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등 한미일 연합, 도시바 메모리 인수자로 낙점(종합)

강희종 입력 2017. 9. 20. 13:59 수정 2017. 9. 20.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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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20일 이사회에서 한미일 연합을 매각 대상자로 선정
향후 법적 구속력 갖춘 계약 체결 후 실사…본계약까지 2주 소요
SK하이닉스 2조원 가량 CB 참여…의결권은 15%로 제한
애플 참여가 큰 힘…웨스턴디지털과 협상은 완전 결렬된 듯
SK하이닉스, "사실관계 파악중…확인해줄 수 있는 내용 없다"

(사진=EPA연합)

[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이 도시바 반도체 자회사(도시바 메모리) 인수자로 최종 낙점됐다.

20일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시바는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 미국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탈이 이끌고 SK하이닉스가 참여하는 한미일 연합에 도시바 메모리를 매각하기로 결의했다.

한미일 연합은 베인캐피탈 이외에도 SK하이닉스, 애플, 델, 시게이트, 킹스톤테큰놀로지 등 한국과 미국의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도시바는 향후 한미일 연합과 법적 구속력을 갖춘 매각 계약을 체결한 후 실사와 최종 협상 등을 거쳐 본 계약을 체결하는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본 계약까지는 약 2주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외신 보도에 대해 SK하이닉스는 "사실 관계를 파악중"이라며 "현재 단계에서는 답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말했다.

도시바는 지난 13일 한미일 연합과 우선적으로 매각 협상을 진행한다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20일 이사회 전까지 협상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었다. 다만 이 각서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었다. 도시바는 한미일 연합 이외에도 미국 하드디스크 업체인 웨스턴디지털(WD), 대만의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과도 협상의 문을 열어놓아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었다.

웨스턴디지털은 전날(19일) 도시바 메모리 의결권 보유 의사를 철회하는 등 전격적으로 양보카드를 제시했으나 결국 막판 뒤집기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도시바가 반도체 사업 매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웨스턴디지털이 국제중재재판소에 중재를 신청한 데 이어 미국 캘리포니아법원에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면서 양측의 신뢰가 무너진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도시바가 한미일 연합에 도시바 메모리를 매각하더라도 웨스턴디지털이 제기한 소송 결과에 따라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일본 미에현 욧카이치 공장을 공동 운영하고 있는 웨스턴디지털은 이번 매각이 자신들의 동의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반발해 왔다. 한미일 연합은 도시바 측에 웨스턴디지털과의 소송에서 손실이 발생할 경우 500억엔을 보상해주는 방안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SK하이닉스 진영은 도시바에 2조엔(약20조6000억원)의 인수비용 이외에도 추가로 연구개발비 4000억엔(4조1000억원)을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안에 따르면 베인캐피탈과 SK하이닉스가 합쳐 5675억엔, 도시바가 2500억엔을 부담하고 애플이 3350억엔, 미국의 모 IT 대기업이 2200억엔, 도시바 외 일본 기업이 275억엔, 대형은행이 6000억엔을 주식과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 융자로 출연하는 방식이다. 의결권 지분 비율은 베인캐피탈 49.9%, 도시바 40%, 일본기업 10.1%로 일본 측이 경영권을 행사한다.

SK하이닉스는 약 2000억엔을 전환사채(CB) 형태로 참여한다. 향후 융자를 지분으로 전환시 SK하이닉스의 도시바 메모리 의결권 비율은 15% 이내로 제한된다. 이는 경영상 중요한 의사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는 수준이다. SK하이닉스 지분을 제한한 것은 향후 각국에서 진행될 반독점 심사를 감안한 것이기도 하다.

일본 관민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와 일본정책투자은행(DBJ)은 처음에는 자금을 지원하지 않는다. 다만, 향후 웨스턴디지털과의 소송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애플, 델, 시게이트 등이 참여한 지분을 인수하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도시바는 지난 6월 한미일 연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바 있다. 하지만 협상이 지지부진해지자 도시바는 8월 웨스턴디지털로 우선협상대상자를 변경했다. 웨스턴디지털의 우세가 점쳐졌으나 이 회사가 도시바 메모리의 의결권 보유를 강하게 주장하면서 역시 협상이 진척되지 못했다.

이때 베인캐피탈이 이끄는 한미일 연합은 애플을 우군으로 끌어들여 도시바에 새로운 제안을 하면서 막판 뒤집기에 성공했다. 한미일 연합뿐 아니라 웨스턴디지털, 폭스콘도 애플에 구애를 보냈으나 애플은 결국 한미일 연합을 선택했다.

애플은 웨스턴디지털에 불신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애플은 협상 과정에서 "도시바가 웨스턴디지털에 매각되면 도시바로부터 메모리 반도체를 구매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이 도시바 인수전에 뛰어드는 것은 메모리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서인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전세계 IT 업계는 메모리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서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도시바의 경영난이 가중되면 애플은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야 한다.

한편, 도시바는 내년 3월까지 채무 초과 상태를 해결하지 않으면 상장이 폐지돼 경영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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