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환천 "웃자고 쓴 詩 청춘 공감..'SNS 시인' 됐어요"

신효령 2017. 9. 21.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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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시집 '사장 부장 다 나가, 혼자 있고 싶으니까'

【서울=뉴시스】최진석 기자 = '사장 부장 다나가, 혼자있고 싶으니까'의 저자 이환천 시인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09.21.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아프니까 청춘이라구요? 언론에서 매번 청춘들을 힘들게만 비추는 것 같아요."

그는 만나자마자 대뜸 사회적 화두를 던졌다.

지난달 두번째 시집 '사장 부장 다 나가, 혼자 있고 싶으니까'(위즈덤하우스)를 낸 이환천(31) 시인이다.

이번 시집을 통해 그는 "청춘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밝고 유쾌하게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시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지금 안 힘든 사람이 없을 정도로 모두가 힘들게 살고 있어요. 하지만 '힘들다'고 계속 말하면 더 힘들어져요. 지친 일상에 잠시나마 웃을 수 있는 여유를 드리고 싶어 사랑, 연애, 직장생활, 다이어트 등을 소재로 삼았습니다."

총 103편의 시가 담겼다. 청춘들의 삶과 사랑에 관한 성찰을 위트있게 담아내 공감을 자아냈다.
그의 시에서는 화려한 미사여구가 아닌 청춘의 일상을 현실적이고 투박하면서도 재치있게 그려냈다.

'월급은빚을 / 이길수없다'('빚' 중에서)

'움직이면/ 돈십만원'('데이트' 중에서)

'작년반성/ 복사하기'('연말반성' 중에서)

특히 변형된 4.4조의 운율로 리드미컬하게 읽을 수 있는 재미가 있다.

'드레스를 / 입고있는 / 아름다운 / 니모습을 / 니옆에서 / 내눈으로 / 직접볼줄 / 알았는데 / 이야밤에 / 모니터로 / 몰래보게 / 될줄이야'('너의 웨딩' 중에서)

'내가겪은/ 실패들이/ 내성공의/ 어머니면/ 아버지는/ 참좋겠네/ 새엄마가/ 많으셔서/('실패' 중에서)
"저희 또래 대다수가 힘든 길을 걸어왔어요. 청소년기에 IMF 경제 위기를 겪었고, 불황으로 취업도 다 잘 되지 않았죠. 하지만 이에 개의치 않고 열심히 살아온 친구들이 많아요. 그런 마음을 대변하고 싶었어요."

직접 그린 삽화도 함께 담았다. "그림에 소질이 있는 것은 아닌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요. 기회가 잘 맞아 떨어지고 운이 좋아서 이렇게 책을 낼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시를 쓰면서 문득 떠오른 좋은 아이디어를 메모해 두는 습관이 자연스럽게 생겼다.

이씨는 "밥을 먹든 술을 먹든 일상생활 속에서 소재를 찾았다"며 "길을 가다가 영감이 떠오르면 휴대폰을 꺼내 메모를 하고, 집에 가서 그에 관해 시를 썼다. 종이에다 시를 적고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다"고 했다.

책 제목의 의미는 직장 생활에 지친 청춘들이 속 시원히 외치고 싶은 말을 담은 것이다.

"진짜 혼자 있고 싶을 때 '다 나가, 혼자 있고 싶으니까'라고 실제로 내뱉지 못하잖아요. 마음 속으로 이런 말을 해봤던 사람들은 저의 시를 더 쉽게 공감할 것 같습니다. 힘든 상황에서도 유쾌하게 웃고 넘길 수 있는 글들이 많아요."

이씨는 SNS에서 이미 유명한 스타다. 2014년 개설한 그의 페이스북 페이지 '이환천의 문학살롱'은 팔로워가 7만명에 육박한다.

【서울=뉴시스】'좋니'로 역주행 신화를 쓴 가수 윤종신은 이환천씨 시를 소개해 SNS에서 화제가 됐다. 2017.09.21. (사진=윤종신 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photo@newsis.com

시작은 친구들과 함께 읽으면서 웃자고 한 일이었다. "친구들끼리 서로 재미있게 보기 위해 시를 올렸는데, SNS 특성상 다른 사람들도 와서 볼 수 있잖아요. 독자들이 많이 공감해주고 좋아해주셔서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이환천의 문학살롱' 프로필에는 이런 말이 쓰여져 있다. "일기 쓰고 엔터만 잘 쳐도 시가 된다."

하지만 이제 그의 시는 일기, SNS를 넘어 책 출간으로 이어졌다. 스마트폰 보편화도 성공에 한 몫했다. 짧은 시간에 간편하게 소비하는 문화콘텐츠 '스낵컬처'를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SNS 시가 인기다.

'좋니'로 역주행 신화를 쓴 가수 윤종신도 그의 시를 소개해 SNS에서 화제가 됐다.

윤종신은 지난달 2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좋으니' 의 '으' 를 넣어야만 했던 제 고민을 너무나 잘 알아주신 이환천 작가님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그러면서 이환천 시인의 '좋니'라는 제목의 시가 담긴 사진을 올렸다. 이 사진에는 4580개의 '좋아요'(9월21일 기준)가 붙었다.

"윤종신씨를 실제로 만난 적은 없다"는 이씨는 "좋아하는 뮤지션이 시를 직접 홍보해줘서 감사했다. 인생에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네티즌들은 그를 두고 SNS 시인이라고 부르지만, 작가로도 불리우고 있다. tvN '인생술집' 방송 작가로 활동 중이다.

그는 "'인생술집'은 연예인들이 간단하게 술을 마시면서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토크쇼"라며 "다른 방송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다. 열심히 일하고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좋은 프로그램에서 방송작가 생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책 속에서도 술을 주제로 한 시들이 많은데, '인생술집'을 하면서 느꼈던 감정을 녹여내고 있거든요."

앞으로도 그는 소소한 일상을 담는 시를 쓰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금보다 더 나이가 들어서 결혼을 하면 또 다른 소재가 생기겠죠? 힘 줘서 쓰는 것보다는 제가 느끼는 감정을 계속 솔직하게 쓰고 싶어요. 꾸준히 SNS 활동을 할 것입니다."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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