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北 아기들 지원 늦으면 영구 장애 우려.. 한국정부 결단을"

조성은 기자 2017. 9. 2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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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세계식량계획 아태본부장 인터뷰

데이비드 카트루드(사진)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장은 20일 국민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북한의 임산부와 영유아는 지금 당장 영양 지원을 필요로 한다”며 “인도적 지원을 위한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자는 주장은 북한 아동을 평생 동안 건강히 살지, 영구 장애를 앓을지 기로에 세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최근 800만 달러(약 90억원) 규모의 대북 인도적 지원 입장을 밝힌 이후 국내에서는 시기적 적절성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카트루드 본부장은 대북 인도적 지원 물품의 군사적 전용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WFP는 ‘현장 접근이 안 되면 지원도 없다(No Access, No Assistance)’는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트루드 본부장은 “수정란 착상부터 두 돌 생일까지 1000일은 아동 성장에 가장 중요하다”면서 “이때 잘 먹지 못한 아동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장애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WFP는 지난 5월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 북한 아동·임산부 영양 지원 사업을 위해 450만 달러(약 50억원)를 요청한 바 있다. 유니세프도 지난 7월 아동·임산부 백신·필수의약품·영양실조 치료 사업에 350만 달러(약 40억원)를 요청했다. 정부는 21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서 이 안건을 심의·의결할 예정이나 실제 지원이 언제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WFP는 지난해 7월부터 ‘대북 장기구호 및 복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북한 임산부, 모유 수유 중인 어머니, 영유아, 고아 등 170만명에게 단백질·미네랄·비타민이 풍부한 ‘슈퍼 시리얼’과 ‘슈퍼 비스킷’을 제공할 계획이었다. 시리얼과 비스킷은 북한 내 공장 11곳에서 외부 공여를 받은 재료로 만들어진다. 분배는 병원과 고아원 등 기관을 통해 이뤄진다. WFP는 내년 12월까지 2년6개월간 진행되는 사업을 위해 1억2860만 달러(약 1450억원)를 투입키로 했지만 현재 모금 액수는 4450만 달러(약 500억원)뿐이다. 카트루드 본부장은 “계획했던 지원의 절반 정도밖에 할 수 없는 액수”라고 말했다. 현재 수혜자 수도 당초 목표(170만명)의 3분의 1을 약간 넘는 65만명에 그친다.》현재 국제기구 차원의 대북 지원도 감소 추세다. 정부가 정치적 논란을 무릅쓰고 대북 지원을 결정한 데는 이런 배경도 있었다. 카트루드 본부장은 "올해 말까지 공여가 이뤄지지 않으면 특정 계층이나 지역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면서 "곧 겨울이 다가오고 있음을 감안하면 악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한국 정부의 결단이 중요하다"고 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은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을 줄이는 계기가 됐다. 올해 WFP 대북 사업에 공여를 제공한 국가와 단체는 캐나다, 프랑스, 러시아, 스위스, 중앙긴급구호기금(CERF) 정도다. 카트루드 본부장은 "현재 정세에서 대북 지원 결정을 내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면서도 "국제사회가 인도적 지원은 정치 문제와 분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카트루드 본부장은 WFP가 북한에 제공한 식량이나 물품이 군대나 특권층에 전달됐다는 보도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관련 경로를 통해 파악 중"이라면서도 "출처가 분명치 않은 주장을 인정하거나 부인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그는 "인도적 지원과 함께 철저한 모니터링, 평가가 진행된다. 북한 사업도 WFP 국제표준에 따른 절차와 체계를 준수하고 있다"고 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WFP 직원들은 식량 지원을 받은 지역을 주기적으로 방문해 모니터링을 진행한다. 모니터링은 월평균 120회 정도 이뤄진다. 올해에만 북한 전역의 60개 군을 한 달에 두 번꼴로 방문한다. 직원들은 북한 관리와 주민을 면담하고 배급소와 병원 등을 찾아가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감시한다. 동시에 배급망 감시팀이 항구와 식량 제조 공장을 주기적으로 검사한다. 카트루드 본부장은 "WFP는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지원이 돌아갈 수 있도록 최대한의 관심을 기울인다"면서 "한국 정부의 지원은 북한 내 생명구호 활동을 원활히 수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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