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HTC 합병발표 임박 왜?..하드웨어 내재화 시동

박성우 기자 입력 2017. 9. 21. 14:03 수정 2017. 9. 2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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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소프트웨어에서 하드웨어까지 확대⋅HTC, 구글 안드로이드 정착에 큰 공구글 HTC 인수로 고민 깊어진 삼성·LG·애플

대만증권거래소가 HTC의 주식거래를 중단하겠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대만증권거래소 홈페이지 캡처

지난 2014년 모토로라 매각한 구글이 대만 스마트폰 업체 HTC를 인수하며 새 승부수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HTC는 2008년 세계 최초로 구글의 모바일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스마트폰 ‘드림(Dream)’을 출시하는 등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초기 정착에 큰 공을 세웠다.

20일(현지시간) 대만 커머셜타임즈에 따르면, HTC는 대만 증권거래소를 통해 “내일(21일) 중요한 발표를 준비 중이다. 주식거래도 중단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같은 HTC의 발표에 대해 대만 현지 매체들은 구글의 HTC 인수가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IT 전문매체 더버지도 ‘중요 발표’에 대해 구글의 HTC 인수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HTC는 스마트폰 판매 부진으로 가상현실(VR) 헤드셋 사업인 ‘바이브’를 분사시키거나 스마트폰 사업을 매각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왔다. 다만, 일각에서 구글이 스마트폰이 아닌 VR 사업부를 인수할 수 있고, 혹은 또다른 제 3의 기업이 HTC 일부를 인수할 수 있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생태계까지 다먹겠다” 구글의 야망...HTC는 어떤 회사?

구글 제국을 만들겠다는 구글의 야심이 소프트웨어를 뛰어넘어 하드웨어 영역까지 확장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해 5인치 픽셀과 5.5인치 ‘픽셀XL’을 공개했다. 이른바 구글이 ‘메이드 바이 구글(made by google)’ 시대를 선언한 것이다. 올해 10월에는 두 번째 픽셀 시리즈인 ‘픽셀2’와 ‘픽셀2 XL’를 출시할 예정이다.

구글이 하드웨어 사업에 진출하는 배경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안드로이드 OS의 영향력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시장 조사 업체 가트너가 발표한 1분기 스마트폰 OS 점유율 자료를 보면 안드로이드는 86% 점유율로 부동의 1위를 기록했다. 애플 iOS는 14%, 윈도는 0.1% 수준이었다.

또한 구글은 스마트폰 사업 진출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생태계에서 구글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가전 제품과 다양한 액세서리, 사물인터넷(IoT), 스마트홈 등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도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구글이 최근 자체 브랜드 프리미엄폰인 픽셀폰의 성공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며 “하드웨어 업체인 HTC까지 인수하게 되면 애플에 큰 도전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구글은 지난해 전 모토로라 CEO를 지낸 릭 오스텔로(Rick Osterloh)를 하드웨어 부문 총괄 책임자로 임명했다. 이후 구글은 픽셀폰을 비롯해 인공지능(AI) 홈 스피커인 ‘구글 홈’과 가상현실(VR) 헤드셋 ‘데이 드림 뷰’를 잇달아 출시했다.

구글과 HTC는 협력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HTC는 지난 2010년 출시된 구글의 첫 레퍼런스폰 ‘넥서스 원’의 생산도 맡았다. 레퍼런스폰이란 구글이 출시한 새 안드로이드 OS를 가장 먼저 탑재, 개발자들이 앱을 개발할 때 참고가 되는 스마트폰을 말한다. 이후 2016년에는 구글이 넥서스 브랜드를 버리고 자체 브랜드인 ‘픽셀'을 출범시켰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HTC는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가상현실(VR) 헤드셋 ‘바이브’ 사업도 하고 있어 구글과 협력할 분야가 많다"며 “구글이 HTC를 인수할 경우 스마트폰 제조 생태계에 큰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구글과 HTC는 인수협상에 대한 코멘트를 거부했다. 그러나 구글은 매각 협상이 진행중인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았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전했다.

◆ “클릭⟶터치⟶VR 인터페이스 빅뱅을 준비하는 구글...스마트폰보다 VR에 관심

일각에서는 구글이 HTC 인수에 관심을 두는 배경에 대해 스마트폰보다는 VR 경쟁력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HTC는 삼성, 소니에 이어 VR, AR 기기 시장 점유율 3위 기업이다. 실제 HTC는 VR헤드셋 바이브를 출시하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선 VR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만 현지매체에 따르면 HTC는 전략적 투자자 유치나 바이브 가상현실 헤드셋 사업 분사, 매각 등을 검토하기 위해 자문과 관련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바이브 헤드셋 출하량은 19만여 대에 달했다.

구글이 VR 기술에 관심을 두는 것은 미래 IT기기들의 사용자인터페이스(UI) 변화에 따른 것이다. 1960년대 컴퓨터의 데이터 입출력 인터페이스는 천공카드였다. 이후 사용자가 키보드를 이용해 글자를 직접 쳤고, 1983년 애플이 마우스를 선보인 이후에는 ‘클릭의 시대'가 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95가 등장한 이후에는 ‘그래픽유저인터페이스(GUI)’가 대세가 됐다. 휴대폰과 PDA 등 모바일 시장의 인터페이스도 비슷했다.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본격적인 터치의 시대가 등장했다. 화면을 터치해 글자를 입력하는 게 대세가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터치를 뛰어넘은 새 인터페이스로 말로 명령을 내리는 ‘보이스(목소리)’나 VR⋅증강현실(AR)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많은 사람들이 VR을 얘기할 때 VR헤드셋을 생각하는데, VR의 개념은 가상현실(컴퓨터)와 현실(인간) 사이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의미한다"며 “구글이 추구하는 미래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사업 모두에 인터페이스는 중요한 요소로 구글의 AI 비서 서비스 ‘어시스턴트'와 구글 VR 기술이 더해질 경우 큰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구글의 HTC 인수설에 고민 깊어지는 삼성, LG, 애플

구글이 HTC를 인수할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 제조 기업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픽셀이 갤럭시S 시리즈나 아이폰과 같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한축을 담당할 만큼 성장한다면 애플 역시 마음 편한 상태는 아니다.

특히 구글의 레퍼런스 폰 넥서스 시리즈를 제조하며 구글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온 LG전자의 충격은 크다. LG전자는 지난 2012년 넥서스4를 시작으로 넥서스5, 넥서스5X 등 구글의 레퍼런스폰 개발과 설계, 생산을 맡아왔다. 실제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에 빠지자 MC사업부를 구글이 인수할 수 있다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구글의 픽셀 물량 확보를 위해 그동안 HTC와 경쟁을 펼쳐왔기 때문에 HTC가 구글에 흡수될 경우 픽셀 물량이 줄거나 빼앗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내 증권사 한 연구원은 “구글의 HTC 인수로 가장 민감한 기업은 LG전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LG전자가 G시리즈나 V시리즈 등 프리미엄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손익분기점을 넘을만한 물량이 뒷받침 돼줘야 한다”며 “LG전자가 구글의 픽셀폰2 일부 모델을 위탁생산해 스마트폰 사업을 유지할 것으로 봤는데, 상황이 아주 복잡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현재 LG전자는 픽셀2 XL의 생산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본형 제품인 픽셀2는 HTC가 생산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단기적으로는 구글과 LG전자의 협력관계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구글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공급 받기 위해서 LG디스플레이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고 LG전자 가전제품과 스마트폰에 구글 AI 솔루션 ‘어시스턴트'를 탑재하는 등 AI 생태계 확장에도 협력하고 있는 만큼 구글이 HTC 인수와는 별도로 LG전자와 돈독한 관계를 가져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LG전자는 10월 출시하는 픽셀2 XL을 비롯해 2018년에 출시되는 픽셀3까지 물량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2018년 2분기부터 픽셀3 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인공지능(AI) 독립을 외치며 ‘빅스비'를 출시해 구글과 미묘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는 삼성전자 역시 구글의 스마트폰 사업 진출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갤럭시폰에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하는 만큼 표정 관리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10월 출시하는 픽셀2는 구글의 새로운 운영체제 ‘안드로이드O’와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 ‘구글 어시스턴트'가 탑재되면서 그 어느때보다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상태다.

‘아이폰8’을 준비하는 애플도 구글의 하드웨어 야욕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픽셀2가 성공하면, 아이폰8의 신제품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 애플 최대 과제인 iOS 점유율 확대도 어려워지게 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구글을 비롯해 삼성전자, LG전자, 애플이 스마트폰을 놓고 세트(완제품), 부품, 운영체제, 생태계(앱스토어) 등 여러 가지로 얽히고 설켜있다”며 “구글이 HTC 인수는 스마트폰 업계의 ‘태풍의 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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