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주거 현실 "월세 거주 청년·노인 100만원 벌어 30만원 이상 집세"

세종=전슬기 기자 2017. 9. 20. 13:5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DI “월세 거주자 전세보다 평균 100만원 못 벌어”“절반 이상 매달 100만원 못 벌면서 30% 이상 집세”

KDI 제공I

월세에 거주하고 있는 청년층과 고령층 절반이 매달 100만원 이하를 벌며 집세로 30만원 이상을 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목돈 마련에 대한 부담과 신용 제약, 전세 물량 부족 등으로 어쩔 수 없이 전세 거주자들 보다 소득 대비 더 많은 주거비를 내고 있었다. 또 청년층과 고령층 월세 거주자들의 절반 이상은 주거 서비스가 좋지 않은 다가구단독주택 등에 거주하고 있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20일 ‘월세비중의 확대에 대응한 주택임대정책 방향’ 연구 보고서에서 “지난해 월세 주거비부담은 평균 32.1%로 전세 주거비 부담인 22% 보다 10.1%포인트 높았다”고 밝혔다. 주거비 부담은 경상소득(근로, 사업소득, 재산소득, 사회보험 수혜금, 정부보조금 등)에서 주거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말한다.

월세 거주자들이 전세 거주자들 보다 소득 대비 더 많은 주거비 부담을 지고 있지만, 이들의 소득은 전세 거주자들 보다 평균 약 100만원이 낮았다. 소득이 낮음에도 주거비 부담이 큰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월세 거주자들 대부분은 청년층(30세 미만)과 고령층(60세 이상)이었다. 청년층 중 월세에 거주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76%였으며, 고령층의 경우는 63%였다. 월세에 사는 청년층과 고령층의 소득 수준은 매우 낮았다. 월세 거주 청년층의 43%, 고령층의 59%가 월 소득이 100만원 미만이었다. 지난해 기준 청년층과 고령층의 월세 주거비 부담은 각각 34.2%, 37.7%다. 이렇게 되면 월세 거주 청년층과 고령층 절반 이상이 매월 100만원도 벌지 못하는 상황에서 약 30만원 이상을 월세로 지출하고 있는 셈이다. 고령층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소득 최하위에 속하는 고령층의 48.7%는 소득의 절반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하고 있었다. 100만원을 번다고 하면 40만원 이상을 집세로 내고 있다.

조선일보DB

청년층과 고령층은 소득 대비 많은 집값을 내고 있음에도 주거의 질이 좋지 않은 곳에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의 75.1%는 다가구단독주택 또는 기타 주택에 거주하고 있었으며, 청년층의 78.5%와 고령층의 64.5%가 관련 주거 형태를 이용하고 있었다.

보고서는 청년층과 고령층의 월세 비중이 큰 이유로 이들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목돈을 마련하기 어렵고, 대출을 넉넉히 받을 수 없다는 점 등을 꼽았다. 또 낮은 시장 금리로 임대인들이 전세를 월세로 돌리거나 보증부월세로 전환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는 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정 금액의 보증금을 내고 매월 월세를 내는 보증부월세는 지난해 기준 전체 월세에서 85.6%를 차지고 있으며, 전체 임대시장에서 51.8%의 비중을 나타내고 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낮은 시중금리(2~3%)로 인해 전세 보증금을 높이거나 보증금의 일부를 전월세 전환율(6~7%)을 적용 받아 월세로 바꾸는게 더 유리한 탓이다. 지난해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재계약 시점에 전세에서 보증부월세로 전환된 아파트 평균 보증금액은 1억8000만원으로 이전 계약인 1억9000만원에 비해 약 1000만원 하락했지만, 월세는 평균 27만원(연 324만원) 상승했다. 재계약 시점에 전세를 그대로 유지했으면 아파트 평균 전세 가격 1억7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3000만원 정도 상승한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전세를 보증부월세로 전환하는게 전세를 유지하는 것 보다 훨씬 유리한 셈이다.

반면 임차인들은 이러한 임대인들의 보증부월세 전환을 울며 겨자먹기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청년과 노인 임차인들은 비싼 전세 자금을 마련하기 어렵고, 대출을 받기 힘든 상황이 많아 임대인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출처=KDI

따라서 보고서는 다양한 수준의 보증 금액에 월세를 공급하는 새로운 보증부월세 시장이 형성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단 임대 소득 과세 제도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현재 월세에 대한 임대소득 과세는 2주택 이상 보유자에게 적용되고, 전세에 대한 임대 소득 과세는 3주택 이상(전세보증금 3억원 초과) 보유자에게 적용된다. 현재 제도에서는 2주택 보유자인들이 과세를 피하기 위해 월세 보다는 전세로 주택을 공급하고 있다. 암대 소득 과세를 2주택 보유자로 일원화해 전월세 간 규제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보고서는 보증부월세 아파트를 공급하는 뉴스테이 사업을 신규 건설 임대아파트 공급이 아니라 기존 재고 아파트 임대 물량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뉴스테이 사업과 유사한 조건(임대기간 8년 및 임대료 상승률 5% 제한)으로 개인이 기존 아파트를 보증부월세로 공급할 경우 세제 혜택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 Copyrights ⓒ 조선비즈 & Chosun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