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세계 정상들 앞 "전쟁 불사"..계산된 '트럼프식 표현'

박종현 입력 2017. 9. 20. 18:12 수정 2017. 9. 2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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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완전 파괴" 발언 배경 / 대북 군사옵션 선택 가능성 재확인.. 中·러 겨냥 '의도적' 압박 동참 요청 / 유엔무대서 리더십 발휘 의지 분석.. 핵심 지지층 美 보수층에도 메시지 / WP "세계 두렵게 하는 미치광이 전략".. 백악관 "오바마 발언과 큰 차이 없다"

북한에 대한 전례 없는 고강도 경고를 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9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기조연설은 다분히 의도적이었다.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최선의 방안으로 두고 있지만, 거듭된 제재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면서 위협 제거를 위해서라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세계 각국에 생중계된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북한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까지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국제정치 무대였지만 대북 강경 발언을 통해 지지층인 미국 내 보수세력의 마음까지 얻으려는 다목적 카드로도 활용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고른 것으로 알려진 ‘(북한) 완전 파괴’ 등의 표현은 대북 군사옵션 선택 가능성이 빈말이 아니라는 점을 재확인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강하게 압박할 것이라는 예상은 유엔총회 개막 수주 전부터 제기돼 왔다. 이번 연설은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이어지는 대북 압박 기조의 연장이지만, 즉흥적이지 않고 계획된 연설이어서 무게감이 크다. 북핵 위기가 절정으로 치닫는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의 첫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로켓맨'(북한 김정은)이 자신과 그의 정권에 대해 자살 임무를 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ㆍ미사일 도발을 '가미카제식 자살행위'로 규정했다. 사진은 이날 트럼프가 유엔본부의 총회장 연단에서 연설하는 모습.

백악관이 아닌 각국 정상급 인사들이 총출동한 유엔 무대에서 단호한 의지를 표명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을 앞에 두고 대북 압박을 진두에서 이끄는 리더십을 발휘하고자 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가 “모든 나라가 힘을 합쳐 북한 정권이 적대적 행위를 멈출 때까지 김정은을 고립시켜야 한다”고 밝힌 대목에서 그런 뜻이 전해진다. 북한에 영향력을 갖고 있지만 미국 기대대로 움직이지 않는 중·러를 향한 대북 압북 동참 요청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원색적 발언은 비판을 불렀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핵무기나 재래식무기를 통해 김정은 개인이 아닌 북한 전체를 말살하겠다는 건 전례 없는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타인의 예측을 힘들게 하고 세계 지도자들을 두렵게 하는 ‘미치광이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미 야당인 민주당도 이번 연설을 혹평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2차 유엔총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이 시작되기 전 북한 대표단의 일원이 총회장 밖으로 걸어 나가고 있다. 자성남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이날 다른 회원국 정상들의 기조연설을 지켜보다가 트럼프 대통령 연설 순서가 되자 돌연 자리에서 일어나 퇴장한 후 NBC방송에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보이콧했다고 말했다.

더글러스 팔 카네기국제평화재단 부원장은 ‘완전 파괴’와 관련해 “미국이 엄청난 보복 능력을 갖고 있다는 트럼프식 표현”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침략행위가 없는데도 무력을 사용하겠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장이 커지자 백악관은 “우리 무기로 북한을 파괴할 수 있다”고 한 버락 오마바 전 대통령의 지난해 4월 언론 인터뷰 발언과 큰 차이가 없다면서 진화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미국 내부를 향한 메시지로도 해석된다. 기조연설에서 5분을 할애해 쏟아낸 초강경 대북 발언에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인 미국 보수층은 박수를 쳤다. MSNBC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층은 이번 연설에 만족할 것”이라고 전했다. CNN방송도 “트럼프 대통령이 극적인 표현이 갖는 힘을 믿고 있는 듯하다”면서도 “(그의 연설은) 보수 유권자들이 공감할 내용이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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