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벽에 반짝이는 별들

2017. 9. 20.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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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커버스토리
세계적인 조명 트렌드는 오브제화
한국은 다양한 형태의 벽부등이 대세

[한겨레]

앵글포이즈(Anglepoise)의 타입(Type) 1228.

대한민국 주거 형태의 절반 이상이 아파트다. 프랑스 건축가 르코르뷔지에(1887~1965)가 현대식 아파트를 고안해 주거 형태의 패러다임을 바꾼 당시, 아파트란 좁은 땅에 많은 사람이 함께 살 수 있는 새롭고 파격적인 주거 방식이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경제적인 이유로 빨리 높이 쌓아 올린 아파트는 사람들의 삶의 공간을 표준화, 규격화시켰다.

사람은 동일한 구조, 비슷한 면적에 살아도 저마다 삶의 방식과 취향이 있기 마련이다. 과거와 달리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집에 투자하고, 어떤 형태로 살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즉, 집을 자신에게 맞는 스타일로 재편집하려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인테리어에 관심 갖는 사람이 부쩍 늘어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아파트처럼 정해진 틀 안에서 변화를 주기 위한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의 고민과 시도는 끝도 없다. 최근 국내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이 테이블, 의자, 침대 같은 가구 외에 발품 팔아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품목이 있으니, 바로 조명이다.

조명은 빛이다. 따라서 조명 디자인은 빛을 디자인하는 것과 같다.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은 ‘공간에서 조명의 힘이 생각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2017년 가구 디자인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는 ‘자유’와 ‘불균형’이다. 정형화된 디자인은 공간에 안정감을 주지만 시간이 흘러 익숙해지면 지루해 보일 수 있다. 조명 디자인 역시 마찬가지다. 익숙한 형태에서 벗어나 의도적으로 비틀고, 꼬아서 디자인한 조명은 공간을 재미있고 자유로워 보이게 만든다.

루이스 폴센(Louis poulsen)의 유월(Yuh Wall).
구비(Gubi)의 비엘(BL)5.
루이스 폴센(Louis poulsen)의 엔제이피 월(NJP Wall).

2017년 4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밀라노 국제조명전시회’에 참가한 세계적인 조명 디자이너들은 조명의 형태를 달리한 것은 물론이고 조명에 예술적인 감각까지 불어넣었다. 조명을 ‘오브제화’시킨 것이다. 나무 위에 새가 앉아 있는 것처럼, 선반 위에 조명이 놓여 있는 것처럼, 창문 위에 조명이 매달려 있는 것처럼 만들었다. 오브제처럼 보이는 조명은 좁은 평수에 사는 사람에게도 희소식이다. 좁은 공간에 조명 하나 두었을 뿐인데 작품을 둔 것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으니 말이다.

이런 세계적인 조명 트렌드 흐름 속에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유독 두드러져 보이는 조명 트렌드가 있다. 그 전에 당신의 집 안에 있는 조명의 종류를 찬찬히 살펴보자. 천장에 달려 있는 조명 이외에 어떤 것이 있는가? 아마 책상이나 테이블 위에 올리는 테이블 조명, 천장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펜던트 조명, 거실 소파 옆에 세워 두는 플로어 조명 정도를 이야기할 것이다.

얼마 전부터 국내 인테리어 매장에 쏟아지듯 등장한 조명이 있다. 벽부등(벽에 붙이는 조명)이다. 그동안 벽부등은 국내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이 주거 공간을 디자인할 때 추천 목록에도 넣지 않았던 품목이었다. 벽에 구멍을 뚫어야 한다는 사실을 꺼리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과감한 인테리어 디자인을 시도하는 이들이 늘면서 집에 벽부등을 시공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디시 더블유 웨디션(DC Wedition)의 램프 맨티스 비에스2(Lampe Mantis BS2).
비비아(Vibia)의 스위트(Suite) 램프 시리즈.

벽부등을 설치하는 목적은 크게 두가지다. 포인트 조명으로 사용하거나 거실처럼 규모가 큰 공간에 몸체가 긴 벽부등을 설치해 주 조명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다. 작은 벽부등은 형태와 디자인이 다양하다. 보통은 침대 옆이나 현관 통로, 액자 위에 설치하는데, 그 효과는 벽에 그림 한 점 거는 것과 비슷하다. 꺾어지는 관절 조명으로 유명한 지엘드나 아르테미데의 톨로메오의 경우 몸체의 길이를 조절해 빛을 더 멀리 전달할 수 있고, 조명의 각도 또한 자유자재로 변경할 수 있다. 침대에 설치하면 잠자기 전 책을 읽거나 잠을 자다 갑자기 조명이 필요할 때 유용하다. 몸체가 긴 벽부등의 장점은 빛의 위치를 조정할 수 있다는 것. 벽에 붙어 있으니 바닥 공간을 넓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핀란드 조명 브랜드 섹토를 설치하면 주방을 카페 같은 분위기로 연출할 수 있다. 벽부등을 일렬로 여러 개를 설치한 모양새다.

앤드 트래디션(&tradition)의 라이트 포레스트(Light Forest).
플로스(Flos)의 아이시 월(IC Wall).

설치가 어려울 것 같다고? 물론 콘센트에 꽂기만 하면 되는 조명보다 수고스럽다. 그러나 생각보다 쉽다. 인테리어 공사를 할 예정이라면 시공자에게 벽부등을 설치할 위치만 정확히 알려주면 되고, 만약 직접 설치해야 한다면 벽부등을 콘센트에 꽂는 형식으로 만들면 된다. 철물점에 가서 플러그가 달린 전선과 중간 스위치를 구매한 뒤, 벽부등에 달린 기존의 선에 중간 스위치, 플러그가 달린 전선 순서로 연결하면 끝이다. 그다음 조명을 벽에 나사로 고정하고 콘센트에 플러그를 꽂으면 완성이다.

▶▶많이 보는 것이 힘이다

어떤 조명을 선택해야 할지 난감하다면? 사진을 찾아보는 것이 답이다. 실제로 조명이 설치된 다양한 ‘공간 이미지’를 보는 것이 좋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조명 제품 사진 하나만으로 어떤 위치에 조명을 설치해야 할지, 기존에 갖고 있는 다른 가구와 어울릴지 판단하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다. 다만 이미지를 찾아보기 전, 내 공간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한다.

섹토(Secto)의 바르시(Varsi) 1000.

공간의 용도나 크기 등. 어떤 가구를 갖고 있는지 파악해야 내가 설치하고자 하는 조명이 공간에 적합한지 판단할 수 있다. 그다음에 콘텐츠 플랫폼인 핀터레스트나 인스타그램 같은 에스엔에스(SNS)에서 ‘조명, Light, Lamp’ 등을 입력해 검색한다. 아마 몇만개 이상의 이미지가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중 내가 원하는 조명이 설치된 공간 이미지 혹은 기존의 내 공간과 비슷한 이미지를 골라 보면 된다. 조명이 어떤 위치에 설치됐는지, 어떤 가구와 조화를 이루는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만약 여러 가지 조명 디자인을 보고 싶은데 브랜드를 잘 모르겠다면, 온라인 가구 쇼핑몰 사이트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국내 사이트보다는 ‘네스트’(www.nest.co.uk)나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전문 사이트 같은, 외국 온라인 가구 쇼핑몰 사이트를 추천한다. 훨씬 더 많은 브랜드와 디자인, 가격대의 조명 목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운이 좋다면, 세일 가격에 마음에 쏙 드는 디자인 조명을 ‘득템’할 수도 있다.

Lighting 조명 혹은 조명 시설. 빛을 발생시키는 장치. 대부분 전기를 이용하며 백열등, 형광등 엘이디(LED) 등으로 나뉨. 최근에는 엘이디가 효율이 높고 수명이 길다는 장점 때문에 각광받고 있음. 같은 광원을 사용하더라도 직접 조명, 간접 조명 등 빛을 비추는 방법과 위치에 따라 밝기와 분위기가 달라져 인테리어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최근 부각되고 있음.

김은정(<여성중앙> 라이프스타일 에디터), 사진 각 업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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