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실명 환자에게 빛을 줄 '전자 눈' 나온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입력 2017.09.20.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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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업체 임상시험 허가받아
망막에 이식한 칩을 통해
뇌로 직접 영상 정보 보내
시신경 손상된 환자도 혜택
안과 질환 예방하고 치료하는
콘택트렌즈도 상용화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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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모두에게 빛이 되어줄 범용 '전자 눈'이 개발되고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전자 눈이 망막 세포 일부만 손상된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면, 범용 전자 눈은 사고나 질병으로 눈에 심각한 손상을 입은 실명(失明) 환자도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실명을 부르는 안과 질환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콘택트렌즈형 전자 눈도 국내외에서 상용화 연구가 한창이다.

◇뇌로 직접 전기신호 보내 영상 인식

미국의 의료기기 전문기업 세컨드 사이트(Second Sight)는 지난달 말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전자 눈인 '오리온(Orion)'의 임상시험을 허가받았다고 밝혔다. 오리온은 선글라스에 달려 있는 소형 카메라로 영상을 찍고, 이 정보를 전기신호로 바꿔 뇌의 시각중추로 보내는 장치이다.

세컨드 사이트는 베일러대 의대와 UCLA에서 실명 환자 5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오리온은 세컨드 사이트가 시판 중인 '아르구스(Argus)2' 전자 눈의 개량형이다. 다만 영상 정보를 보내는 곳이 다를 뿐이다. 아르구스2는 영상신호를 망막에 이식한 칩에 전달한다. 칩은 다시 이 신호를 시신경에 보내고 최종적으로 뇌에서 영상을 인식한다. 2001년 유럽, 2013년 미국에서 시판 허가를 받았다. 독일의 '알파(Alpha)-AMS'와 프랑스의 '아이리스(IRIS) V2'도 망막에 칩을 이식하는 방식의 전자 눈을 시판 중이다.

세컨드 사이트는 지금까지 아르구스2를 250대가량 판매했다. 가격이 대당 15만달러(약 1억6900만원)로 비싸기도 하지만 대상 환자가 적다는 사실도 영향을 미쳤다. 아르구스2는 망막색소변성증을 앓는 환자를 대상으로 개발됐다. 이 병은 빛을 전기신호로 바꾸어 시신경에 전달하는 세포 기능이 망가져 끝내는 시력을 잃는 질환이다. 망막색소변성증 환자는 전 세계에 150만명 정도로, 3900만명에 이르는 전체 시각장애인에 비하면 적은 수다.

오리온은 아르구스2와는 달리 전체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다. 암이나 당뇨, 녹내장 등 질병이나 사고로 시신경까지 크게 손상됐어도 뇌로 직접 영상 정보를 보내는 전자 눈의 혜택을 볼 수 있다. 세컨드 사이트는 전 세계에서 오리온으로 빛을 볼 환자가 아르구스2의 15배나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컨드 사이트는 지난해 30세 여성 실명 환자의 뇌에 간질 치료용으로 만든 신경 자극장치를 이식하는 실험을 했다. 8년 동안 실명 상태였던 이 환자는 뇌 자극만으로 부작용 없이 빛을 감지할 수 있었다. 이번 임상시험에서는 전자 눈 전용 칩을 뇌에 이식하고 여기로 카메라가 촬영한 영상 정보를 전송할 계획이다. 일리노이대 공대와 호주 모나시대 연구진 역시 뇌를 직접 자극하는 방식의 전자 눈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 망막 자극 방식의 전자 눈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호주 국립대 연구진은 2014년 아르구스2 방식의 전자 눈에 거리를 감지하는 카메라를 추가해 시각장애인이 길을 걷다가 만나는 장애물을 인지하도록 했다. 세컨드 사이트도 지난해 열 감지 카메라를 적용해 사람의 형태를 더 잘 감지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호주 멜버른대 연구진은 망막 안쪽에 칩을 넣지 않고 망막 뒤쪽에 이식해 안전성을 더 높였다.

◇당뇨 진단용 콘택트렌즈도 상용화 임박

안과 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해 실명을 막는 전자 눈도 있다. 포스텍 신소재공학과 한세광 교수는 지난해 혈당 측정과 약물 투여 기능을 동시에 갖춘 콘택트렌즈형 전자 눈을 개발했다. 말랑말랑한 소프트 콘택트렌즈 두 개를 겹치고 그 사이에 전자회로를 넣은 형태다. 눈물에 들어 있는 당분을 측정해 혈당치를 환산할 수 있다. 혈당 수치가 기준치를 넘으면 렌즈에서 약물도 흘러나오게 했다.

한 교수는 현재 국내 콘택트렌즈 제조업체인 인터로조와 상용화 연구를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정부가 세계적 기업 육성을 목표로 추진 중인 '월드클래스300' 지원 대상으로 선정돼 5년간 100억원 규모의 연구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한 교수는 "진단용은 3년 안에 상용화가 목표이고 약물 전달까지는 5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인 구글도 혈당 측정용 콘택트렌즈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와 상용화 연구를 하고 있다. 구글은 임상시험용 제품 생산을 LG이노텍에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 센시메드가 녹내장 환자를 위해 개발한 안압 측정용 콘택트렌즈는 지난해부터 미국에서 시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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