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말리는 경쟁·'만년 대리' 등 부작용..농협, 공포의 '과장 승진 시험' 손본다

양모듬 기자 입력 2017. 9. 20.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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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DB

'승진 고시(考試)'라던 농협의 과장 승진 시험이 내년에 대폭 개편된다고 합니다. 1996년부터 3~5년 차 대리급 농협 직원은 과장으로 승진하려면 '임용 고시'나 '자격 고시' 둘 중 하나를 거쳐야 했습니다. 중앙회·금융·비료·농기계·마트 등 서로 직군이 다른 직원들이 '농협인'으로서 공통 자격을 갖추도록 하자는 취지였습니다. 외압에 휘둘리지 않고 인사를 공정히 하자는 뜻도 있었다고 합니다.

이 중 더 어렵다는 '임용 고시'에 합격하면 1년 내 과장이 됩니다. 상대적으로 쉽다는 '자격 고시'는 합격 시 인사고과 등을 종합해 대략 3년 내 승진이 가능합니다.

고속 승진이 보장되는 만큼 시험 준비가 만만치 않습니다. 임용 고시는 농협법·농협론·농협회계· 농협실무·학술과목(법학·행정학·경제학) 등 준비할 과목도 많은 데다, 상대평가로 승진자가 정해집니다. 매년 응시자 약 1500명 중 합격자는 100명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시험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 보니 부작용이 적지 않았습니다. 동료들의 협조와 묵인 아래 업무에서 벗어나 시험 준비에 매진하기도 하고, 일부는 시험이 다가오면 서울 서대문구 농협중앙회 인근 학원이나 고시원에 등록하기도 했습니다. 계속된 낙방으로 '만년 대리'로 남는 직원도 있었습니다. 출제 위원으로 뽑힌 농협 직원은 공정성을 위해 2주간 모처에서 외부와 고립된 채로 합숙하는 등 시험 출제도 '첩보전'을 방불케 했습니다.

하지만 2019년부터는 농협 전 계열사에 '승진 고시' 대신 'E 실무 과정 패스제'가 도입됩니다. 인터넷 강의 수료자에게 승진 자격을 부여하고, 실무 평가를 통해 승진을 결정합니다. 보수적이고 권위적이던 농협 문화를 업무 지향적이고, 효율적 문화로 바꾸자는 취지입니다. '비즈니스 정장'을 고집하던 출근 복장도 한결 자유로워집니다. 다음 달부터는 월~목요일에는 넥타이를 매지 않아도 되는 '노 타이' 복장이, 금요일에는 셔츠를 입지 않아도 되는 '비즈니스 캐주얼'이 허용됩니다. 한결 유연해지는 농협 조직 문화가 좋은 열매 맺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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