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조선] '아마존 시대'에도 멀쩡.. 매출 134조 낸 美 코스트코

이용성 차장 입력 2017. 9.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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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코스트코‘아마존 시대’에도 계속되는 창고형 할인마트 성공신화회원제로 ‘저마진·고수익’ 유지… 작년 매출 134조원

미국 마이애미에 있는 코스트코 매장의 전자제품 코너를 한 남자가 둘러보고 있다./사진=블룸버그

131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백화점 체인 시어즈는 올해 42개의 시어즈 매장과 108개의 K마트 매장 등 총 150개 지점을 폐쇄할 예정이다. 또 다른 백화점 기업인 JC페니도 올해 안에 미 전역 138개 매장의 문을 닫고, 온라인 플랫폼 강화에 나선다. 세계 최대 유통기업 월마트는 지난해 미국 내 154개, 해외 115개 등 총 269개 점포의 문을 닫았다.

이 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온라인 유통 공룡 아마존이 있다. 아마존은 유통업과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을 통해 미국인의 소비 방식에 일대 혁신을 불러왔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신속히 사들일 수 있게 된 소비자들은 싫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미국에서 흔히 ‘브릭앤드모르타르(brick and mortar·벽돌과 회반죽)’로 불리는 오프라인 유통매장에는 아마존이 ‘공공의 적’이 된 지 오래다.

그런데 아마존의 급성장에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있다. 월마트와 아마존에 이은 미국 3위 유통업체 코스트코가 그 주인공이다.

◆ 유통업 위기 속 코스트코는 매출 증가 코스트코의 지난 6~8월 동일점포 매출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6%, 6.2%, 7.3%에 달했다. 지난해 말 715개였던 전 세계 매장 수도 8개월 만에(9월 1일 기준) 741개로 26개가 늘었다. 8월 한 달 동안 캐나다와 캐나다를 제외한 글로벌 시장 매출이 각각 8%, 6% 증가하는 등 국내와 해외에서 모두 잘나가는 것도 고무적이다.

이에 따라 상당수의 글로벌 투자전문가들이 아마존과 맞서 경쟁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소매업체로 코스트코를 지목하고 있다.

코스트코는 짐 시네갈과 제프리 브로트먼이 1983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서 설립했다. 1993년 코스트코와 프라이스클럽이 합병되면서 ‘프라이스 코스트코’로 불리다가 1997년부터 지금의 상호를 사용하고 있다. 본사는 시애틀 남동부 이사콰에 있다.

코스트코는 흔히 ‘회원제 창고형 할인마트’로 불리는 대표적인 ‘브릭앤드모르타르’ 유통업체다. 그런 코스트코가 온라인 쇼핑의 황금기에도 높은 품질과 낮은 가격을 앞세워 뛰어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뭘까.

성공 비결 1회원제로 ‘저(低)마진 고(高)수익’ 유지 코스트코는 소비자에게 제품을 값싸게 공급하기 위해 마진율을 최대 15%로 제한하고 있다. 유통업체의 마진 폭은 백화점의 경우 50%, 월마트와 같은 대형할인점은 20~25%에 이른다. 지난해 코스트코의 마진율은 13%로 월마트의 절반에 불과했다. 마진율이 낮다는 건 그만큼 판매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여력이 크다는 뜻이 된다.

수익의 모자란 부분은 연회비 수입으로 채운다. 코스트코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 세계 90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연회비를 납입한 회원은 4760만명이었다. 이를 통해 거둬들인 수입은 26억달러(약 2조9500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의 72%에 달하는 금액이다. 코스트코의 연회비는 국가와 등급에 따라 차이가 있다. 미국의 경우 60~120달러(약 6만8000~13만6000원)다. 일단 회원이 되면 낮은 마진율을 통해 확보된 싸고 질 좋은 상품들을 맘껏 구매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해마다 회원 자격 유지 비율이 90%가 넘을 만큼 고객들의 충성도가 높다. 연회비를 내고 이용하는 만큼 ‘대량으로 많이 구매할수록 이득’이라는 인식이 퍼진 것도 매출 증가에 큰 도움이 됐다.

성공 비결 2품목 수 줄여 가격 경쟁력 추가 확보 코스트코는 통상 4000개 안팎의 품목을 판매한다. 10만개가 넘는 상품을 진열하는 월마트나 7만개의 상품을 파는 카르푸와는 다양성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일반 대형마트엔 브랜드와 무게가 다른 수십 종의 설탕이 있지만, 코스트코엔 5kg짜리 황설탕과 백설탕 각각 한 종류가 있을 뿐이다. 이렇게 상품의 개수를 제한하면 소비자 선택의 폭은 줄어들 수밖에 없지만, 품목별 판매량은 늘어난다. 코스트코는 이런 방식으로 재고를 빠르게 소진해 가격 인하를 유도해왔다. 품목 수가 적으니 상품 진열 및 관리 비용도 적게 든다. 또 빈 자리가 생기면 공급업체 간 경쟁도 치열해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가격 인하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상품구성은 지역 상인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최소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전체 상품에서 식음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57%로 매우 높은 것도 특징이다. 영국계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의 최근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코스트코 방문 고객의 80% 이상이 식료품 구매를 위해 매장을 찾는다. 하지만 수익 면에서 식료품은 고객을 매장으로 유인하는 ‘미끼’일 뿐이다. 식재료를 사러 매장에 들렀다가 ‘특가’ 판매되는 대형 TV 등 가전제품을 구매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저급한 상품은 취급하지 않는다는 게 코스트코의 핵심 전략 중 하나다. 품목별로 가장 품질 좋고, 값이 싸며, 큰 사이즈 하나만 제공하는 것이다. 비슷한 제품 4~5개를 고객이 고르다가 결국 안 사는 것보다, 확실한 제품 하나가 잘 팔리는 게 낫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코스트코는 1년에 13차례 재고를 소진한다. 월마트 등 경쟁 기업은 연간 9차례 재고가 소진된다. 재고 없이 끊임없이 팔아치우는 것도 코스트코의 핵심 경쟁력이다.

성공 비결 3광고비 아껴 내실 다져 코스트코는 광고에 돈을 쓰지 않는다. 오직 고객과 직원들의 입소문에 의지한다. 흔한 전단지 광고도 없다. 기껏해야 선별된 우수 고객에게 할인 쿠폰을 보내는 게 마케팅 활동의 전부다. 코스트코의 최대 경쟁자인 월마트는 매출의 0.5%를 광고비로 쓴다.

비율은 미미하지만, 금액으로 환산하면 24억달러(약 2조7000억원)나 된다. 또 다른 대형 할인유통점 타깃은 매출의 2% 이상을 광고에 할애한다.

코스트코가 광고 없이도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 역시 ‘회원제의 마법’이다. 마진율이 낮아 가격이 저렴한 데다 최대 10만원이 넘는 연회비를 내고 이용하기 때문에 본전을 뽑기 위해서라도 고객 스스로 ‘알아서 자주’ 이용하게 된다. 더구나 수익의 상당 부분이 연회비에서 나오기 때문에 광고비 지출이 늘면 오히려 수익이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타깃처럼 매출의 2%를 광고비로 사용할 경우 산술적으로 수익의 70% 가까이가 줄어든다. 연회비를 통해 이를 메꾸려면 수천만명의 신규 회원을 유치해야 하기 때문에 수지가 맞지 않는다.

성공 비결 4직원 만족도 높여 생산성 제고 코스트코는 소매업계에서 직원 임금 수준이 높기로 유명하다. 신입 직원의 시간당 초임은 13달러(약 1만5000원)로 경쟁 업체와 비슷하지만, 전체 직원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22달러(약 2만5000원)로 높다. 초과 근무 수당을 포함하지 않은 금액이다. 미국 소매업계 근로자의 평균 시간당 임금은 2015년 기준으로 11달러(약 1만2000원)가 조금 넘는다.

주 40시간 52주를 일한다고 하면 단순 계산으로 4만5760달러(약 5180만원)를 연봉으로 받는 셈이다. USA투데이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내년 여름 아이오와주 데이븐포트에 문을 여는 코스트코 매장에서 캐셔로 일할 경우 최대 연 5만6000달러(약 6300만원)를 벌 수 있다. 아이오와주 전체 평균 연봉(4만3540달러)보다 1만3000달러나 많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기에도 코스트코는 고용을 유지한 것은 물론 임금도 소폭 인상했다.

일반 직원과 임원과의 임금 격차도 경쟁업체보다 매우 적다. 월마트의 경우 최고경영자(CEO) 임금이 직원 평균 임금의 800배에 육박하지만, 코스트코의 경우에는 48배에 불과하다. 코스트코 창업자 짐 시네갈이 2012년 1월 CEO 자리에서 물러날 당시 연봉은 35만달러(약 3억9000만원)였다. 여느 글로벌 기업 CEO들이 받는 연봉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금액이다. 하지만 그는 “35만달러도 내겐 충분한 보상”이라며 “코스트코처럼 비용에 민감한 조직에서 CEO가 현장 직원보다 수백 배 많은 연봉을 챙기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높은 임금은 직원의 생산성 향상은 물론 이직률을 낮춰 비용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 퇴직한 직원을 대신할 인력을 채용해 업무에 배치하기까지 기존 직원 연봉의 최저 40%에서 최대 150%의 비용이 들어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코스트코는 업계에서 이직률이 낮기로 유명하고, 직원 1명당 생산성은 업계 최고 수준이다.

시네갈은 기업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직원이라고 믿었다. 이 때문에 그는 관리자들에게 “근무 시간의 90%를 가르치는 데 쓰지 않으면 일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은 것”이라고 할 만큼 직원 교육의 중요성을 늘 강조했다.

하지만 코스트코는 외부에서 유능한 직원을 영입하지 않는 ‘순혈주의’로 비판도 받고 있다. 시네갈은 2012년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우리 회사의 모든 임원은 회사 내부에서 성장하기 때문에 외부 영입은 없다”며 “외부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우리 사람만 생각한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일리 있지만 그게 우리의 장점이며 절대 물러서면 안 되는 원칙 중 하나”라고 말했다.

성공 비결 5독점이 아닌 경쟁하며 성장 후발주자인 코스트코가 독특한 경영방식을 앞세워 급성장하면서 월마트는 한때 위기를 맞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코스트코의 진출은 허용했지만, 월마트의 진입은 막았다. 월마트가 없으면 코스트코의 수익은 당연히 늘어나겠지만 시네갈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캘리포니아주 정부 관계자를 찾아가 “월마트가 있어야 우리도 발전한다”며 월마트의 캘리포니아 진출을 허락해달라고 부탁했다. 미국 코스트코 매장 근처에는 월마트가 있는 곳이 많다. 경쟁을 피하기보다 성장의 발판으로 받아들이는 문화 역시 코스트코가 아마존의 급성장 속에서도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중요한 원동력이다.

아마존이 최근 식품 유통업체 홀푸드마켓을 인수하면서 식료품 시장에서 코스트코와 가격 인하 경쟁을 펼치고 있다. 홀푸드마켓의 과일 코너에서 한 남자가 과일을 고르고 있다./사진=블룸버그

코스트코 미래의 최대 걸림돌은 역시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수익보다 시장점유율이 먼저인 회사다. 지난해 매출은 1359억달러(약 154조원)에 달하지만, 이익은 23억7000만달러(약 2조7000억원)에 불과하다. 충성고객을 확보하면 이익은 따라온다는 창업자 제프 베조스의 신념 때문이다. 그런 아마존이 최근 식품 유통업체 홀푸드마켓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코스트코를 긴장시켰다. 아마존은 이와 함께 유료 회원제인 아마존 프라임에서 홀푸드마켓 회원에게 특별 할인 등을 제공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마존 프라임은 연회비 99달러(약 11만원)를 내면 가격에 상관없이 2일 내 무료배송하는 서비스다.

식료품 시장으로 무대를 옮긴 아마존과 코스트코의 가격 인하 경쟁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지켜볼 일이다.

◆ PLUS POINT‘가격 경찰’로 불리는 창업자 제임스 시네갈 코스트코의 성장을 이끈 주역은 창업자 제임스 시네갈이다. 시네갈은 1983년 변호사 출신인 제프리 브로트먼과 함께 코스트코를 공동 창업해 2011년까지 CEO를 지냈다. 지금도 고문으로 경영에 참여한다.

창업 이후 오랫동안 회장을 맡아왔던 브로트먼은 지난달 74세로 세상을 떠났다. 사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시네갈은 어린 시절을 고아원에서 보냈다. 홀로 된 어머니가 그를 키울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11세가 돼서야 재혼한 어머니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는 샌디에이고시립대 학생이던 18세 때 대형할인점인 ‘페드마트(FedMart)’에서 매트리스 하역 아르바이트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소매업에 관심을 갖게 된 시네갈은 곧 페드마트의 정식 직원이 된다. 그 과정에서 페드마트 창업자인 솔 프라이스로부터 “가치를 창출하고, 직원과 고객을 섬기며, 납품회사를 존중하고,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주주에게 보답한다”는 사업 철학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제임스 시네갈 코스트코 창업자./사진=블룸버그

1976년 페드마트가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가자 프라이스는 최초의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인 ‘프라이스클럽’을 설립했다. 페드마트에서 수석부사장 자리까지 올랐던 시네갈도 그를 따라나섰다. 그러고 7년 뒤 마침내 자기 사업을 시작한다.

공동창업자인 제프리 브로트먼과 함께 750만달러(약 85억원)를 들여 시애틀에 첫 코스트코 매장을 낸 것이다. 1993년에는 프라이스클럽과 합병해 덩치를 키웠다.

시네갈은 매일 아침 스타벅스 커피 두 잔을 마시는 스타벅스 열혈 팬이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창업자와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지만 다툰 적도 있다.

오래전 코스트코가 스타벅스에서 대량 공급받는 커피 가격이 비싸 스타벅스에 ‘제품 매입을 중단하겠다’고 직접 통보했기 때문이다. 둘은 몇 개월간 냉전을 벌였지만 결국 시네갈이 이겨 가격을 낮췄다. 시네갈의 최저가에 대한 집착이 얼마나 강했던지 슐츠는 그를 ‘가격 경찰(price police)’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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