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차장 출신 80% 대법관·헌법재판관 영전 '승진 보증수표'

이범준·박광연 기자 입력 2017. 9. 21.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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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2005년 이후 고법 부장 승진 대상자 중 탈락자 전무
ㆍ퇴직 후 89%, 김앤장·태평양 등 대형 로펌에 ‘둥지’

2005년 이후 법원행정처(행정처) 출신 판사들이 고등법원 부장판사에 전원 승진하고 행정처 차장 출신자 대부분(80%)이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에 오르는 것은 행정처가 사법부를 장악하고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행정처 출신 판사들은 퇴직 후에도 대부분 김앤장 등 대형로펌에 들어가면서 법원 안팎의 핵심 연결고리까지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행정처 출신 전원 고법 부장에

2005년 이후 행정처를 거쳐 고법 부장판사 승진 시기를 맞은 44명의 판사들은 모두 승진했다. 고법 부장판사가 되면 차관급 대우를 받아 공용차를 타고, 법원장과 대법관이 되는 데도 유리해 다수 판사들이 선망한다. 과거에는 승진에 실패하면 상당수가 법복을 벗기도 했다.

올해 처음 고법 부장판사 승진 대상인 연수원 24기 판사 가운데 행정처 출신 5명이 승진했다. 아직 승진하지 못한 행정처 출신 23·24기 판사 5명이 있지만 같은 기수 판사들이 3년에 나눠 승진하기 때문에 1~2년의 기회가 더 있다.

법원 내부에서는 행정처 출신이라는 이유로 고법 부장판사가 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목소리가 많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보통 판사 7~8년 차에 행정처 심의관으로 가는데 행정처에만 가면 이후 경력이 관리되고 미래가 보장된다”고 했다. 이 때문에 행정처를 가기 위해 평정권자인 법원장의 눈치를 살피는 판사들도 있는 게 현실이다.

■ 고위직은 대법관 ‘로열로드’

행정처 차장은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을 보좌하며 행정처 실무를 총괄한다.

이들은 곧바로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 행정처 경험이 짧아도 차장이 되는 경우도 있는데 대법원장이 대법관에 제청하기 전에 경력을 관리해주는 것이라고 법조계는 분석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차장을 하면서 국회의원이나 언론인들을 집중적으로 만나면서 외부 인맥을 빠르게 흡수한다”며 “대법관이 되려면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인식이 대법원 내부에 있다”고 말했다.

행정처에서 국회 등 대외 업무를 맡는 기획조정실장을 지낸 5명 가운데 4명(80%)도 대법관·헌법재판관이 됐다.

박병대 전 대법관은 기조실장을 3년 하다가 법원장 등을 거쳐 2011년 대법관이 됐다. 강일원 재판관도 기조실장으로 2년 있다가 2012년 헌법재판관이 됐다. 목영준·권순일 전 실장은 이후 행정처 차장까지 거쳐 각각 헌법재판관·대법관에 올랐다.

조사 기간 동안에 차장을 거친 인물 가운데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이 되지 못한 사람은 임종헌 전 차장과 강형주 서울중앙지법원장이 유일하다.

임 전 차장은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사법개혁 학술대회 저지 사건에 연루돼 지난 3월 퇴직했다. 강 전 차장의 경우 문재인 정부로 갑자기 바뀌면서 탈락했다는 설이 나온다.

■ 퇴직 후 88.9%가 대형 로펌행

행정처 출신 판사들은 대형로펌의 핵심 영입 대상이다. 대형로펌이 이들을 찾는 이유에 대해 법조계 관계자는 “행정처에 있으면 전국 판사들의 성향과 친분관계에 정통하기 때문에, 특정 사건에서 어떤 변호사를 배치하고 어떤 식으로 변론을 펼칠지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며 “그래서 행정처 인사심의관 출신의 인기가 특히 높다”고 말했다.

조사대상 행정처 출신 변호사 36명 가운데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19명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2위권 로펌인 태평양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건의 변호인인 송우철 변호사(55) 등 4명을 확보하고 있다.

이용훈 대법원장 시절 사법정책실장인 우리법연구회 창립멤버 이광범 변호사(58)가 대표인 LKB&파트너스에도 3명이 있다. 지금은 법무부 법무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용구 전 변호사(53)가 이곳 소속이었다. 그 외 화우·바른에 2명, 세종·율촌에 1명 등이 있다.

<이범준·박광연 기자 seirot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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