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험 짧은데 항소심 맡아 '재판의 질' 하락
[경향신문] ㆍ항소심 재판장 상당수 차지
ㆍ조직논리 추종 경향 커져
ㆍ시민들의 재판권 침해 지적
법원행정처 출신들이 빠짐없이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승진하면서 항소심 재판장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처에 오래 있다 보니 재판 경험이 짧을 수밖에 없는 판사들의 항소심 장악은 재판의 질을 하락시키고 행정처 경험에 따라 조직 논리를 추종하는 경향이 커지면서 시민들의 재판권 침해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선 판사들은 행정처 출신들의 재판 능력에 의문을 제기한다. 한 지방법원 판사는 “법원행정처 판사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반복해서 행정처에 오가면서 고등부장 승진 시기인 20년차에는 함께 임용된 다른 법관들에 비해 재판 경력이 8~9년 적어진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사법시험에 붙어 판사가 되는 사람은 대체로 비슷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다른 일선 판사들이 수많은 재판을 통해 체득한 재판 노하우를 법원행정처에서 사법행정을 했던 인사들이 따라갈 수 없다”고 했다.
행정처 출신들은 판사들로서는 경계해야 할 조직 논리에 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 판사들이 자주 하는 말이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재판만 하는 판사들은 세상 물정을 모른다는 속내가 들어 있다”고 했다. 그는 “법원행정처가 말하는 숲이라는 게 사법부 전체다. 하지만 판사는 나무, 즉 자기 사건만 봐야 한다. 법원 전체를 위해 사건 하나 정도 희생시켜도 된다는 발상은 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법원 내의 의문에도 불구하고 행정처 판사들이 승진을 독차지하는 이유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이윤을 내는 데 특별히 기여하지 않는 대기업 비서실 사람들이 잘나가는 것과 같지 않겠냐”고 했다. 지방법원의 다른 부장판사는 “법원행정처는 대법원장의 비서조직이고 국회 로비 등 재판과 무관한 업무를 한다”면서 “대법원장 업적 쌓기에 충성한 대가를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장의 비서조직이 법원을 장악하는 상황을 합리화하는 것이 이른바 ‘사법부의 독립’이라는 지적도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지난 13일 법원의날 기념사에서 ‘사법(부) 독립’을 9차례 얘기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헌법이 보장하는 ‘법관의 독립’을 ‘사법부의 독립’으로 바꾸는 것은 전형적인 조직 논리”라며 “이런 주장은 슬그머니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라는 식으로 바뀔 수 있고 결국 시민의 권리와 자유를 침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범준·박광연 기자 seirot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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