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빼돌릴 구멍은 그대로..부당 보험금 '즉시 환수' 강제해야

전혜영 기자 2017. 9. 21. 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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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산업 5대 현안 분석]<4>-①특별법 시행 불구 작년 보험사기 금액 역대 최고, 보험금 환수 등 법개정 시급

[편집자주]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보험업계에도 많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이 발표되며 실손의료보험의 정체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특수고용직 보호 입법에 따라 보험설계사 조직에 대한 변화도 예상된다. 금융소비자 보호는 더 엄격해질 것으로 보인다. 머니투데이는 5회에 걸쳐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이 보험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전망하는 한편 연금 활성화와 건강관리 서비스 도입 등 주요 정책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국민 복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책 과제를 제언한다.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보험사기로 적발되면 형법상 사기죄로 처벌돼 징역 10년 미만, 2000만원 미만 벌금형을 받았다. 보험금을 노리고 살인을 저지르는 등 강력범죄가 아닌 한 실형이 아닌 벌금형을 받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보험사기는 일반사기보다 더 악질인 만큼 엄벌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며 꼭 1년 전인 지난해 9월부터 보험사기 처벌수위를 강화한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하 특별법)이 시행됐다.

기존 보험사기를 저지른 사람은 그냥 사기범이었지만 법 시행 이후에는 보험사기범으로 분류돼 더 강력한 제재를 받게 됐다. 하지만 특별법이 시행되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던 보험사기는 감소하지 않은 채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 유명무실하다는 논란에까지 휩싸인 특별법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 개선돼야 할 점이 무엇인지 짚어본다.

◇특별법 시행됐는데 더 늘어난 보험사기, 왜?=보험사기는 그간 걸리지 않고 넘어가면 두둑한 보험금을 챙기고 걸려봤자 처벌이 미약해 큰 범죄가 아니라는 인식이 많았다. 이 결과 보험사기는 매년 급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인당 평균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2014년 710만원에서 2015년 780만원, 지난해 870만원으로 증가했다. 보험연구원은 적발되지 않은 보험사기까지 더하면 보험사기 규모가 2014년 기준 4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가구당 23만원, 1인당 8만9000원의 보험금 누수가 발생했다는 의미다. 보험업계는 보험사기의 20%가량만 밝혀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보험업계는 보험사기를 별도 범죄로 구분해 형법상 사기죄보다 엄격한 처벌을 받게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고 이 요청이 받아들여져 지난해 9월30일부터 특별법이 시행됐다.

 특별법 시행으로 보험사기 처벌수위는 기존 10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10년 이하 징역,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높아졌다. 보험사기를 시도하다 실패한 미수범도 처벌할 수 있게 됐다. 상습적으로 보험사기를 저질렀거나 보험사기 금액이 크면 가중처벌도 가능하다. 보험사기를 상습적으로 저지른 사람은 형량보다 50%를 가중해 처벌할 수 있다. 보험사기 금액에 따라 50억원 이상은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에,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은 3년 이상 징역에 처하고 동시에 보험사기로 얻은 이득만큼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강력해진 처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7185억원으로 전년 대비 9.7% 증가했다. 1인당 평균 보험사기 금액도 870만원으로 역대 최고금액을 기록했다. 특별법이 지난해 4개월간만 시행됐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보험사기 적발금액이 증가세라는 점이 주목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오랜 숙원이던 특별법이 시행됐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보험사기가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며 “특별법이 실효를 거두고 보험사기범들이 경각심을 갖도록 후속조치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방의 유혹’ 없도록 부당 보험금 즉시 환수해야=전문가들은 특별법 시행으로 보험사기범에 대한 별도 처벌근거가 마련됐는데도 보험사기가 줄지 않는 이유로 제도적 한계와 홍보 부족 등을 지적했다.

 우선 보험사기 확정 판결자에 대해 보험금 즉시 반환 의무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보험사기범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지만 보험사기로 확정판결을 받아도 보험금을 반환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은닉해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당초 특별법 제정시 보험사기로 취득한 보험금에 대한 환수조항을 두려 했으나 국회 법사위원회 심사과정에서 누락됐다. 법사위는 보험사기로 확정판결을 받으면 보험금은 당연히 반환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환수조항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해 삭제했다.

 하지만 보험사기로 형사재판에서 유죄판결이 나더라도 보험사가 보험금을 돌려받으려면 민사상 부당이득 반환소송을 다시 제기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형사재판 결과가 민사재판에 그대로 반영되는 것도 아니라서 보험사기 여부나 금액을 다시 다투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보험사기 여부나 금액의 입증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소송이 길어지는 동안 보험사기범이 재산을 은닉해 보험금을 환수하지 못하기도 한다. 보험사로선 민사소송을 진행하며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도 문제다. 보험업계는 보험사기 적발시 부당하게 지급받은 보험금을 곧바로 토해내도록 해야 보험사기에 대한 유혹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진형오 손해보험협회 보험조사팀장은 “특별법에 보험금 환수조항을 두면 보험사가 이를 근거로 직접 사기범들이 편취한 보험금의 반환을 요구할 수 있어 민사소송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며 “징역과 벌금 등 형사 처벌 강도에 비해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금 규모가 클 경우 보험사기를 근절하기 어려운 만큼 부당한 보험금에 대한 환수율을 높이는 것이 보험사기 예방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의기 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보험사기는 경제적 이익을 노린 계획적인 범죄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범죄를 통해 이득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며 “범죄수익 환수는 물론 보험사기 적발 즉시 계좌동결이나 재산동결을 통해 보험사기 관련자들이 재산을 빼돌리는 것을 막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필요한 입원·치료도 처벌대상…인식제고 필요=보험사기 확정판결자에 대해서는 해당 보험계약을 즉시 해지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사기로 보험금을 청구해 신뢰관계를 상실한 계약관계를 그대로 유지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보험계약의 선의계약성에 비춰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며 “악의적인 보험계약자에게 계속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은 선량한 다른 계약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꼴이 되기 때문에 해지에 대한 명문규정을 특별법에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범죄 수사기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 등과 협업해 입원이 적정한지 심사를 의뢰할 수 있는 절차 등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하다. 특별법 제7조에 따라 수사기관은 보험계약자 등의 입원이 적정한지 심평원에 의뢰할 수 있지만 세부절차와 기준이 없어 보험사기범들의 허위·과다입원 문제가 근절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 준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입원의 적정성 심사를 의뢰하는 절차를 만들려면 심평원 등이 보험계약자의 개인정보를 보험사와 공유해야 하는데 개인정보 보호문제 때문에 현행법에선 여의치 않다”며 “일부라도 활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인정보보호체계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보험 가입자들의 인식이 전환되도록 보험업계가 전방위적으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특별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불필요한 과다입원과 과다치료 등의 연성 보험사기가 큰 죄가 아니라는 인식이 많다. 이같은 연성사기도 특별법을 통해 처벌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가입자가 상당수기 때문이다. 법 개정 못지않게 보험업계도 보험사기 예방을 위한 교육과 홍보활동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생명·손해보험협회는 특별법 시행 이후 캠페인을 개최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광고하는 등 다양한 홍보활동을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채널을 통해 보험사기에 대해 경각심을 갖도록 대국민 홍보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혜영 기자 mfutur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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