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가장 바쁜 극단' 목표 달성했으니 이젠 날 채우고 싶어"

2017. 9. 20.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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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대학로 종횡무진 연극인 오세혁씨

[한겨레]

연출가 오세혁씨가 12일 오후 서울 동숭동 대학로 자유극장 연습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올해 대학로에서 가장 많은 러브콜을 받은 이를 꼽을 때, 맨 위에 ‘오세혁’(36)이 있을 것이다. 현재 티켓 예매사이트에 등재된 공연 중 그의 이름이 들어간 공연만 5편이다. 연극 <프론티어 트릴로지>(윤색), <라빠르트망>(각색), 가무극 <굳빠이, 이상>(각색),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연출), <전설의 리틀 농구단>(연출). 등재되지 않은 공연까지 하면 그 이상이다. 12일 서울 동숭동 자유극장 연습실에서 오세혁 극단 걸판 상임극작가를 만났다.

올해 참여한 공연 편수를 묻자 “모르겠다”고 했다. “어느 순간, 세는 걸 그만두었어요. 양에 집착하지 않으려고요.” 대학로 외에도 전국 여기저기서 그의 작품이 공연되고 있다. 어떤 매력이 관객들을 모으는 것일까. 주역뿐만 아니라 조역이나 단역에게도, 각자 그들의 빛나는 순간을 보여주려는 그의 태도가 답이 아닐까. 어떤 사람이건 빛나는 순간이 있지 않던가.

-지난 2년 당신은 너무 많은 일을 했다.

“내가 목표를 정해 실천하는 편이다. 예전 목표는 극단 걸판을 대한민국에서 제일 바쁜 단체로 만드는 거였다. 1년에 150회 이상 공연하는 단체가 됐으니, 그 목표는 완수했다. 다음 계획이 오세혁 개인으로서 공공기관, 프로덕션과 작업을 해보는 것이었다. 다행히 그 목표도 어느 정도 이룬 것 같다. 이제는 초심으로 돌아갈 때인 것 같다.”

-극단 작업에 집중?

“내년엔 나를 돌아보고 채울 시간을 가지려 한다. 인생, 철학, 역사, 법, 과학 등을 집중해서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어딘가로 떠날 수도 있고, 어디에 틀어박혀 꼼짝 않을 수도 있다. 좀더 깊어지고, 좀더 높아질 수 있게.”

-충전 뒤 계획은?

“이제 한 작품 한 작품 신중하게 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마흔 이후엔 영화 쪽으로 발을 넓히려 한다. 영화는 준비 기간이 길어 연극과 병행이 가능할 것 같다.”

-쓰고(작), 고치고(각색?윤색), 연출하는 세 종류의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앞으로는 극작과 연출에 집중하려 한다. 각색이나 윤색은 참여 폭이 좁아 공연에 책임지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나는 조금 더 책임지고 싶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극단 작업을 하고 싶다 할까. 극단에서 작업하면 단원들과 치열하게 싸우고 뒹굴고 뒤집고 엎어지는 과정에서 진한 작품이 나오고, 내가 모든 걸 책임지게 된다. 하지만 프로덕션 작업에는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이 참여해 자신의 작업에 책임지는 게 프로덕션 시스템의 장점이지만, 내 생각을 조금 더 자유롭게 펼치자면 극단 작업이 유리할 것 같다.”

예매사이트 등재 공연만 다섯
윤색, 각색, 연출 등 바쁜 나날

“공공기관 프로덕션과 작업 꿈 이뤄
이젠 초심 돌아가 신중히 할 때
싸우고 뒹구는 극단 작업 더 매력
마흔 되면 영화 쪽으로 발 넓힐 터”

-작품 이야기를 하자. 공연 순대로 <굳빠이, 이상>부터.

“김연수 소설을 각색한 가무극이다. 작곡가 김성수, 안무가 예효승, 무대디자이너 여신동 등 훌륭한 창작진이 참여하는데, 나는 그들과 동등하게 시작하길 바랐다. 그래서 기존 대본과 달리 이상의 독백으로 초고를 썼다. 초고를 두고 다 같이 모여 작품을 만들고 있다. 나는 소설로 재료를 만들고, 다른 이들이 그 재료로 요리를 만드는 셈이다.”

-다음으로 연극 <라빠르트망>이 무대에 오른다.

“원작 영화 <라빠르망>은 주인공들의 엇갈리는 사랑을 미스터리처럼 보여준다. 한 인물을 중심으로 어떤 사건을 보여준 뒤에 다시 다른 인물 중심으로 그 사건을 보여준다. 무대의 장점이라면 모든 배우, 모든 사건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점 아니겠나. 연극에서는 모든 걸 동시에 보여줄 것이다. 사실 원작을 리메이크 한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란 할리우드 영화도 있었는데, 두 영화가 보여주는 사랑의 기운이 다르더라. <라빠르망>에서 사랑이 파멸할 걸 알면서도 달려가는 운명이라면,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에서 사랑은 해프닝이다. 누구도 사랑에 인생을 걸지 않는다. 연극은 <라빠르망>에 가깝다. 물론 다른 부분도 있다. 연극 속 인물들은 모두 사랑스러울 것이다. 그건 고선웅 연출의 부탁이었다.”

연출가 오세혁씨가 12일 오후 서울 동숭동 대학로 자유극장 연습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뒤편에서 <전설의 리틀 농구단> 출연진이 대본연습을 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이어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재연한다. 바뀌는 게 있을까?

“전엔 여러 겹의 감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랑을 고백하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옛 애인에 대한 미련이 있거나, 아니면 헤어지고 싶은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순간순간의 진실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사랑할 때는 사랑만, 미안할 때는 미안함만. 원형질의 감정을 그대로 보이고픈 생각이 들었다. 영화 <졸업> 마지막에 남자가 신부를 데리고 도망친다. 처음엔 둘이 굉장히 행복해 보이는데, 몇초 지나 표정이 바뀐다. 순간 변하는 감정, 그런 감정을 보여주고 싶다.”

-<전설의 리틀 농구단> 이야기를 해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들이 만들어 초연했던 작품이다. 작품의 명랑만화 같은 면을 강조하려 한다. 농구 코트가 연극 무대다. 무대에 벤치를 놓고 퇴장한 배우들이 벤치에 앉아 쉬다가 무대에 등장할 땐 선수가 코트에 나오는 느낌으로 연출할 계획이다. 실제 공을 쓰면 예기치 못한 상황이 있을 수 있으니, 만화처럼 막대기 끝에 공을 붙인다거나 공을 여러 개 사용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김일송 공연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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