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 윤계상의 첫 악역.. '슈퍼 그뤠잇'한 파격

권남영 기자 2017. 9. 20.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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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파워풀한 악랄함이라니. 영화 ‘범죄도시’에서 보여준 배우 윤계상(39)의 첫 악역 도전은 그야말로 ‘슈퍼 그뤠잇’이었다.

‘범죄도시’는 2004년 중국 하얼빈에서 넘어와 대한민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신흥 범죄조직과 그들을 일망타진한 강력반 형사들의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어둡고 무거운 범죄를 다루고 있지만 오락영화로서의 본분을 훌륭히 수행해낸다. 자연스럽게 녹아든 유머와 속도감 있게 펼쳐지는 액션이 절묘하다.

악인들이 득실대는 극 안에서 가장 번뜩이는 이는 단연 윤계상이다. 그가 연기한 인물은 서울로 넘어와 지역의 범죄 조직을 하나둘 흡수해 흑룡파 조직의 보스가 되는 장첸. 외모부터 예사롭지 않다. 장발을 늘어뜨리고 매서운 눈빛을 쏘는 모습만으로 섬뜩함을 안긴다. 등장하는 순간마다 주변 공기를 휘어잡는 힘까지 느껴진다.

장첸 캐릭터는 영화의 전체적인 긴장감과 분위기를 형성하는 역할을 해낸다. 장첸의 잔혹함은 이를 데가 없다. 누구보다 악랄하고 잔인한 방법으로 상대를 제압한다. 칼이나 도끼 등 ‘연장’을 들고 순식간에 상대에게 달려드는 모습은 흡사 한 마리의 맹수 같다. ‘내 누군지 아니?’ 조선족 말씨로 짧게 내뱉는 대사는 힘 있게 날아와 귀에 박힌다.

윤계상으로서는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13년 연기 인생 중 처음 맡은 악역. 이제껏 본 적 없는 파격을 시도해야 했다. 평소 “배우는 늘 도전하고 새로운 모습을 찾아야 한다”고 믿는 그는 기어코 도전했고, 자신에게 내재돼있던 그 무언가를 찾아냈다. 소름끼치도록 무섭고, 숨 막히도록 강렬하게.


20일 서울 동대문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언론시사회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선 윤계상을 향한 연기 호평이 잇달았다. 멋쩍은 얼굴로 마이크를 든 윤계상은 “지금도 내 연기를 보면 숨고 싶을 정도로 창피하다. (하지만) 연기를 할 때마다 너무 너무 잘하고 싶은 마음이 100%다. 어떤 캐릭터든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악역을 처음 해보니 마음이 힘들더라”며 “촬영할 때는 시원한 느낌도 있었는데 집에 가면 괜히 죄책감이 들고 마음이 안 좋더라”고 토로했다. 이어 “(악역이) 내게는 숙제로 다가왔다”면서 “몇 장면만으로 어떻게 나쁜 놈으로 보일지 고민을 많이 했다. 최대한 섬뜩한 기운을 내보고자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장발을 늘어뜨린 채 촬영하기란 “굉장히 불편”한 일이었다고. “머리를 붙이니 누가 계속 잡아당기는 것처럼 아프더라. 그래서 장첸이 항상 화가 나있었나 보다”라며 농담을 하던 윤계상은 “긴 머리가 역할에 많은 도움이 됐다. 장첸 모습 그대로 영화에 표현되길 바랐다. 세상 어딘가에 있을 것 같은 오묘한 비주얼을 꿈꿨다”고 했다.

‘범죄도시’는 윤계상의 필모그래피에 유의미한 족적을 남기는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0월 3일 개봉 이후에는 그를 향한 호평이 넘쳐날 듯하다. 그러나 윤계상은 개인의 영광 따위를 바라지 않았다. 마동석 최귀화를 비롯해 각자 맡은 배역을 빈틈없이 채워준 동료배우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 영화에서는 배우들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것 같아요. 새로운 얼굴들의 호연이 너무너무 빛나요. 많은 분들이 봐주셔서 그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을) 새로운 작품에서 더 자주 볼 수 있길 바랍니다.”(윤계상)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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