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 재가동 시민단체에 또 막혔다

원호섭 2017. 9. 2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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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진 보강공사 마무리하니 시민단체 "삼중수소 문제 많다"
원자력硏 "기준치 10분에1 불과", 원안위는 '침묵'..피해만 눈덩이
3년 동안 가동을 멈춘 대전시의 하나로 연구용 원자로에 대해 시민단체가 이번엔 삼중수소 발생 문제를 제기해 재가동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사진 제공 = 원자력연구원]
3년째 멈춘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HANARO)'의 재가동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해졌다. 이번엔 '삼중수소'가 발목을 잡았다. 시민단체가 끊임없이 의혹을 제기하는 가운데 재가동 여부의 열쇠를 쥐고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책임을 떠넘기며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원자로 가동 중단에 따른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국내 유일의 다목적 연구용 원자로인 하나로는 1995년 이후 21년 동안 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은 물론 다양한 연구개발(R&D)에 활용됐다. 비파괴 검사, 정량 측정기기 등 산업용 방사성 동위원소 168만2000퀴리(Ci), 암 진단 및 치료 등 의료용 동위원소 1만2000퀴리를 각각 생산해 국내 수요 70%를 관련 업계에 공급했다. 보통 암 환자 1명에게 100밀리퀴리(mCi)를 사용하므로 지금까지 12만3000여 명이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의 혜택을 본 셈이다.

하지만 2014년 7월 전력계통 이상으로 멈춰선 뒤 3년이 넘도록 재가동을 못하고 있다. 2년에 걸쳐 내진 보강공사를 마무리했지만 시민단체의 반발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대전 원자력시설 안전성 시민검증단은 지난 19일 오후 원자력연구원 회의실에서 하나로 내진 보강공사 부실 의혹을 점검하고 재가동 여부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열었다. 2시간30분 동안 이어졌지만 재가동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내진 보강공사에서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박인준 위원(한서대 토목공학과 교수)은 "건물 벽체, 기둥 등이 양호했고 지반도 보통암 이상이어서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판단됐다"며 "원자력연에서 지진과 거의 유사한 상태의 조건을 가정한 가력 실험을 통해 구조물의 안전성을 검증했고, 최근 누설률 검사에서도 문제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나로를 비판적으로 보던 건축·구조 전문가 위원들도 원자력연의 내진 보강 설비가 문제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의혹 제기는 계속됐다. 내진 보강과는 상관없는 삼중수소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매일경제신문과 통화하면서 "하나로에서 나오는 삼중수소는 국내 경수로 원전보다 많다"며 "삼중수소 저감 조치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중성자 반응으로 만들어지는 삼중수소는 강한 방사성 핵종은 아니지만 수증기 형태로 분포할 경우 제거가 어려워 피폭될 수 있다.

원자력연은 하나로에서 배출되는 삼중수소가 기준치의 10분에 1에 불과할 뿐 아니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반박했지만 이 위원은 "기준치가 건강에 대한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며 "행정상 편의를 위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셈이다. 오수열 원자력 하나로이용연구단장은 "시민단체 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현재 중수로 원전 작업자들이나 하나로에서 일했던 사람들 모두 방사능에 피폭됐어야 한다"며 "과학적 근거가 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시민검증단은 원자력연이 발표하는 하나로의 삼중수소 배출량조차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사립대의 한 교수는 "문제를 제기하려면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시민단체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원자력연이 알아서 검증하라고 이야기한다"며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재가동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원안위는 눈치만 보고 있다.

원안위는 "시민검증단이 제기한 의혹 사항을 해소할 때까지 원안위는 수행 중인 검사를 일시적으로 중단한 상태"라며 "의혹이 해소되면 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의 의혹이 끝없이 이어질 것이 뻔한 만큼 원안위 입장대로라면 앞으로 하나로가 가동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원안위가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하나로 가동 중단에 따른 피해는 점점 커지고 있다.

■ <용어 설명>

▷ 삼중수소 : 보통 수소원자는 양성자와 전자 하나씩으로 구성돼 있는데, 삼중수소원자는 여기에 중성자가 2개 더 붙어 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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