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핵심고객인 애플 참여, 도시바 마음 되돌렸다

성호철 기자 2017. 9. 2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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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과 SK하이닉스가 참여한 한·미·일 연합컨소시엄이 20일 일본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의 최종 인수자로 결정된 비결은 미국 애플을 끌어들인 '신의 한 수'가 통했기 때문이다.

한·미·일 연합은 애플 이외에도 델(컴퓨터), 시게이트·킹스턴테크놀로지(휴대용 저장장치) 등 반도체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을 대거 참여시키며 도시바 경영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미·일 연합은 도시바의 최대 고객인 애플을 끌어들이며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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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연합, 도시바 인수]
美웨스턴디지털과 반전 거듭.. 美기업 다수 끌어들인 게 묘수
애플은 수요초과 반도체 시장서 안정적인 공급처 확보한 셈
도시바 이사회의결 구속력 없어.. SK "최종 사인까지는 안심못해"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과 SK하이닉스가 참여한 한·미·일 연합컨소시엄이 20일 일본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의 최종 인수자로 결정된 비결은 미국 애플을 끌어들인 '신의 한 수'가 통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도시바가 생산한 낸드플래시의 30% 이상, 금액으로는 연간 10조원 이상을 구매하는 핵심 고객이다. 한·미·일 연합은 애플 이외에도 델(컴퓨터), 시게이트·킹스턴테크놀로지(휴대용 저장장치) 등 반도체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을 대거 참여시키며 도시바 경영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막판까지 치열하게 경합했던 미국 반도체 기업 웨스턴디지털과 30조원대의 거액을 베팅했던 대만의 대표 기업 훙하이그룹은 분루를 삼키게 됐다.

일본 도시바는 20일 이사회를 열어 SK하이닉스가 참여한 한·미·일 연합을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메모리 인수자로 결정했다. 사진은 SK하이닉스 이천 공장 전경. /SK하이닉스

하지만 SK그룹 내부는 "최종 계약서에 사인할 때까지는 안도하기 이르다"는 분위기다. 도시바가 그동안 인수 후보자와 관련해 여러 차례 말을 번복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날 일본 언론은 일제히 "도시바가 한·미·일 연합에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매각하는 방침을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애플 참여가 신의 한 수

지난 2월 시작된 도시바 인수 3파전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혼전 양상으로 진행됐다. 도시바는 6월 한·미·일 연합을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한다고 발표했지만 7월에는 "미국 웨스턴디지털, 대만 훙하이그룹과도 협상하고 있다"면서 태도를 바꿨다. 8월에는 웨스턴디지털이 주도하는 미·일 연합과의 협상을 우선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미에현 욧카이치에 도시바와 합작 공장을 운영해온 웨스턴디지털이 인수 우선권을 주장하며 미국과 일본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자 부담을 느낀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SK하이닉스가 참여한 한·미·일 연합의 도시바 인수는 멀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한·미·일 연합은 도시바의 최대 고객인 애플을 끌어들이며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다. 애플이 한·미·일 연합에 가세하자 도시바는 13일 한·미·일 연합과 매각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당시 "애플이 도시바 인수전에서 킹메이커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델, 시게이트, 킹스턴테크놀로지 등 미국 IT 기업들의 참여도 묘수로 평가된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요 고객사들을 골고루 포함시키면서 경영권에 대한 도시바의 근심을 덜어주는 전략이 통했다"고 말했다.

애플 입장에서도 한·미·일 연합 가세로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처 확보라는 이득을 얻을 전망이다. 현재 메모리 반도체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면서 가격이 치솟고 있다. 도시바의 경영난이 지속돼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자이기도 한 낸드플래시 1위 업체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를 높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SK그룹 "아직은 안심 못해"

하지만 SK그룹의 고위 관계자는 "도시바 측과 최종 인수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때까지는 아직 인수 확정이라고 안도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도시바가 지난 3개월 동안 인수 협상 컨소시엄을 바꿔가면서 계속 인수 금액을 높여왔는데 이번 발표도 또다시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전략일 수 있다는 것이다. 도시바 이사회의 의결이 인수와 관련한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점도 안심하기 힘든 이유다.

게다가 한·미·일 연합컨소시엄과 도시바 측은 아직 인수 조건과 관련해 타협하지 못한 이견(異見)도 남아 있다. SK 측은 이번 컨소시엄의 일원으로 수조원 이상의 자금을 융자 형태로 투자했다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지분으로 바꾼다는 전략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도시바 측은 "CB(전환사채)의 지분 전환 때 SK 측의 지분율 상한을 15%로 제한하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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