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완전 파멸" 트럼프 발언, 또다른 엄포일 뿐일까

정이나 기자 입력 2017. 9. 20.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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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美 대북접근법 의문..혼란만 가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취임 후 처음으로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정이나 기자 = "북한을 완전히 파멸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 이후 점증하는 북핵 위협에 대한 미국 정부의 접근법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CNN은 1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완전 파멸 발언이 분명한 핵억제 메시지라는 평가가 일각에서 나오지만 대북 군사옵션에 대한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후 첫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우리와 동맹을 보호해야만 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북한을 완전히 파멸하는 선택 말고는 없을 것"이라며 "미국은 준비가 됐지만 이 방법이 필요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연설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또다시 로켓맨에 비유하며 "로켓맨이 자신과 정권을 대상으로 자살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트럼프가 ‘북한 완전 파멸’과 ‘로켓맨’ 발언을 했을 땐 회의장 전체가 술렁였다.

유엔의 한 고위 외교관은 "유엔총회에서 타국가의 ‘절멸’을 언급했던 정상은 이제껏 없었다"며 "이란의 가장 ‘불같은’ 지도자들조차 적대국인 이스라엘을 그렇게 위협한 적은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사람들이 깜짝 놀랐고 장내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트럼프의 발언에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긴장이 고조되면 오판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격한 언사는 치명적인 오해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도 모르는 새 전쟁으로 걸어들어가선 안된다"는 우려를 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북핵 문제에 대한 정치적 해결을 봐야 한다. 어떤 형태의 군사 개입도 피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구테흐스 총장과 결을 같이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이번 발언이 미국의 아태지역 동맹국가들을 안심시키기보단 북한과의 갈등을 고조시키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고 있다.

신임 주한미국 대사로 내정된 빅터 차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트럼프의 유엔총회 메시지에 대해 "이런 분명한 핵억제 시그널이 북한의 오판을 피할 수 있게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중대한 메시지가 내포돼있다고 평가했지만 미국의 대북 접근법에 있어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대부분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경고성 발언을 실행에 옮기지 못하면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신뢰도가 타격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 연구원은 이번 발언이 "미국과 그 동맹국들에 대한 북한의 직접적 공격 조짐이 없이도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에 대해 '예방적 군사 공격(preventative military strike)'을 고려할 것인지 여부에 관해 혼란스러운 신호만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민주당 소속인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캘리포니아)도 트럼프의 발언이 미국을 더 고립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파인스타인 의원은 "북한을 파괴하겠다는 트럼프의 과장된 위협, 또 우리가 직면한 수많은 도전과제들에 대해 긍정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매우 실망스럽다"며 "그는 협박 전략을 써서 세계를 단합시키겠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미국을 더욱 고립시키고 있을 뿐"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로켓맨’으로 거듭 지칭한 것도 문제삼았다.

매사추세츠주 터프트대학의 댄 드레즈너 국제정치학 교수는 ‘로켓맨’, ‘북한의 완전 파멸’과 같은 발언은 "언론만 ‘놀라게’ 할 것"이라며 "북한에는 어떤 효과도 없고 오히려 그 말을 지키지 않으면 미국이 무력해보이기만 할 뿐"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말은 거창하지만 그에 따른 행동은 약하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워싱턴포스트(WP)는 거듭되는 북한의 도발에 트럼프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 발언을 내놓자 "단어 선택에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WP는 당시 "북한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으로 인해 북한이 단념할 가능성보다는 위험할 정도로 갈등이 확대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진단하며 "위협의 효력이 제대로 발휘되기 위해서는 일단 신빙성이 있어야 한다. 위협이 그저 '허세'일 뿐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 추후 상대국가에 끼칠 수 있는 영향력에 막중한 손실을 입게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l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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