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익 응시료만 2년 100만원"..허리 휘는 취준생

이재은 기자 입력 2017. 9. 21.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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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악의 '취업절벽'에 취업준비생 눈앞이 캄캄하다.

한 달에 1~2차례 있는 토익 응시료는 1회 4만4500원.

시험일 한 달여쯤 전인 접수 마감일을 놓친다면 10%가 가산된 응시료 4만8900원을 내야한다.

토익 학원까지 다닌다면 한 달(주5일 수업 기준) 20만원을 웃도는 학원비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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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절벽시대②]블라인드채용 불구 영어성적 여전히 중요..시험 등 비용부담↑

[편집자주] 사상 최악의 '취업절벽'에 취업준비생 눈앞이 캄캄하다. 지난달 청년실업률은 9.4%로, 1999년 8월(10.7%) 이후 최고치다. 취업자수는 21만2000명으로 2013년2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유행처럼 번지는 블라인드 채용은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어학 점수, 자소설(자기소개서+소설)에 매달려야 하는 현실은 여전하다. 하반기 취업시즌을 맞은 취준생들의 고충을 들어봤다.

/삽화=김현정 디자이너

#지난 2월 대학을 졸업한 취업준비생(취준생) 김모씨(25)는 최근 2년간 토익(TOEIC) 응시료로 100만원 이상 지불했다. 그는 "주위에 토익점수 950점 이상을 받은 이들이 많아 900점대 후반은 받아야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한 달에 한 두 번씩 시험을 치르다보니 응시료 부담이 커 아르바이트를 하며 겨우 비용을 댔다"고 말했다.

하반기 주요 기업들의 공채가 시작된 가운데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이 영어성적 부담을 토로하고 있다. 학교, 성적 등을 보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이 확대되는 추세지만 많은 기업들이 여전히 영어시험 점수를 주요 기준으로 삼고 '진짜 영어 실력'을 보겠다며 스피킹(speaking·말하기) 점수까지 요구하는 실정이다.

21일 채용업계에 따르면 SH공사, 조폐공사, KT, 현대자동차 등 많은 공·사기업에서는 여전히 가장 대표적인 영어 시험인 TOEIC(토익) 점수를 요구한다. 삼성, LG, 한화, 포스코 등은 토익스피킹, OPIC(오픽) 등 영어 말하기 시험 성적을 요구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취준생들도 어학시험 등 스펙 준비를 지속하고 있다. 정부가 블라인드 채용 정책을 발표한 가운데 지난달 인크루트가 취준생 361명을 대상으로 '기존 스펙 준비를 계속할 의향이 있는가' 조사한 결과, 76%가 '있다'고 답했다. '어차피 기본 스펙은 갖춰야해서'(39%), '블라인드 채용을 진행하지 않는 기업들도 준비해야해서'(21%) 등이 이유로 꼽혔다.

각 기업별 2017 하반기 공채 시즌을 앞두고 지난달 27일 오전, 토익시험이 실시된 서울 마포구 성서중학교에 마련된 토익 고사장에서 응시생이 고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올 하반기 KT 등 대기업과 공기업에 지원했다는 취준생 윤모씨(26)는 "보통 기업들이 요구하는 토익 점수는 600~700점 이상이지만, 불안감을 없애기 위해서 최대한 높은 점수를 노린다"고 말했다. 그는 "800점 초반대에서 점수가 오르지 않고 있는데, 지인들이 '적어도 850점은 꼭 넘기라'고 말해 토익 시험을 계속 보고 있어 응시료 부담이 크다"고 덧붙였다.

사람인에 따르면 올 하반기 구직자의 토익 평균 점수는 768점이다. 잡코리아에 따르면 KT의 지난 채용 합격자의 평균 토익 점수는 844점·토익스피킹은 7레벨(1~8 레벨 중 최고수준)이었다.

한 달에 1~2차례 있는 토익 응시료는 1회 4만4500원. 시험일 한 달여쯤 전인 접수 마감일을 놓친다면 10%가 가산된 응시료 4만8900원을 내야한다.

2012년 청년유니온에 따르면 국내 대학생의 연 평균 토익 응시 회수는 9회에 달한다. 토익시험을 보기 위해서만 1년에 40만원 이상 지불하는 셈이다. 여기에 스피킹 점수를 내야한다면 △토익스피킹 7만7000원 △오픽 7만8100원 등 응시료도 부담이다. 토익 학원까지 다닌다면 한 달(주5일 수업 기준) 20만원을 웃도는 학원비도 내야 한다. 지난 3월 잡코리아의 설문에 따르면 대학생들의 한 달 생활비는 평균 69만원이다.

대기업 인사담당자 윤모씨는 "기업들도 취준생들의 부담을 알고 있어 상대적으로 낮은 최소 점수 기준을 요구한다"면서도 "해외 자료를 찾거나 해외 손님을 맞이할 때, 지원자 간 우열을 가리기 위해서 등 일정 수준 외국어 능력이 필요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당장 현실을 바꿀 수 없다면 정부가 유사한 어학시험을 만들어 취준생들의 경제적 부담이라도 줄여주는 게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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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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