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건축 시공사 선정 과열' 단속한다

이성희 기자 입력 2017. 9. 20.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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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논란 된 ‘이사비 7000만원 지원’ 계기…지자체와 합동 점검 검토
ㆍ시공사 결정 총회 앞둔 단지 대상…선물·식사 접대 “명백한 불법”

정부가 서울 반포주공 1단지 ‘이사비 7000만원’ 지원안을 계기로 시공사 선정 과정이 과열된 재건축단지를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점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최근 강남 재건축사업을 중심으로 시공사 선정 과정에 접대, 여행 등 위법행위가 관행처럼 만연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고액 무상 이사비’와 관련해서는 반포주공 1단지의 시공사가 결정되는 오는 27일 조합총회 전까지 위법성 검토를 마무리해 조합원이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돕기로 했다.

국토교통부 당국자는 20일 “서울시와 함께 시공사 선정 과정의 불법행위를 단속하는 합동점검을 검토 중”이라며 “점검 대상은 시공사 선정 조합총회를 앞둔 재건축단지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지난해 서울시 등과 합동점검반을 구성해 개포주공 4단지 등 강남 재건축조합의 운영실태를 대대적으로 조사한 바 있다. 당시 조사가 회계처리 등 조합 비리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에는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건설사가 조합원에게 개별적으로 접근해 과도한 홍보행위를 했는지 점검하겠다는 취지다. 특히 조합 비리나 조합원 대상 과잉 홍보로 쓰인 비용이 결국은 일반 분양가에 전가돼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간 수주전이 과열된 재건축단지에서는 건설사가 조합원을 상대로 선물공세를 하고 무료로 관광을 보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경쟁 건설사와 함께 여는 합동설명회 외에 조합원을 개별적으로 접촉하면 안되지만, 소그룹을 호텔로 초청해 식사를 제공하는 일도 공공연하게 이뤄졌다.

정부가 시공사 선정 과열 실태를 점검하겠다는 것에는 최근 논란이 된 무상 이사비가 기폭제가 됐다. 현대건설은 반포주공 1단지 재건축 입찰전에 참여하며 조합원 가구당 이사비로 7000만원을 무상 지원하겠다고 제시했다(경향신문 9월13일자 16면 보도). 국토부와 서울시는 도를 넘은 무상 이사비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위반되는지 법률 검토를 하고 있다. 국토부 당국자는 “조합총회 때까지 위법성 여부가 결론나지 않으면 조합원이 불안한 상황에서 시공사를 선정해야 하기 때문에 그 전에 결과가 나오도록 조속히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상 이사비와 달리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조합원에게 선물과 식사 등을 제공하는 행위는 명백한 불법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서울시 당국자는 “건설사가 조합원 대상으로 개별 홍보를 하지 못하도록 조합 측에 행정지도를 했다”며 “최근 서초구청이 계속 현장조사를 벌이며 불법행위를 단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합동점검이 이뤄진다면 송파구 미성·크로바아파트와 서초구 한신 4지구가 조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한신 4지구에서 무상 이사비 2000만원을 제안한 롯데건설이 미성·크로바 재건축 입찰에도 거액의 이사비를 내걸 것이라는 얘기가 돌 만큼 두 사업장 모두 수주전이 과열되고 있다.

수주전 혼탁 양상이 도마에 오르자 건설업계는 뒤늦게 ‘공정경쟁’을 전면에 내걸었다. 반포주공 1단지에서 맞붙은 현대건설과 GS건설은 각각 조합에 제출한 ‘부제소 이행각서’와 ‘이행각서’ 등을 이날 공개하며 “총회 이후 조합 결정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이는 수주에 실패하더라도 가처분 소송 등으로 상대편 사업을 지연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내년 부활할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려는 조합원의 표를 얻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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