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천군만마 日 도시바..공식발표는 '아직'

장은지 기자 2017. 9. 20.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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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혼전 거듭한 끝에 한미일 연합 승리로 가닥
SK하이닉스 낸드 도약 계기..실익 여부는 의견 분분
1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SK하이닉스 분당사무소에서 직원들이 퇴근을 하고 있다. 도시바는 이날 오후 반도체 사업 매각과 관련해 '한미일 연합'과 중점적으로 협의하기 위해 각서를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한미일 연합은 SK하이닉스, 베인캐피털 등으로 구성돼 있다. 2017.9.13/뉴스1 © News1 오장환 기자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혼전을 거듭하던 일본 도시바의 반도체사업 매각이 결국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의 승리로 기울었다. SK하이닉스는 일단 안도하면서도 공식발표가 나올때까지는 결과가 뒤집힐 수 있다는 일말의 불안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도시바가 몸값을 높이려고 수차례 말을 바꾼 전력이 있었던 터여서다. 도시바와 한미일 연합의 최종계약 일정이 남아있고 최대 걸림돌인 웨스턴디지털(WD)의 행보도 변수다.

SK하이닉스 "최종결과를 아직 듣지 못했다"

일본 현지언론은 20일 도시바가 메모리 사업 부문을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에 매각한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보도했다. 한미일연합에는 SK하이닉스 외에 미국계 사모펀드 베인캐피털과 일본 국책은행인 일본정책투자은행, 민관펀드인 산업혁신기구가 참여했다. 미국의 애플과 델 등도 막판 합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수대금은 지난 6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당시보다 4000억엔(약 4조원) 늘어난 2조4000억엔(약 24조원) 수준이다.

그러나 SK하이닉스 측은 "아직 최종결과를 연락받지 못했다"며 "도시바의 공식발표를 기다리고 있다"고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최종 본계약이 이뤄진 것이 아니고, 그간 도시바가 수차례 말을 바꿔온 점을 고려, 인수에 성공했다는 표현을 쓰는 것을 꺼리고 있다.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도시바의 행보를 더 지켜보겠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가 공식입장을 내놓지 못하는 이유는 도시바의 전력 때문이다. 원전 사업 실패로 천문학적인 빚을 진 도시바는 내년 3월까지 빚을 갚지 못하면 상장폐지 될 위기에 놓여있다. '황금알'과 같은 낸드플래시 사업을 팔아야 하는 도시바로서는 한푼이라도 더 몸값을 높이기 위해 말을 여러차례 바꿨다.

6월 말 한미일 연합이 우선협상 대상자라고 발표했던 도시바는 7월10일 미국 웨스턴디지털(WD), 대만 홍하이와도 협상을 재개한다고 말을 뒤집었다. 이후 지난달 27일에는 "미국 WD가 우선협상대상자로 바뀌었다"는 보도가 나왔고 이후 또 나흘 만에 "세 곳의 컨소시엄과 원점서 협상을 검토한다"고 입장을 변경했다. 이후 2주 뒤에는 다시 한미일연합이 유력 인수후보로 부상했다.

◇ SK하이닉스 낸드도약 계기…실익 있을지 의견은 분분

낸드플래시 시장 세계 5위인 SK하이닉스는 2위 도시바와 손잡고 낸드플래시 경쟁력을 단기간에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SK하이닉스와 도시바 반도체간에 기술 협력이나 설비활용 등 전략적 제휴가 이루어질 경우, 상대적으로 열세인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부문 경쟁지위 개선이 전망된다"며 "중국 및 대만 등 잠재적 경쟁 기업들의 시장진입을 차단함으로써 시장 경쟁강도가 심화될 가능성을 다소 축소시킬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올해 2분기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도시바의 점유율은 삼성전자(38.3%)에 이은 2위(16.1%)였다.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10.6%로 업계 5위다. WD 점유율은 15.8%다. 업계 5위로 낸드플래시 시장 공략이 급선무인 SK하이닉스는 2위 도시바와 손잡게 되면서 시장 지배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 낸드플래시 메모리에 대한 원천기술을 가진 도시바 반도체와 협업을 통해 특허 분쟁 등도 손쉽게 피해갈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D램 시장 세계 2위의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낸드플래시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아직 두각을 나타내지 못해왔다.

세계 1위인 삼성전자의 낸드플래시 경쟁력을 따라잡으려면 하이닉스의 자체 기술력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이에 도시바 반도체사업 지분이 매물로 나온 이후 하이닉스의 지분 인수 가능성이 제기돼왔다. SK하이닉스는 D램 시장 세계 2위의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삼성전자와 달리 낸드플래시와 시스템반도체가 매우 취약하다. 하이닉스는 2012년 SK그룹에 인수된 뒤 낸드플래시 성능을 좌우하는 컨트롤러 전문 회사인 미국 LAMD를 2000억원에 인수하는 등 투자를 해왔지만, 지난해까진 낸드에서 적자를 냈다.

반도체업계의 '황금알'로 꼽히는 낸드플래시는 휘발성 메모리인 D램과 달리 전원을 꺼도 데이터가 날아가지 않는 '비휘발성' 메모리의 일종이다. 우리가 스마트폰에 사진을 저장하고 음악과 동영상을 저장해두고 꺼내 보는 것은 모두 플래시메모리 덕분이다. 흔히 사용하는 USB나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이 낸드플래시를 사용한 대표적 제품이다. 스마트폰 용량이 커지고 PC나 서버에서 저장장치로 쓰이던 하드디스크가 SSD로 급속히 교체되면서 3D낸드 플래시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3D낸드를 양산하며 시장을 휩쓸면서 경쟁사인 하이닉스는 더욱 마음이 급해졌다.

매물로 나온 도시바 반도체사업은 낸드플래시를 발명한 원조다. 도시바는 SK하이닉스가 원하는 뛰어난 컨트롤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컨트롤러 기술은 후발주자가 확보하기 힘든 분야로 수준 높은 로직 설계기술이 필요하다. 도시바가 7000억엔(약 7조1000억원)대의 원자력사업 손실로 낸드 사업 지분을 내다 팔기로 한 결정은 SK하이닉스엔 놓칠 수 없는 기회였던 셈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일본에 가서 관계자들을 만날 만큼 SK그룹 차원에서도 공을 많이 들인 사안이다. 최 회장은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이해관계가 복잡해 공전하고 있는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에 대해 강한 의지를 피력해왔다.

다만 경영권 지분을 직접 인수하는 형태가 아니라 실익이 얼마나 될지는 두고봐야 안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웨스턴디지털(WD)의 반발과 약 6개월 정도가 소요되는 각 경쟁당국의 반독점심사도 넘어야 할 산이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인수 참여 목적인 도시바의 기술이나 생산량에 얼마나 접근이 가능할지 여부가 관건"이라며 "인수 성공 후에도 지분의 50.1%를 보유할 일본 측에서 SK하이닉스에 대해 기술이나 생산량 유출을 엄격히 제한할 경우 하이닉스 입장에서 투자의 실익이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see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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