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재 비웃듯 불 밝힌 신의주.. 압록강대교엔 텅빈 버스만

2017. 9. 21.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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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저녁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 압록강대교(중·조우의교) 건너편 북한 신의주엔 건물마다 불이 켜져 있었다.

신압록강대교는 이미 중국 쪽 공사는 마무리됐고, 부근에 단둥 신청사와 학교 등 기반시설까지 완공됐는데 북한 쪽 공사가 지지부진해 개통이 안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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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접경 단둥을 가다
19일 북한 신의주에서 출발한 버스와 소형 트럭들이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로 들어가기 위해 압록강대교 위를 지나고 있다(왼쪽 사진). 승객이 없는 버스가 대부분이었다. 중국 정부의 각종 대북 제재 여파로 단둥 고려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8일 저녁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 압록강대교(중·조우의교) 건너편 북한 신의주엔 건물마다 불이 켜져 있었다. 오랜 제재에 북한의 내성이 길러진 걸까. 최근 유엔의 새로운 제재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전력난은 전혀 없다는 것을 과시하는 것 같았다. 단둥의 압록강대교 근처 강가에는 관광객과 노점상들이 적지 않았다. 겉으론 평온해 보였지만 단둥 곳곳에선 최근 악화된 북·중 관계의 흔적이 역력했다.

단둥 토박이라는 40대 중반의 택시기사 A씨에게 “한국 사람인데 단둥을 보여 달라”고 하자 밤늦은 시간에도 신(新)압록강대교(중·조 압록강대교)로 안내했다. 신압록강대교는 이미 중국 쪽 공사는 마무리됐고, 부근에 단둥 신청사와 학교 등 기반시설까지 완공됐는데 북한 쪽 공사가 지지부진해 개통이 안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2015년 개통 예정이던 신압록강대교는 북한이 공사비용을 전부 중국에 떠넘기려고 해 개통이 늦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북한 쪽 억지 탓도 있겠지만 최근 북·중 관계가 나빠져 언제 개통될지 모르겠다”고 아쉬워했다. 그에게 한국·북한 거리인 고려거리로 가자고 하자 “요새 거긴 찾는 사람이 없어 이 시간엔 대부분 문을 닫았다”고 말렸다.

다음날 압록강대교는 오전 9시 넘어서도 오가는 차량들이 손에 꼽을 정도로 한산했다. 소형버스에는 사람이 거의 타고 있지 않았고, 간간이 트럭도 보였지만 절반 정도는 컨테이너를 싣지 않은 빈 트럭이었다. 과거에는 물동량이 많아 트럭들이 한참을 기다려 통과할 때도 있었다는데 그런 지체도 없었다.

오후 1시쯤 북한 사람들이 귀국하기 전 꼭 들른다는 신류시장을 찾았으나 역시 한산했다. 시장에서 화장품 가게를 하는 양모(여)씨에게 “왜 사람이 이렇게 없느냐”고 묻자 “아까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는데 점심시간이어서 그렇다”고 둘러댔다. 그러나 바로 옆 쇼핑센터를 가보니 매장마다 손님을 맞이하느라 분주했다. 고려거리 역시 오후인데도 가게 주인들 외에 인적이 드물었다.

현지인들은 대북관계 악화로 단둥 지역의 한인이나 조선족 경제도 오래전부터 어려워졌다고 했다. 단둥 소식통은 “중국 정부가 은행들의 대북거래 중단 등 고강도 조치를 이미 지난해 말부터 하기 시작해 지금은 대북 교역 자체가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북한 쪽에 물품을 공급해봐야 돈을 못 받을지도 모르는데 누가 과감히 거래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섬유 산업은 노동집약적 산업이어서 이번 유엔 제재는 평양 인근의 섬유 공장들에 적잖은 타격을 줄 것이라고 했다. 현지에선 섬유 제품 제재가 3∼4개월가량 보류되고 있다는 소문도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였다.

다만 국제사회가 아무리 북한을 압박해도 이미 내성이 생겨 북한은 어떤 식으로든 견딜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단둥의 다른 소식통은 “석탄 수출을 막으니까 오히려 북한 주민들은 연탄을 싸게 사서 쓸 수 있어 좋아졌다는 얘기도 들린다”며 “오랫동안 제재를 받으면서 자급자족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남북관계의 오랜 경색에 북·중 관계까지 악화되면서 단둥에 거주하는 한인 수도 급속히 줄었다고 한다. 이 소식통은 또 “과거 단둥의 대북 무역이 활발할 때는 한인 수가 4000명 정도까지 됐었는데 지금은 아마 수백명도 안 될 것”이라며 “남아있는 한인들도 대부분 대북 사업에서는 손을 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단둥=글·사진 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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