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에 몸부림칠텐가, 열정에 몸을 맡길텐가

입력 2017. 9. 20. 19:36 수정 2017. 9. 20. 21:4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탱고로 물드는 가을

10년 만에 방한한 '탱고 파이어'
내달 27~29일 세종문화회관서
화려한 관능미·숙련된 무대로
아르헨티나 탱고의 정수 기대케 해

솔로들 가슴 뛰게 할 '매혹의 음악'
고상지·제나탱고 등도 잇단 공연

[한겨레]

10월27일 내한하는 아르헨티나 탱고 공연 <탱고 파이어-욕망의 불꽃>. 크레디아 제공

“이 가을, 사랑하려면 탱고를 춰라!” 10월 공연하는 <탱고 파이어-욕망의 불꽃> 홍보차 16일 한국을 찾은 아르헨티나 탱고 무용수 마르코스 로베르츠가 말한다. “탱고는 두 사람 사이의 긴밀한 교감이 중요한 춤이다. 몸으로 동작으로 호흡하기에, 행동도 정신도 모두 잘 맞아야 한다. 그래서 탱고에서의 파트너십이 인생의 파트너십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로베르츠는 아르헨티나 탱고 무용수의 80%가 파트너와 결혼했다고 짐작한다. 그도 함께 내한한 파트너 루이즈 말루첼리와 12년 전 부부가 됐다.

결혼정보업체들이 내놓는 통계자료를 보면 독신들이 가장 외로운 계절은 가을이다. 그래서일까. 관능적인 탱고 공연이 유독 가을에 줄을 잇는다. 10월27~29일 아르헨티나 오리지널 탱고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탱고 파이어>(세종문화회관 대극장)가 찾아오고, 11월23일에는 고상지가 매혹적인 음색의 반도네온(탱고 음악에 주로 사용되는 소형 손풍금)을 연주하는 <2017 러시아워 콘서트 3-부에노스 아이레스 탱고 카페>(엘지아트센터)를 연다. 탱고와 국악을 함께 선보이는 퓨전국악탱고밴드 제나탱고의 콘서트도 11월29일 전북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열린다. 앞서 이달 7~10일에는 대규모 탱고 축제인 ‘2017 서울 로맨틱 탱고 위크’가 개최되기도 했다.

이 가운데 특히 10년 만에 한국을 찾는 <탱고 파이어>는 메마른 감성을 흠뻑 적셔줄 것으로 기대된다. 2005년부터 12년째 세계 투어 중인데, 여느 탱고 공연보다 화려한 관능미와 숙련된 무대가 극찬을 받았다. 2007년 한국에 처음 선보일 당시엔 공연 관람 비중이 낮은 40대 남성의 티켓 예매율이 다른 공연보다 많은 11%였다고 한다. 1·2막으로 나눠 뒷골목에서 추던 탱고의 기원부터 현대 탱고의 예술적 지위까지 점진적으로 그려내는 ‘이야기’가 있는 게 인상적이다. 1부는 1920년 부에노스아이레스 어느 공원에서부터 1950년 밀롱가(유명 탱고클럽)까지를 다루고, 2부에서는 무용수 각자의 기술과 매력을 강조하며 현대적인 테크닉을 가미했다. 로베르츠는 “2007년보다 더 강렬하고 세밀해졌다”고 말했다. 무용수 5쌍, 모두 10명이 나와 다채로운 춤을 선보인다.

10월27일 내한하는 아르헨티나 탱고 공연 <탱고 파이어-욕망의 불꽃>. 크레디아 제공

탱고가 다른 춤에 견줘 유독 보는 이의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은 테크닉과 감정의 표현력이 완벽하게 맞물려지기 때문이다. 의견은 분분하지만, 탱고는 19세기 말 유럽에서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이주한 노동자들한테서 출발했다는 게 정설이다. 이민 생활의 슬픔과 고됨 등을 탱고로 달랬다고 한다. 탱고 무용수들은 그 짙은 감정을 동작과 표정으로 함께 드러내야 한다. 그래서 로베르츠는 “탱고의 동작은 매 순간, 매초 모든 게 다 정해져 있다. 단 1초도 그냥 두지 않고 정밀하게 나누어 세밀하게 움직인다”고 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모든 움직임이 밀리미터까지 깔끔하게 짜여 있다”고 평했다. 쉴 틈 없는 연습의 결과다. 완벽한 무대를 위해 세계 탱고 챔피언십을 포함해 다수의 상을 받은 최정상급 무용수들은 발레와 재즈, 애크러배틱 기술까지 섭렵했다.

탱고는 여느 장르보다 음악과 춤이 하나로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된다. 말루첼리는 “탱고에서 음악과 춤은 분리되어 있지 않고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고 했다. <탱고 파이어>는 반도네온과 바이올린, 피아노, 콘트라베이스로 구성된 4인조 탱고음악 밴드 ‘콰르테토 푸에고’의 연주에 맞춰 추는 춤이다. 가수 헤수스 이달고의 라이브도 곁들인다. 아스토르 피아졸라부터 카를로스 가르델 등 탱고 거장들의 음악이 펼쳐진다. 로베르츠는 “어떤 순간에서는 춤이 아닌 연주를 집중해서 듣는 것도 탱고 공연을 매력적으로 즐기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 무대에서는 “피아졸라의 ‘아디오스 노니노’가 나올 때” 눈을 감기를 권한다.

19세기 말 위태로운 삶을 위로하던 탱고는 열정적인 그 모습 그대로 지금까지도 수많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설레게 한다. 말루첼리와 로베르츠는 한국 관객들에게 이런 탱고를 마음껏 느껴보라고 말한다. “탱고를 볼 때는 격식을 따지지 않아도 좋다. 환호하고 싶을 때 마음껏 환호하면 된다.”(말루첼리) 로베르츠가 덧붙였다. “한국 관객이 조금 더 소리 질러주길 바란다. 어떻게? ‘마르코스, 보스 소스 엘 메호르~’(마르코스, 네가 최고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사람과 동물을 잇다 : 애니멀피플][카카오톡]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