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은 '불의 고리' 경계에서만 발생?..상식깼던 中 '탕산 대지진'

이현우 2017. 9. 21. 14:2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각판 내부는 지진없다는 상식깼던 中 '탕산 대지진'
北 지하 핵실험에 백두산 재분화시, 어디서 지진날지 '예측불허'
휴화산 늘어선 추가령구조곡, 남북분단으로 조사도 전무한 상황

1976년, 중국 허베이성 탕산에서 발생한 대지진으로 23초만에 폐허로 변한 탕산 지역 모습(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지난 19일(현지시간) 멕시코에서 2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규모 7.1의 강진이 발생하자마자 뉴질랜드와 대만, 일본, 인도네시아 등 이른바 환태평양 내 '불의 고리'라 불리는 지각판 경계선에 위치한 지역들에서 지진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지진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반도 지역은 이 불의 고리에서 안쪽으로 벗어나 있지만, 완벽히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보통 한반도 내에서 수백년간 강력한 지진 발생이 없었던 서해안 지역들은 지진발생 위험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판의 경계선 내부에 위치한 지형이라 해도 어떤 지질적 변화가 진행되는지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동아시아 내에서도 지진으로부터 상당히 안전한 것으로 알려진 베이징(北京) 인근에서도 1976년, 탕산 대지진과 같은 엄청난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었기 때문이다.

탕산 대지진 진원지 및 피해지역(사진=위키피디아)


탕산 대지진은 1976년 7월, 중국 허베이(河北)성 탕산(唐山)에서 일어났던 지진으로 리히터 규모 7.8을 기록했으며 수십만명이 사망했던 인류 역사상 최악의 지진으로 기록돼있다. 공식 사망자 집계는 24만명 수준이었으나 당시 문화대혁명 기간에 놓였던 중국정부가 축소, 은폐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 사망자는 7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엄청난 규모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이 지역이 전통적으로 지진과 거리가 먼 지역으로 내진설계나 대비가 전혀 돼있지 않은 도시였기 때문이다. 황해 일대는 유라시아판과 태평양판이 충돌하는 일본 등 주요 판 경계와 상당거리 떨어진 곳이어서 역사기간동안 큰 지진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과거 빙하기 시절 육지였던 얕은 내해인 황해를 끼고 있어서 지진이 발생해도 충격파 전달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알려져있었다.

탕산 대지진 당시 엿가락처럼 휘어버린 철도 모습(사진=위키피디아)


그러나 탕산 대지진은 이런 상식을 한번에 무너뜨렸다. 이 지진은 땅이 흔들리는 형태로 일어난게 아니라 도시를 떠받치고 있던 지반 자체가 내려앉는 형태의 직하형 지진이었기에 글자그대로 도시가 한순간에 '가라앉은' 지진이었다. 그러다보니 대피가 더욱 어려웠다. 탕산 지역 일대는 산이 없고 모두 평지로 구성돼 지하에 위치한 지반이 물처럼 녹아내리는 액상화가 한꺼번에 진행, 땅이 그대로 주저앉으면서 피해가 컸다.

지진 자체로 보면 실제 지진 지속 시간도 짧고 여진도 별로 없는 지진이었다. 미리 내진설계만 철저하게 했다면 피해는 훨씬 줄일 수 있었느나 지진 경험이 없다보니 아예 생각조차 못했던 것. 여진 피해도 불규칙하게 발생했다. 수백킬로미터 떨어진 지역에서는 여진 피해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으나 또 바로 옆에 있는 톈진(天津)같은 대도시는 피해가 크지 않았다. 기반암의 차이, 내부 단층 구성에 따라 같은 지진파를 받아도 받는 충격은 천지차이기 때문이다. 탕산 지역이 지하 단층대 가운데에 위치했단 사실도 대지진 후에야 확인됐다.

남북한 휴전선 일대에 걸쳐져있는 추가령구조곡은 휴화산들이 늘어선 지형이지만 휴전선 일대에 걸쳐져서 조사가 거의 이뤄지지 못한 지역이며 백두산 재분화시 어떤 영향을 받을지 예측하기 어려운 지역이다.(사진=두산백과)


사실 대부분의 지진, 해일이 이른바 '불의 고리'라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서 주로 발생하다보니 판 경계 내부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실제로 지진은 언제, 어디서, 어떤 규모로 일어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재앙 중 하나다. 태풍이나 폭우는 예상 이동경로 등을 예보를 통해 추정해볼 수 있지만 지진은 이것을 전혀 알 수 없다. 특히나 한반도 일대는 지하에 단층이 몇개나 되는지, 어디가 어떻게 이뤄져있는지 정확한 조사조차 돼있지 않아 막연한 예상도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북한의 계속되는 지하 핵실험으로 백두산의 마그마층이 계속 자극을 받으면서 만에 하나 백두산이 재분화할 경우, 이 여파가 어디에 어떻게 미칠지도 전혀 예측할 수 없다. 중국의 탕산 대지진처럼 지진 경험이 전무했던 지역에서도 갑자기 지진이 발생할 수 있으며 과거 휴화산들이 위치해있는 추가령 구조곡, 남부지역의 단층대들에도 어떤 영향을 끼칠지 예측이 불가능하다. 만에 하나 2500만명이 거주하는 수도권 일대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경우, 인명피해는 물론 경제적 손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