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先親 신현확, 대통령 제안한 전두환에 '건방진 놈' 호통"
"신군부, 최규하 대행 체포 검토.. 아버지, 군부 막으려 출마 고민.. 노태우에 3당 합당도 제안했다"
이승만·박정희 정권의 경제 관료를 거쳐 1980년 격변기에 국무총리를 지낸 신현확(申鉉碻) 전 총리 증언록이 20일 출간됐다. 2007년 별세한 신 전 총리는 생전에 회고록을 남기지 않았다. 대신 신 전 총리의 아들 신철식 우호문화재단 이사장이 이날 발간한 '신현확의 증언'이란 책을 통해 1979년 10·26 사태 이후 전두환 신군부 집권 과정 등을 둘러싼 비화를 공개했다. 신 이사장은 "부친이 생전에 남긴 40시간 분량의 육성 테이프 20개를 바탕으로 증언록을 작성했다"고 했다.
신 이사장은 책에서 "10·26 사태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시해된 이후 전두환을 주축으로 한 신군부가 최규하 대통령을 물러나게 하는 계획에 따라 아버지에게 대통령 자리를 제안했으나 거절했다"고 했다. 책에 따르면 신군부 세력은 10·26 이후 "최 대통령을 체포하겠다"는 말을 했었다고 한다. 최 대통령이 10·26 당일 김계원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부터 "김재규가 범인"이란 말을 듣고도 4시간 동안 침묵했다는 이유였다고 한다.
또 신군부는 1980년 초 최 대통령 대신 신 전 총리를 대통령으로 내세우려 했다는 게 신 전 총리 주장이다. 아들인 신 이사장은 "신군부에서 (1980년 1~2월) 최 대통령을 조기 퇴진시키고 아버지를 과도정부의 새 대통령에 추대하겠다고 노태우를 통해 제안했고, 이즈음 전두환도 사석에서 아버지에게 대통령직을 맡아줄 것을 제안했다"고 했다. 책에 따르면 신 전 총리는 대통령 자리를 제안하는 전 전 대통령에게 "건방진 놈"이라고 하며 거절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80년 4월 전 전 대통령이 보안사령관과 중앙정보부장 서리를 겸하자 본인이 대통령직에 도전할까 하는 고민도 했다고 했다. "내가 대권을 잡으면 군부를 막을 수 있을까"란 생각에서였다고 신 이사장은 전했다.
신 전 총리는 또 최 대통령이 전 전 대통령을 중앙정보부장 서리에 임명하자 "두 사람이 한배를 탔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다만 신 전 총리는 "김정렬 전 총리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라며 "최 대통령은 퇴임 직전까지도 신군부가 자신을 지지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고 했다. 김 전 총리가 신군부의 부탁을 받고 최 대통령에게 사임을 권유하자 최 대통령은 "군이 나를 지지하는데 왜 물러나느냐"고 했다는 것이다. 신 전 총리는 "신군부에서 재차 사람을 최 대통령에게 보내 '물러나라'고 하고서야 최 대통령 사임이 이뤄졌다"고 했다. 이와 관련, 전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펴낸 회고록에서 "내가 12·12 때 최 대통령을 겁박했다거나 대통령직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도록 상황을 몰고 갔다거나 하는 것은 음해"라고 했다. 서로 진술이 다른 것이다. 최규하 전 대통령은 생전에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신 전 총리는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정치적 조언자 역할을 했다. 신 이사장은 "아버지는 1987년 노 전 대통령에게 직선제 개헌 수용을 제안했고 1990년 민정·민주·공화당의 3당 합당을 제안했다"고 했다. 3당 합당 과정에서 신 전 총리는 김종필 전 총리에게 합당을 권유했고, 아들인 신 이사장은 김영삼 전 대통령 차남 현철씨를 통해 김 전 대통령을 설득했다고 한다. 신 이사장은 "아버지는 1992년 대선을 앞두고는 민정계 중진, TK 지역 인사들에게 김영삼 순리론을 폈다"고 했다.
신 전 총리는 1920년 경북 칠곡에서 태어나 대구고보(현 경북고)와 경성제대(현 서울대)를 졸업한 뒤 고등문관시험 행정과에 합격했다. 조선인으로는 처음으로 일본 도쿄의 상무성 수습 사무관으로 발령받았다. 그러나 1944년 일본 규슈 지역 군수관리관으로 발령 나자 한국으로 건너왔다. 해방 후 이승만 정부에서 부흥부장관을 지낸 것을 비롯해 박정희 정권에서도 권력의 핵에 있으면서 '군(軍)·관(官)·재벌 3자 연합체제'를 통한 경제 개발시대를 이끈 인물로 평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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