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인수' 재역전 이끈 최태원, 남은 산은 '변심·반발·심사'

심재현 기자 2017. 9. 20.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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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경영 승부수로 열세 딛고 인수 성사..中 추격 떨쳐 최대 실익, 향후 시너지는 기대·우려 교차..WD 반발 따라 매각 백지화 가능성도

일본 도시바가 20일 반도체 자회사 도시바메모리를 SK하이닉스가 주축인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실리 경영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략산업의 해외유출을 우려한 일본 정부와 도시바 이사회의 마음을 붙잡고 역전에 재역전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은 경영권 확보를 고집하지 않고 시너지 효과를 내세워 설득한 최 회장의 경영감각 덕분이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웨스턴디지털과 미국계 사모펀드 콜버그크레비스로버츠(KKR), 일본 민관펀드 산업혁신기구 등의 신(新) 미일 컨소시엄이 새로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SK는 도시바의 주요 고객사인 미국의 애플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는 승부수도 던졌다.

업계에선 SK하이닉스가 도시바메모리 인수로 당장 중국으로 대표되는 후발주자의 추격을 한동안 떨쳐낼 수 있게 된 데다 세계 2위의 D램 경쟁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진 4위권의 낸드플래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발판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뉴 플레이어'의 진입을 방어한 것은 낸드플래시 4위의 하이닉스 입장에서 자체 기술경쟁력 제고에 못지 않은 '실익'이라는 분석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특정기업이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물량공세에 나설 경우 SK하이닉스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며 "SK하이닉스가 도시바메모리를 확보한 것은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여러가지 의미에서 부대효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바메모리와의 전략적 협력관계를 통한 시장경쟁력 강화는 앞으로 얼마나 시너지를 낼 수 있느냐에 달렸다. 글로벌 낸드플래시 점유율 2위의 도시바메모리가 도약의 발판이 될 것이라는 낙관론의 한편엔 협업이 만만찮을 것이라는 우려가 존재한다.

도시바와 일본 미에현 욧카이치 공장을 공동운영한 미국의 웨스턴디지털도 만족할만한 수확을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지분을 확보하지 않는 상황에서 도시바의 시장점유율은 남의 집 곳간일뿐"이라며 "결국 기술협업이나 마케팅 부분에서 얼마나 실질적인 성과가 이뤄지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전 초반 관측과 달리 도시바메모리 인수 결과가 낸드플래시 시장 구도에 미칠 영향 역시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적잖다.

삼성전자가 독보적인 1위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지각변동이라 할 만한 시장 재편이 일어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가 4세대 3D 낸드플래시 양산을 넘어 5세대 기술 개발에 나선 반면, SK하이닉스는 최근 4세대 3D 개발에 성공했고 도시바는 아직 3세대에 머문다.

일각에선 도시바의 그동안 행보를 감안할 때 법적 구속력을 가진 최종 본계약이 체결될 때까진 안심하기 이르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도시바는 지난 6월 말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이후 미국의 웨스턴디지털, 대만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 등과도 매각 협상을 진행한다고 밝히는 등 일관성 없는 태도를 보였다.

SK하이닉스는 이날 공식반응을 자제한 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최종 계약 체결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게 일관된 입장"이라고 말했다.

웨스턴디지털의 반발 가능성은 인수가 마무리될 때까지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웨스턴디지털은 이번 매각이 동의없이 진행됐다며 매각중단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각국의 반독점심사도 SK하이닉스가 넘어야할 산이다. 도시바 매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시바의 2강 체제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이번 인수전에서 밀려난 중국 등이 엄격한 기준을 들이댈 수 있다.

일본 현지언론을 중심으로 SK하이닉스가 장래에 취득할 수 있는 도시바메모리 의결권지분이 15%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게 이 때문이다. 반독점심사에 6개월 정도가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인수 작업은 빨라야 내년 3월 마무리될 전망이다.

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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