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줄 죄는 美, 핵실험하는 北..한은 금리인상 '시험대'

유엄식 기자 입력 2017. 9. 2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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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연준 자산축소 및 12월 금리인상 시사, 북한 리스크에 경기둔화 우려..이주열 한은 총재 "셈법 복잡해졌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1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금리인상 신호를 켠 한국은행이 큰 고민에 빠졌다. 본격적인 긴축을 시작한 미국을 따라 금리인상을 선택하기에는 경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어서다. 그 중심에는 북한 리스크와 하반기 국내 경기둔화 우려가 자리잡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셈법이 복잡해졌다”는 표현을 쓰면서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아직은 연내 금리동결 전망이 우세한 시장은 한은의 통화정책 대응에 주목한다.

◇ 예고된 美 긴축…국내 경제‧금융 영향에 주목=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0일(현지시간) 열린 9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 4조5000억달러에 이르는 보유 자산을 점진적으로 줄이겠다고 공식화했다. 12월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번 회의에 앞서 시장 일각에선 미국 물가상승률이 낮아 12월 FOMC에서 금리를 올리기 어려울 것이란 기대심리가 형성됐다. 그러나 이날 연준이 공개한 점도표(dot plot)에 따르면 올해말 기준금리 경로를 1.50%에서 1.75%로 옮긴 위원들이 되레 늘었다. 이전보다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더 실린 것이다.

이 총재는 9월 FOMC 회의 결과가 한은의 예상에 부합하며 그 자체만으로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그는 “북한 리스크 전개 양상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질 우려가 있다”며 “시장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북한 리스크가 미국 긴축 변수와 맞물려 금융시장에 예상치 못한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힌 것이다.

한은이 최근 공개한 8월 금통위 의사록에서도 이와 비슷한 의견이 있다. “우리도 선진국처럼 통화정책 기조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며 금리인상을 지지한 한 위원은 “지금처럼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진 가운데 변경할 정도로 시급한 상황은 아니다”는 신중론을 폈다. 또 다른 위원은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너무 빠르거나 늦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며 금리인상 시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를 고려할 때 다음 금통위 회의까지 금융시장 변동성과 자본유출입 문제 등이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재닛 옐런 미국 연준 의장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의 FOMC 정례회의가 끝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FOMC는 예상대로 금리를 1.00~1.25%로 동결했으나 연내 총 세 차례 인상 전망은 그대로 유지해 12월에 금리인상 가능성을 예고했으며, 다음 달부터?양적긴축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AFPBBNews=뉴스1


만약 미국 긴축에도 대규모 자본유출입이 발생하지 않고 성장, 물가 경로도 한은 예상에 부합된다면 연내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도 적잖다. 반대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국내 경기도 불안하다면 금리인상 시기가 내년으로 밀릴 수 있다.

한은 내부에선 한미 양국 기준금리가 역전되더라도 곧바로 자본이 빠져나가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3800억달러를 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외환보유액과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해외투자 확대 등이 그 근거다.

이 총재는 “내외금리차 확대시 문제가 생기면 통화정책 고려 요인이 될 수 있다”며 “하지만 그것만 가지고 통화정책을 결정할 수 없다. 국내 경기, 물가 경로가 중요한데 여기에 북한 리스크가 있으니 셈법은 복잡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 주요국 통화정책, 가계부채도 주목=정부는 선진국 통화정책 변화를 면밀히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확장적 정책 기조를 이어온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정책 방향 변화 신호가 조금씩 확고해지는 것 같다"며 "경제는 심리에 영향을 받는 만큼 시장에 과도한 불안심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철저히 차단하겠다"고 했다.

총액 14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도 금리인상시 중요한 고려 요인이다. 한은이 금리를 올리면 시장금리가 상승해 기존 대출자의 이자상환 부담이 커진다. 앞서 한은은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를 경우 가계 이자상환 부담이 약 9조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가계대출이 부실화되면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돼 성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때문에 금리인상으로 가계부채 증가세를 안정화시켜야 한다는 지적에 한은은 부정적이다. 이 총재는 앞선 통화정책회의 기자회견에서 “가계부채 증가세는 기준금리 조정보다 정부의 미시대책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견해를수 차례 밝혔다.

한은은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 효과에 주목한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강화된 만큼 향후 가계대출 증가세는 둔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주택담보대출을 조여 신용대출, 개인사업자 대출 등으로 ‘풍선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경계한다.

유엄식 기자 us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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