이에 체결된 ‘한반도 비핵화 공동 선언’ 2조는 “남과 북은 핵에너지를 오직 평화적 목적에만 이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어요. 핵의 군사적 이용을 금지하고 있는 것이죠.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할 수 있는 명분이자 근거이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미 북한은 사실상 핵무기 보유를 선언했기 때문에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사실상 폐기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2015년 4월에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도 큰 걸림돌이에요. 핵추진잠수함에는 연료용 농축 우라늄이 필요한데요. 한-미 원자력협정 11조는 20% 미만의 우라늄 농축을 허용하고 있긴 하나, 서면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미국이 외교적 반발을 무릅쓰고 한국의 핵추진잠수함을 용인할지 의문입니다.

현재 핵추진잠수함을 보유한 나라는 핵무기 보유국인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인도 등 6곳 뿐입니다. 브라질이 최근 프랑스로부터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죠.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핵추진잠수함을 도입하면 일본도 도입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국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때 했던 것처럼 거센 저항과 경제적 보복을 감행할 수도 있죠.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에도 해군이 핵추진잠수함 건조 계획을 추진했으나 언론에 공개돼 논란이 일자 포기했습니다.

김동엽 교수는 “결국 미국의 뜻에 달려있으나, 미국이 일본과 브라질 등 국제사회의 반대를 감내하고 한국에 (핵추진잠수함 도입을) 허락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한다고 해도 미국이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더 많은 옵션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녹색연합이 경남 진해 해군 소모도기지에서 촬영한 미국 핵잠수함 로스엔젤레스호(SSN-688) 정박 모습을 공개하고 있다. 녹색연합은 핵잠수함이 우리 영해에 정박하는 것은 한반도 비핵화선언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정우 기자 woo@hani.co.kr

#핵폐기물, 승무원 건강 문제

이밖에도 핵추진잠수함에서 발생하는 핵폐기물 문제와 승무원의 건강 문제도 고려해야할 대상입니다.

김대영 편집위원은 “핵추진잠수함은 움직이는 핵 발전소인 셈인데 인근에 있는 주민들이 동의를 할지 의문이 든다”며 “한국으로서는 처음 운영하는 것으로, 연료봉을 교체할 때 사고 가능성이 열려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핵추진잠수함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 이일우 사무국장도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이 2018년이면 보관에 한계가 도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핵추진잠수함에서 발생하는 핵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핵추진잠수함에 탑승하는 승무원의 건강도 문제입니다. 미국과 러시아에 비해 핵 기술이 뒤떨어졌던 중국이 무리하게 핵추진잠수함을 운용하면서 승무원들이 위험 수준의 방사능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승무원들의 정신건강도 큰 이슈입니다. 3개월 이상 밀폐된 공간에 머물 경우 정신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는데요. 이 때문에 냉전시대 때 미국과 러시아는 핵추진잠수함을 90∼100일 정도를 한주기로 운용했습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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