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행정처 전·현직 판사들, 법원·정권·대형 로펌 '공생의 고리'

이범준·박광연 기자 2017. 9. 2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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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청 법무비서관 75%가 판사, 그중 83%는 행정처·대법 출신
ㆍ재판업무 돕는다며 접촉, 되레 사법부 독립 침해 우려 높아
ㆍ청와대·로펌과 연결, 민원 주고받는 ‘윈윈 시스템’ 만들어

법원행정처 출신 전·현직 판사들이 청와대와 김앤장을 비롯한 대형 법률사무소를 넘나들며 법원 안과 밖을 긴밀하게 이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처가 판사의 재판 업무를 돕는다며 정치권과 접촉하고 있지만, 오히려 재판의 독립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향신문이 20일 행정처 등의 인사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10년간 대통령비서실 법무비서관 중 75%가 판사 출신이며, 이들의 83.3%는 행정처와 대법원(재판연구관) 출신으로 조사됐다. 특히 행정처·재판연구관 출신 법무비서관들은 김앤장·태평양 등 로펌을 거쳐 청와대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원행정처 보증을 받은 전직 판사들이 청와대 비서관으로 가면서 법원·대형 로펌·정권을 잇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근혜·이명박 정부에서는 법무비서관 8명 중 5명이 행정처 등과 연관이 있는 인사다. 박근혜 정부에서 우병우 전 민정수석(50)의 ‘황제 검찰조사’ 논란 당시 변호인으로 함께 사진이 찍힌 곽병훈 전 법무비서관(48)은 행정처와 재판연구관에 이어 김앤장에 있다 청와대에 들어갔다. 최철환 전 법무비서관(54)도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김앤장, 김종필 전 법무비서관(55) 역시 재판연구관과 법무법인 태평양을 거쳤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강한승 전 법무비서관(49)이 행정처 심의관과 국회 파견 판사를 거쳐 현직 판사로 있다가 청와대에 들어갔고, 대통령비서실을 떠나서는 김앤장에 입사했다. 이제호 전 법무비서관(52)은 행정처 심의관을 거쳐 김앤장에 입사했다가 청와대에 들어갔고 이후 김앤장에 복귀했다.

반면 노무현 정부 시절 법무비서관 5명 중 판사 출신은 황덕남 변호사(60)와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54)이 있지만 행정처나 대법원, 대형 로펌 경험이 없다. 또 문재인 정부 첫 법무비서관으로 현직 판사에서 곧바로 자리를 옮겨 논란이 된 김형연 비서관(51)도 행정처나 대법원 경력이 없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청와대가 법무비서관을 뽑기 위해 대법원에 직간접으로 의견을 물으면 대법원이 복수의 인물을 추천한다”며 “대법원이 추천하는 인사들은 예외 없이 법원행정처나 재판연구관 출신이며 대부분 대형 로펌에 소속돼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일종의 공생 관계라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청와대로서는 행정처 출신을 통해 대법원에 입김을 넣을 수 있고, 대법원도 청와대에 예산·제도 등 각종 민원을 할 수 있어 양쪽이 ‘윈윈’하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이범준·박광연 기자 seirot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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