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밝은 조명은 '편견'

입력 2017. 9. 21. 11:16 수정 2017. 9. 21.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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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커버스토리
레일등 단 주방, 요리가 뚝딱뚝딱
디자인 조명은 나의 애장품

[한겨레]

베란다를 튼 거실에 주광색 펜던트 조명 2개를 달아 따스하고 은은한 공간을 연출했다. 왼쪽부터 주윤경, 정바음(8), 정하람(10), 성우 정재헌씨.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조명은 적은 비용과 노력으로 최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난 인테리어 소품 중의 하나다. 건축과 인테리어의 화룡점정이라 불린다. 기온이 떨어지고 실내 활동이 많아지는 가을과 겨울에는 가족의 주거 공간인 집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인테리어와 가구 배치가 잘됐어도 조명에 따라 고급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촌스럽게 보이기도 한다. 조명의 중요성을 인지해 인테리어 기획 단계부터 조명 설계와 디자인까지 신경 쓴 집 네 곳을 찾았다.

■ 조명 덕분에 가족 간 유대관계 끈끈해져

“밝고 따뜻하며 아늑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정재헌(43·성우)·주윤경(38)씨 부부는 2014년 봄 꿈에 그리던 내 집을 갖게 됐다. 평소 인테리어와 조명에 관심이 많았던 주씨는 직접 인테리어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무엇보다 그와 가족의 취향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단다. 평소 자주 들렀던 ‘레몬테라스’ 등 인테리어 카페와 업체부터 검색했다. “내가 디자인을 할 콘셉트를 잘 반영해주고, 무엇보다 조명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분을 찾는 게 첫째 조건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업자들은 조명의 중요성을 간과하거나 무시했다. “경제성과 효율을 고려해 공간마다 엘이디(LED)등이면 충분하다”는 식이었다.

이 집은 아파트 1층이다. 고층에 비해 일조량이 많지 않다. 햇볕이 베란다까지만, 그것도 잠시 비출 뿐이다. 주윤경씨는 “실내가 어두워 오히려 조명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집을 선택한 요인”이라며 “거실 베란다를 확장해 카페처럼 꾸미고 싶었다”고 했다.

하람, 바음 두 아들이 거실에 놓인 수납장 앞에서 놀이를 하고 있다. 수납장 위 조명이 평화로운 느낌을 준다.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그가 가장 주안점을 둔 건 베란다 조명이다. 따스한 노란빛인 주광색 펜던트 조명 2개를 달아 차분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했다. 현관, 거실과 주방 사이 공간에도 색온도가 낮은 주광색 형광등을 달아 현관부터 거실, 주방까지 통일감을 줬다. 주씨는 “거실의 엘이디등을 끄고 베란다의 소파나 거실 테이블에서 차를 마시며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으면 저절로 힐링이 된다”고 말했다.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주씨를 위해 밝은 색의 레일조명을 단 주방. 수시로 개수와

이 집의 반전은 레일등을 달아 환한 공간으로 꾸민 주방이다. 조리사자격증 소유자이자 음식 만들기를 즐기는 주씨의 취향을 반영했다. 현재 주방 레일에는 5개의 형광등이 달려 있는데, 수시로 등의 개수와 방향을 조절할 수 있어 요긴하다고 한다. 클래식하게 꾸민 침실에는 샹들리에를, 초등학생 아들 둘이 쓰는 자녀방과 남편 정씨의 서재에는 단순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주는 펜던트등을 달았다. 가장 신경 쓴 건 남편 서재에 있는 피규어장 조명. 남편의 취향을 고려해 인터넷 폭풍 검색을 통해 구입했다. 정씨는 영화 <주토피아> 닉 와일드, 네이버 티브이 캐스트에서 공개된 웹 드라마 <마음의 소리> 조석, 미드 <시에스아이(CSI) 마이애미> 에릭 델코 등의 목소리를 연기한 성우다. 독특한 캐릭터들을 연기한 그답게 다채로운 피규어를 모으는 게 취미다. 팬들이 선물한 피규어도 꽤 된다. 주씨는 “고급 브랜드나 유명한 조명 디자이너의 작품은 없지만, 취향과 형편에 맞게 조명을 연출해서 만족한다”고 했다.

정씨 서재에 있는 피규어장에 조명을 설치한 것이 이채롭다. 윤동길(스튜디오 어댑터 실장)

주씨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가구 배치를 달리하고, 조명을 바꾸는 것으로 공간 분위기를 바꾼다. 적은 돈으로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얼마 전 베란다의 소파와 거실의 테이블 위치를 맞바꿨단다. 주씨는 “은은한 주광색 조명 분위기에 맞춰 테이블 위에 향초를 놓는다”며 “조명 덕분에 식탁과 소파에서 가족끼리 대화를 자주 한다. 보드게임을 하는 시간도 늘어 유대관계가 끈끈해져 매우 좋다”고 말했다.

심융희씨는 거실 한쪽에 가장 좋아하는 루이스 폴센 ‘피에이치’(PH)를 설치했다. 강현욱(스튜디오 어댑터)

■ 조명도 가치 있는 수집품

얼마 전 서울 마포구 성산동 협소주택에 입주한 강혁(41)·심융희(40)씨 부부. 서울 강남의 99㎡(30평형대) 아파트에 살 때 사용하던 조명을 모두 이곳에 다시 달았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조명이 모두 직접 구입한 소장품이기 때문이었다. 심씨는 “4년 전 신혼집을 꾸밀 때 직접 구입한 것들이라서 애정이 크다”고 했다.

영국에서 6년간 유학생활을 한 심씨는 그때부터 조명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단순히 사물을 잘 보이게 하는 용도로 구매한 게 아니다. 일종의 수집품(컬렉션)이다.” 거실의 경우 유명 조명 브랜드 루이스 폴센의 피에이치(PH) 조명과 어울리는 짙은 민트색으로 페인트칠을 했을 정도다. 이전에 전셋집에서 살 때도 그는 조명만큼은 ‘자기 것’을 고수했다. 심씨는 조명 하나가 집안의 분위기를 좌우하고, 가정을 화목하게 만들어준다고 믿는다.

강혁·심융희씨 부부의 협소주택 1층 현관 입구 천장에 걸려 있는 노르만 코펜하겐 ‘바우’(BAU). 강현욱(스튜디오 어댑터)

가장 신경 쓴 것은 현관 입구에 건 덴마크의 제조업체 노르만 코펜하겐의 바우(BAU) 조명이다. 색상이 화려하고, 친환경 나무 재질이라 애초 3살 아들 방에 걸 목적이었는데, 아이 방의 천장이 낮아 현관에 달았다. 심씨는 “조명을 수집품으로 소장하게 되면 그림을 바꿔달듯, 조명의 위치나 전구의 색상을 수시로 교체해 색다른 공간으로 변신시킬 수 있다”고 했다.

2층에서 3층 올라가는 계단 천장에 걸려 있는 유리 펜던트 조명. 로맨틱한 침실이 아님에도 잘 어울린다. 강현욱(스튜디오 어댑터)

이 집에서 가장 눈에 띈 건 2층에서 3층 올라가는 계단에 건 2개의 유리 펜던트 조명이다. 로맨틱한 침실에 어울릴 법한 조명인데 의외로 잘 어울렸다. 이전 집에서는 옷방과 서재에 각각 1개씩 달았던 것들이란다. 심씨는 “이 집을 설계한 박창현 에이라운드 소장의 조언을 듣고 달았다”며 “실내는 무조건 밝고 쨍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면 조명의 활용도가 무궁무진해진다”고 말했다. 이 조명도 수집품이다.

심씨가 주로 조명을 구입한 곳은 온라인 쇼핑 채널인 ‘이베이’다. ‘직구’(직접 구매)를 주로 한다. 종종 유럽의 유명 브랜드 조명업체 사이트에서도 구입하곤 한다. 빈티지 스타일을 선호하기 때문에 주로 중고 조명을 구입했다. “조명의 구입 경로가 워낙 다양해져 경쟁이 붙다 보니 가격도 예전보다 매우 합리적이 됐다. 중고로 구입하면 가격 부담도 줄이고 일종의 수집품으로서의 가치도 올라가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Lighting

조명 혹은 조명 시설. 빛을 발생시키는 장치. 대부분 전기를 이용하며 백열등, 형광등 엘이디(LED) 등으로 나뉨. 최근에는 엘이디가 효율이 높고 수명이 길다는 장점 때문에 각광받고 있음. 같은 광원을 사용하더라도 직접 조명, 간접 조명 등 빛을 비추는 방법과 위치에 따라 밝기와 분위기가 달라져 인테리어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최근 부각되고 있음.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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