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청탁금지법 1년 ①] "사장님, 6인분 따로따로 계산해 주세요"

입력 2017.09.21. 09:31 수정 2017.09.21.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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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치페이 문화 14.6%포인트 늘어나
-손님 “각자 계산이 편한 측면 많아”
-주인 “바쁠때 일일이 카드결제 괴롭다”

[헤럴드경제=최원혁 기자] #. 서울 남영동에 위치한 한 베트남 쌀국수집. 한참 바쁜 점심시간 매장 입구에 손님들이 두줄로 나뉘어 서 있다. 한곳은 차례를 기다리는 손님들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려고 서 있는 줄이다. 직장 동료들과 삼삼오오 함께 식사를 마치고 더치페이로 점심값을 계산하다보니 기다리는 줄이 길어진 것이다. 직장인 김모(38) 씨는 “예전에는 동료들과 돌아가면서 점심값을 냈는데 그땐 종종 부담스러울 때가 있었다”며 “지금은 김영란법(청탁금지법) 영향 탓도 있겠지만 더치페이 문화가 정착돼 눈치 안보고 동료들과 마음 편하게 먹는다”고 말했다.

#. 같은 장소. 식당 주인인 강모(45) 씨는 정신이 없다. 손님의 주문을 받아야 할 시간에 계속 카운터를 지키고 있다. 단체로 온 손님들이 계산은 각자 한다며 여기저기서 신용카드 6장을 내민다. 빨리 계산해 달라는 아우성에 식당주인 강 씨는 속이 타들어간다. 그는 “청탁금지법 이후 확실히 더치페이가 늘어 났지만 솔직히 이런 문화가 부담스럽다”며 “소액결제에 따른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도 함께 늘어나서 반갑지만은 않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사진=각자 신용카드를 내민 손 이미지]

지난해 9월 일명 ‘김영란법’이라 불리는 ‘청탁금지법’이 시행되며 식당이나 술집에서 더치페이는 많이 일반화됐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청탁금지법 시행 1년 국내 외식업 영향조사’에 따르면 더치페이의 경우 청탁금지법 시행전 23.9%에서 시행후 38.5%로 14.6%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한식의 경우 시행전 24.3%에서 시행후 40.8%로 가장 많이 더치페이가 늘었다. 중식과 일식 역시 같은기간 각각 11.6%포인트, 13.4%포인트 씩 상승했다.

이처럼 더치페이를 선호하는 손님들이 늘어나자 식당들은 고역이다. 강 씨는 “불황이다 보니 직장 동료들끼리도 더치페이 하는게 좋다고는 생각한다”며 “하지만 장사하는 입장에서는 번거롭다”고 말했다. 그는 “가게에 들어오려는 손님들과 계산하려는 손님들이 입구에 몰려 내부가 번잡하고 한꺼번에 카드를 받다보면 헷갈려서 잘못 계산할 수도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남영역 인근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김모 씨도 “회전율 높은 점심때 각자 계산해달라면 뭐라 말할 수도 없다”며 “가게가 크지 않아 혼자서 홀을 담당하는데 계산하랴 테이블 치우랴 서빙하랴 너무 바쁘다”고 했다.

한편 청탁금지법 시행 전후의 고객들의 소비형태를 비교해보면 고객 1인당 평균 지출액 ‘3만원 이상’인 경우는 시행 전 37.5%에서 시행 후 27.2%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식사비 상한액 3만원’이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해서 고객들의 소비형태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외식업체 사업주들이 희망하는 상한액은 평균 6만8500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업종별로는 중식이 7만1200원으로 가장 높게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hoig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